‘간호사의 골수검사’ 檢 “무면허 의료” vs 아산병원 “훈련 받으면 문제 없어”

골수 검사를 서울아산병원 소속 간호사들에게 시킨 혐의로 아산사회복지재단(재단)이 기소된 사건에 대해 8일 대법원이 공개 변론을 열었다.

이날 검찰 측은 골수 검사가 골수 혈액과 조직을 채취하는 고도의 의료행위이기 때문에 의사 지시나 감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단 측은 정해진 절차대로 진행하면 돌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고, 해외 병원에서도 훈련받은 간호사가 골수 검사를 진행한다며 반박했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1호 법정에서 의료법 위반 행위로 기소된 재단의 상고심 공개 변론을 진행했다. 전원합의체 사건이 아닌 소부 사건에서 공개 변론이 진행된 것은 이번이 네번째다.

재단 산하 서울아산병원은 2018년 4~11월 소속 종양 전문간호사에게 골수 검사에 필요한 골수 검체 채취 업무를 지시했다. 종양 전문간호사는 혈액·종양성 질환 진단을 위해 골반 겉면을 뚫어 골수를 채취했다. 전문간호사는 의사를 대신해 수술과 검사 시술 보조, 검체 의뢰, 응급상황 보조 등 업무를 맡는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이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규정하며 2018년 재단을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2021년 6월 재단을 기소했다.

재판에서는 골수 검사를 의사만 할 수 있는 것인지, 간호사의 진료 보조 행위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1심 재판부는 혐의 입증이 충분하지 않고 관련 판례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지난 2022년 무죄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1년 뒤 2심 재판부는 골수 검사는 의사가 직접 해야 할 의료행위라고 보면서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이날 상고심 진행된 공개 변론에서는 의료인이 참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나와 의견을 개진했다. 검찰 측 참고인인 정재현 해운대부민병원 소화기센터 진료부장은 “골수 검사는 의사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가장 먼저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데, 이 자체가 의료행위”라며 “간호사가 자신을 중심으로 사인을 받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골수 검사에서 부작용이 없을 수 있지만 (환자에 따라) 호흡 부전이 올 수 있어서 의사가 판단해야 한다”며 “전문간호사라고 하더라도 일반 간호사에게 허용되는 업무 범위가 넓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이어 “연구를 통해서 안전이 확인된 뒤에 시행하는 게 맞다”고 했다.

재단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윤성수 서울대 의대 교수는 골수 검사 시행 주체를 의사나 간호사가 아닌 ‘숙련도’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윤 교수는 숙련도를 전제로 “의사가 종양 전문간호사에게 골수 검사를 위임하는 것도 100% 가능하고, 복잡한 절차 아니라서 의사가 감독할 게 없다”며 “편하게 골수검사 받던 사람들이 갑자기 불편한 상황 생기는 건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혈액암에 걸려 서울아산병원에서 골수 검사를 받은 적 있는 배성화 대구가톨릭대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골수 검사가 의사만 가질 수 있는 전문적인 지식이 아니고, 환자마다 다르게 판단할 여지가 없어서 충분히 숙련됐다면 일반 간호사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간호사가 골수 검사를 한다고 해서 거부감이 들진 않았고, 대부분 환자가 짧은 시간에, 편안하게 골수 검사를 받았다는 얘길 들었다”며 “우리 병원도 골수 검사 전담 인력을 만들려고 했으나 아산병원이 고발당한 것을 보고 논의를 중단했다”고 했다.

공개변론을 마무리 한 대법원은 “여러 의료 지식과 현실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귀중한 시간이었다”며 “깊이 고민해서 결론을 내려보겠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선고기일 추후 고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