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 'N수생'과 '로닌(浪人)'

2025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약 18만 명의 N수생이 응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N수생이란 고등학교 3학년 '현역'이 아닌 상태에서 수능을 다시 치르는 사람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재수생이나 삼수생이라는 표현이 주로 사용되었으나, 최근 들어 수험 도전이 3회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N수생'이라는 표현이 보편화됐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재수생을 '죄수생'이라고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대입에 실패한 것을 마치 죄를 지은 것처럼 취급하던 사회적 분위기 탓에, 재수는 부끄러운 일로 여겨지곤 했다.
그러나 입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재수와 삼수가 흔해졌고, 'N수생'이라는 표현은 더 이상 실패를 강조하기보다는 몇 번째 도전인지를 중립적으로 나타내는 용어로 자리 잡았다. 이는 실패를 재도전의 과정으로 인정하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도 반영한 결과다. 반면 일본에서는 N수생에 해당하는 표현으로 '로닌(浪人, 낭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로닌은 원래 주군을 잃고 떠도는 사무라이를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현대에는 수험에 실패한 후 다시 도전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데 쓰인다.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은 '현역'이라고 부르며, 이후 재수생은 '로닌'으로 통칭한다. 재수생을 '이치로(一浪)', 삼수생을 '니로(二浪)'라 부르며 실패한 횟수에 따라 그들의 상태를 표현한다. 한국에서는 재수, 삼수라는 표현으로 수험 횟수 자체에 초점을 맞추지만, 일본에서는 현역과 재도전자를 언어적으로 분리하며 실패한 자라는 이미지를 내포한다. 이와 유사한 부정적 일본어 표현으로는 바쓰이치(バツイチ)가 있다. 바쓰이치는 'X가 하나 있다'는 의미로, 이혼한 사람을 가리킨다. 한국에서는 이혼한 사람을 '돌싱(돌아온 싱글)'이라고 부르며, 이는 부정적인 의미를 담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출발을 상징한다.
반면, 일본에서는 한 번 이혼한 사람을 바쓰이치(バツイチ), 두 번 이혼한 사람을 바쓰니(バツ2), 세 번 이혼한 사람을 바쓰산(バツ3)이라 칭하며, 실패의 횟수까지 강조하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러한 단어들은 일본 사회에서 실패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반영하고 있으며, 실패를 낙인찍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언어적 특징은 일본 사회가 실패를 바라보는 시선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일본은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등교를 거부하는 학생들, 청년 및 중장년 히키코모리 등 사회적 고립을 경험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고, 실패한 경험이 사회적 낙인이 되다 보니 다시 일어설 기회를 얻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한국 역시 실패에 대해 완전히 관대한 사회는 아니다. 여전히 실패를 비판하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점차 실패를 성장의 과정으로 바라보고 재도전을 응원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 실패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과정이며, 중요한 것은 실패 후 다시 도전할 용기다. 실패한사람을 낙인찍는 대신, 그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격려하는 사회가 될 때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실패는 도전의 증거다. 중요한 것은 실패 자체가 아니라, 그 실패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우리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서, 도전하는 모든 사람을 응원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 과정을 통해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사회가 결국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하고, 더 건강한 경쟁 환경을 만들 것이다. 강소윤 통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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