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뒤돌아보지 마라" 전 세계 1억명 잠 못 들게 한 노란방의 정체

괴담에서 유튜브 1억 뷰 신화로… A24와 제임스 완이 선택한 공포영화 <백룸>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기괴하리만치 고요한 공간의 사진을 본 적이 있는가. 끝없이 이어지는 칙칙한 노란색 벽지, 웅웅거리는 오래된 형광등 소리, 그리고 정체불명의 얼룩이 가득한 카펫.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마주쳤을 법한 이 기묘한 공간은 전 세계 네티즌들 사이에서 ‘백룸(The Backrooms)’이라 불리는 가장 거대하고 매혹적인 디지털 괴담이 되었다.

이 인터넷 미스터리가 마침내 모니터 화면을 찢고 스크린으로 진격한다. 할리우드 최고의 예술영화 명가 A24와 호러 거장 제임스 완이 손을 잡고 완성한 SF 초자연 공포 영화 <백룸>이 오는 5월 27일 대한민국에서 전 세계 최초 개봉을 확정했다. 이어 5월 29일 북미 개봉을 앞둔 이 작품은 단순한 영화화를 넘어,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창작물이 기성 영화 산업의 정점에 올라선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주목받고 있다.

4chan의 한 장의 사진에서 유튜브 1억 5천만 뷰의 신화가 되기까지

영화 <백룸>의 뿌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하위문화의 심장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시작은 초라했다. 어느 익명 커뮤니티에 "불안함을 주는 이미지를 공유해 달라"는 글과 함께 정체불명의 노란색 빈방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서까래가 노출된 천장과 끝을 알 수 없는 미로 같은 구조의 이 사진은 순식간에 수많은 네티즌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며 우연히 ‘ glitch(오류)’를 통해 빠져들게 되는 차원 너머의 공간, 이른바 ‘리미널 스페이스(Liminal Space, 경계 공간)’의 개념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이 정적인 괴담에 폭발적인 생명력을 불어넣은 인물이 바로 당시 10대 유튜버였던 케인 파슨스(유튜브 채널명 'Kane Pixels')다. 그는 3D 그래픽 프로그램인 블렌더(Blender)와 애프터 이펙트를 활용해 1990년대 캠코더로 촬영한 듯한 거친 질감의 파운드 푸티지(다큐멘터리 형식의 페이크 다큐) 단편 영상 <The (Found Backrooms Footage)>를 공개했다.

영상이 공개되자마자 전 세계는 경악했다. 카메라를 들고 노란 미로 속을 헤매는 촬영자의 숨소리, 공간을 지배하는 형광등의 저주파 소음, 그리고 어둠 속에서 인간의 형상을 한 기괴한 유기체가 추격해 오는 공포는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했다. 이 단편은 단일 영상으로만 수천만 뷰를 기록했고, 시리즈 전체 누적 조회수 1억 5천만 회를 돌파하며 거대한 ‘백룸 유니버스’를 구축했다.

A24 역대 최연소 감독의 탄생, 대규모 세트장으로 구현된 노란 미로

천재적인 감각을 알아본 것은 독립영화의 명가 A24였다. A24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유전>, <미드소마> 등을 제작하며 할리우드에서 가장 트렌디한 스튜디오로 자리 잡은 곳이다. A24는 원작자인 케인 파슨스를 전격 감독으로 기용했다. 이로써 케인 파슨스는 A24 역사상 최연소 장편 영화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되었다.

이번 장편 영화화는 단순한 유튜브 영상의 연장선이 아니다. 순제작비 1,000만 달러 이하의 효율적인 예산으로 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은 CG에만 의존하는 대신 캐나다 밴쿠버에 3만 평방피트(약 840평)가 넘는 실제 대규모 '백룸' 세트장을 건설했다. 압도적인 크기로 지어진 노란 미로 세트장으로 인해 촬영 도중 배우와 스태프들이 실제로 길을 잃는 해프닝이 벌어졌을 만큼,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시각적 위압감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영화의 제작에는 <컨저링> 유니버스의 제임스 완(Atomic Monster)과 <기묘한 이야기>의 숀 레비(21 Laps Entertainment), 그리고 최신 호러 트렌드를 이끄는 오스굿 퍼킨스 감독이 프로듀서로 대거 참여해 장르적 완성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탄탄한 서사와 연기파 배우들이 완성한 초자연 SF 잔혹사

원작 유튜브 시리즈가 공간이 주는 원초적인 고립감과 공포에 집중했다면, 장편 영화 <백룸>은 이를 정교한 SF 스릴러 서사로 확장했다.

영화는 실패한 건축가이자 가구점 주인인 '클락'이 어느 날 갑자기 흔적도 없이 실라져 기묘한 차원 공간에 갇히게 되면서 시작된다. 그의 실종을 추적하고 그를 구하기 위해 이 위험천만한 이차원 세계로 직접 뛰어드는 정신과 치료사 '닥터 메리 클라인'의 사투가 서사의 중심축을 이룬다.

배우들의 라인업 역시 신뢰감을 더한다. <노예 12년>, <닥터 스트레인지>의 연기파 배우 치웨텔 에지오포가 이 기괴한 공간에서 미쳐가는 건축가 클락 역을 맡아 처절한 내면 연기를 선보인다. 그를 구하려는 치료사 메리 클라인 역에는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작 <최악의 인간>으로 세계적인 대세 배우가 된 레나테 레인스베가 낙점되어 극의 서스펜스를 이끈다. 여기에 베테랑 배우 마크 두플라스, 라이징 스타 핀 베넷과 루키타 맥스웰이 합류해 차원이 다른 심리적 공포를 완성했다.

디지털 IP의 극장 진화, 박스오피스 새로운 역사를 쓸 것인가

현재 할리우드 박스오피스 분석 매체들의 예측은 뜨겁다. 개봉을 앞두고 시사회와 예고편이 공개되자 현지 모멘텀이 폭발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북미 오프닝 스코어만 최대 3,300만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만약 이 예측이 실현된다면 <백룸>은 A24 역대 최고 오프닝 흥미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영화 <백룸>은 단순히 '무서운 영화' 한 편의 탄생을 의미하지 않는다. 방구석의 10대 소년이 무료 소프트웨어로 만든 영상이 할리우드 거장들의 선택을 받아 전 세계 극장가에 내걸리는 '디지털 IP의 진화'를 증명하는 상징적인 신호탄이다.

익숙한 일상의 공간이 가장 가혹한 지옥으로 변하는 순간,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인간의 처절한 몸부림. 극장의 대형 스크린과 압도적인 사운드로 구현될 이 노란색 미로의 공포는 다가오는 여름, 관객들에게 생생한 전율을 선사할 준비를 마쳤다. 단 하나만 기억하라. 그곳에 발을 들이는 순간, 절대 뒤를 돌아보아서는 안 된다.

<백룸>은 5월 2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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