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영 울린 정신병동 환자, 반전 정체 알고 보니...

'오징어 게임' 시즌2에 캐스팅된 배우 노재원
최근 '정신병동에도...'에서 맹활약 중인 "서완님"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가 발견한 보물... "서완님" 노재원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공시생의 힘겨운 현실의 고통을 잠시나마 잊으려다 게임의 세계에 빠진 서완 역을 연기한 노재원. 탁월한 연기로 보는 이들을 사로잡고 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에 와요'를 본 사람이라면 반드시 그의 이름을 검색하게 된다.

드라마를 통틀어 가장 궁금한 존재, 티 없이 해맑은 웃음과 미소로 감동을 안겼다가 가슴 먹먹한 사연으로 이내 눈물샘을 자극하는 존재, 함께 호흡한 드라마의 주인공 박보영이 "여전히 저에게 눈물 버튼"이라고 지칭한 존재. 다름 아닌 배우 노재원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극본 이남규·연출 이재규)에서 망상장애를 가진 '마법사 공시생' 김서완을 연기한 배우 노재원이 뜨거운 관심을 얻고 있다. 게임의 세계에 빠진 설정으로 등장하는 첫 순간부터 시선을 사로잡은 그는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작품의 주제를 드러내는 상징적인 인물로 활약하면서 시청자의 마음까지 빼앗는다.

중앙대학교에서 연극을 전공한 노재원은 독립영화와 연극 무대를 통해 쌓은 실력을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아낌없이 표출하면서 실력있는 배우의 탄생을 알리고 있다.

재능있는 배우를 알아보는 건 실력있는 감독들이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촬영을 마친 그는 현재 넷플릭스 역대 최고 흥행작의 후속편인 '오징어 게임' 시즌2 촬영에 한창이다.

박보영은 노재원에 대해 "나의 눈물버튼"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서완이 다은에게 준 '3천만 골드' 카드. 사진제공=넷플릭스

● 서완의 '3천만 골드'가 안긴 감동

지난 11월3일 공개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에서 처음 근무하게 된 간호사 정다은(박보영)이 정신병동 안에서 만나는 '낯선 세상'과 '마음 시린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12부작인 드라마는 정신병동에 입원한 환자들의 사연을 중심으로 매회 다양한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한 온기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주는 드라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게임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망상장애를 가진 환자 김서완. 배우 노재원이 연기한 역할이다.

다은과 서완은 처음 만난 순간부터 간호사와 환자로서 깊은 감정의 교류를 나눈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도 모를 이야기를 막 할 거야. 대꾸 안 해도 돼"라는 동료 간호사의 말에도 다은은 "혹시 옥상에 드래곤 보셨어요?"라고 묻는 망상 환자 서완의 말에 세심하게 대응한다. 서완은 다은에게 "제 말에 응답을 해 주신 분이 참 오랜만"이라며 기뻐했고, 이후 서완은 다은을 "중재자님"이라고 부르면서 따른다.

"서완님"과 "중재자님" 다은은 서로를 위로하고 응원도 하면서 상호 깊은 신뢰를 쌓아간다.

드라마는 현대인이 지닌 다양한 정신 질환의 면면을 세밀하게 그리면서 매회 에피소드를 책임지는 '환자'를 내세운다. 다만 서완 역의 노재원은 단일 에피소드 출연에 머물지 않고 회를 거듭하면서 다은과 깊은 '라포'를 형성하면서 이야기의 한 축을 맡는다. 시청자들이 가장 몰입하는 이야기이자, 제작진 역시 주력해 그린 설정이다.

다은이 정신병동에 입원한 또 다른 망상 환자에게 3000만원을 가져간 도둑으로 몰리게 되자 서완은 "힘드실 텐데 이걸로 해결하라"며 본인의 고시학원 카드에 '3천만 골드'라고 적어 다은에게 선물로 준다. 다은에게 서완은 특별할 수밖에 없던 이유다. 이로 인해 두 사람에게 닥친 비극은 시청자에게 더 슬프게 다가온다.

박보영은 최근 인터뷰에서 "촬영하는 내내 배우 노재원과 저는 서로 실명으로 부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촬영장에서 서로를 "서완님"과 "중재자님"으로 부르면서 역할과 극 중 설명에 푹 빠져 지냈다는 설명이다.

박보영은 "서완님은 (작품 속 캐릭터가 아닌)그 자체로 존재하는 사람이었다"며 노재원과 남달랐던 관계에 대해 이야기했다.

배역을 위해 노량진 고시원에서 두달 정도 지낼 만큼 열정적으로 작품에 임한 노재원. 그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 노재원, 노량진 공무원에서 생활하며 캐릭터 몰입

노재원이 배우로서 지닌 저력은 서완의 사연이 공개된 6회 '어떤 마법사의 하루' 편에서 확실히 드러났다. 서완이 수차례 공무원 시험에 낙방하고 도전을 반복했던 공시생이었다는 과거가 집중적으로 그리지면서다.

오랜 고시생 생활로 인한 딜레마와 좌절, 스트레스는 결국 서완을 게임 속 세상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정신과 치료를 위해 보호병동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세상과 마주할 용기를 얻다가도, 여전히 쉽지 않은 현실의 장벽을 마주하고 좌절하는 모습으로 보는 이들의 공감과 안타까움을 불러일으켰다.

살기 위해 발버둥친 한 인물이 어떻게 피폐해지는지 '공시생 서완'을 통해 표현한 노재원은 다은에게 "다음엔 화룡을 꼭 잡으러 가요"라며 천진난만한 얼굴로 제안하다가 현실로 돌아온 뒤 "공부를 하나도 못했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지났는지"라며 자책하는 모습 등으로 빼어난 연기력을 과시한다.

현실감 넘치는 연기는 노력의 결실이다.

이재규 감독에 따르면 노재원은 서완 역할을 맡고 실제로 노량진 공시원에서 두달 정도 지냈다. 서완의 심리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공시생처럼 '컵밥'을 먹고, 좁은 고시원에서 지내면서 실패와 도전 끝에 좌절까지 맛보는 서완 캐릭터를 체화했다.

노재원은 현재 '오징어 게임' 시즌2 촬영 중이다. 사진제공=넷플릭스

● 준비된 배우, 현재 '오징어 게임2' 촬영 중

2020년 단편영화 '드라이빙 스쿨'로 데뷔한 노재원은 독립영화와 연극 무대에서 차근차근 연기력을 쌓았다.

'서울독립영화제2021 배우 프로젝트-60초 독백 페스티벌'에서 1등을 수상한 그는 '윤시내가 사라졌다'(2022년)와 '동감'(2022년) 그리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 시즌2(2023년) 등에 출연하며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그리고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통해 노재원이라는 이름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현재 노재원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 촬영에 한창이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공개 전, 최고 화제작에 캐스팅 됐을 정도로 그의 재능과 매력은 빠르게 인정받고 있다.

노재원을 서완 역에 캐스팅한 이재규 감독의 선구안도 새삼 주목받는다.

이재규 감독은 "좋은 드라마의 절반은 캐스팅에서 판가름난다"는 생각대로 서완 역을 포함해 주요 배역들을 그 역할에 가장 어울리는 배우들로 채웠다. 특히 극을 통틀어 중요한 인물인 서완 역을 맡을 배우를 찾고 찾다가 가장 늦게 발결한 배우가 다름 아닌 노재원이다.

이재규 감독은 노재원에 대해 "앞으로 더 잘 될 배우"라고 자신있게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