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신업계의 오래된 화두 ‘망 사용료’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지난 2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다.
현재 국회에는 망 사용료 관련 법안 7건이 발의돼 있다.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가 통신사와 망 사용료 계약을 의무적으로 맺도록하는 내용이다.
법안에는 넷플릭스, 유튜브 같은 콘텐츠 사업자가 망을 이용해 많은 돈을 벌고, 망을 다른 사람보다 훨씬 많이 사용하는데 그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문제 의식이 담겨 있다.
또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사업자는 국내 통신사에 비용을 지불하는데, 해외 사업자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인식도 있다.
1) 인터넷 세상에는 ‘사용료’는 없다.
= 다른 사람이 투자를 해서 만든 자산을 이용하면 그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하지만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사용료’라는 개념이 없다.
인터넷은 상호연결을 근간으로 하는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다. 모든 통신 사업자가 전 세계에 망을 구축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하면 극도의 비효율이 발생한다. 각 지역 사업자가 망을 갈고 이를 연결하면 전 세계에 망을 깐 것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한국 따로 미국 따로 통신망을 사용하는 것보다 서로 연결이 될 때 이용자들은 더 풍요로운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한국 사람이 미국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미국 사람도 한국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상호연결을 통해 한국 콘텐츠 사업자는 K-컬쳐를 전 세계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망은 더 넓게 연결될수록 인류를 이롭게 한다. 그래서 인터넷은 상호연결을 기본으로 하며 인터넷 네트워크 안에서는 서로 사용료를 내지 않는다.

다만 ‘접속료’를 낸다. 망에 접속을 할 때 망을 구축한 통신사에 입장료를 낸다. 입장료를 내고 인터넷 망에 입장을 하게 되면 그 안에서 트래픽을 주고 받을 때 ‘사용료’는 내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볼 때 ‘데이터 사용료’를 내지 않는가? 이는 모바일 기기에서 중계기로 연결되는 무선망에 대한 사용료를 내는 것이다. 무선망을 통해 접속한 유선 인터넷망에서는 사용료를 내지 않는다.
접속료를 인터넷망에 진입할수 있게 해주는 통신사에 낸다. 네이버, 카카오는 국내 통신사를 통해 인터넷망에 접속하기 때문에 국내 통신사에 내고 구글, 넷플릭스는 미국 통신사를 통해 접속하기 때문에 미국 통신사에 낸다.
접속료는 한번에 처리할 수 있는 트래픽 규모에 따라 낸다.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많은 회선이 필요하면 더 많이 낸다. 개인은 인터넷으로 열린 통로가 그리 넓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적게 내고, 네이버는 큰 통로가 필요해서 더 많이 낸다.

인터넷 서비스는 기간통신사업자(Internet Service Provider:ISP)와 부가통신사업자(Content & Application Provide:CAP)가 제공한다. KT, SK브로드밴드 등 통신사업자는 ISP고 네이버, 넷플릭스처럼 망을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CP다.
통신 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는 공생관계다. 망이 없으면 콘텐츠를 이용자에게 제공할 수 없다. 반대로 콘텐츠가 풍부해야 많은 이용자들이 망에 접속한다. 빠르고 안정적인 통신망 위에 다양한 콘텐츠가 제공될 때 많은 이용자들이 풍요로운 인터넷 서비스를 향유할 수 있다. 이것이 네트워크의 발전이다.
2) 해외 트래픽의 증가, 갈등의 시작
= 콘텐츠 사업자가 많은 데이터를 통신망을 통해 제공하려면 큰 통로가 필요하고, 접속료를 많이 낸다. 국내 콘텐츠 사업자가 더 많은 콘텐츠를 제공하려면 더 많은 접속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트래픽 증가에 따른 통신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의 갈등이 없다. 하지만 해외 트래픽은 다르다. 이는 국내, 해외 사업자 사이의 접속료 정산 방식 때문이다.
이용자, 콘텐츠 사업자도 망에 접속하지만 망 사업자들끼리도 접속한다. 한국 통신 사업자와 미국 통신 사업자의 상호접속을 통해 이용자들은 한국, 미국의 서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인터넷에 사용료는 없지만 접속료는 있다. 망 사업자간 접속에도 접속료자 적용된다. 망 사업자간 접속료 산정은 네트워크 경쟁력에 따라 달라진다. 약한 네트워크 사업자가 강한 네트워크 사업자에게 낸다.
네트워크 경쟁력은 양적/질적 측면이 모두 고려된다. 양적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망을 구축해야 경쟁력이 높아진다. 질적으로는 많은 이용자가 이용하고 풍부한 콘텐츠가 있어야 경쟁력이 높아진다.
빠르고 넓은 네트워크에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면, 그 네트워크에 접근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진다. 약한 네트워크가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강한 네트워크에 접속하려는 유인이 있다. 그래서 약한 네트워크 사업자가 강한 네트워크 사업자에게 접속료를 내고, 이를 ‘트랜짓(Transit)’이라고 한다.
망 경쟁력이 비슷한 통신사끼리는 접속료를 지불하지 않는다. 나도 남의 길을 이용하고 남도 나의 길을 이용하니 굳이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상호접속을 하며 이를 ‘피어링(Peering)’이라고 한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통신 3사는 망 경쟁력이 비슷하기 때문에 서로간 접속에 접속료를 지불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사업자(온세텔레콤, 세종텔레콤 등)은 접속료를 지불한다. 인터넷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룰이다.
망 경쟁력은 여러 비영리기관에서 평가를 하는데, 그중 카이다(CAIDA)에서 매긴 순위가 대체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미국 컴캐스트, AT&T, 일본 NTT, 인도 타타텔레콤, 독일 도이치텔레콤 등 글로벌 통신사들이 1등급 사업자(1계위) 사업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1등급 사업자들끼리는 트래픽을 주고 받을 때 비용을 정산하지 않는다.(피어링)

안타깝게도 한국 통신사 중에는 글로벌 1등급 사업자가 없다. 국내에서 가장 큰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KT 조차 글로벌 기준 2등급(2계위) 사업자다. 국내 통신사들은 국내 통신망을 과점하고 있지만 세계적인 수준에서는 양적/질적에서 미흡하기 때문이다. 해외 트래픽이 많아지면 더 큰 접속이 필요하고, 국내 통신사는 해외 통신사에 더 많은 비용(트랜짓)을 지불해야 한다.
국내 이용자들이 점점 더 많이 해외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서 통신사들의 비용 부담이 커졌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내 트래픽을 가장 많이 유발한 서비스 사업자는 구글(27.1%)이다. 2위는 넷플릭스(7.2%), 3위는 페이스북 플랫폼을 운영하는 메타(3.5%)다. 국내 트래픽의 37.8%가 해외 통신망을 거쳐 국내에 제공된다.

이용자들이 해외 콘텐츠를 많이 이용하게 되자 국내 통신사들의 부담이 커졌다. 그러다보니 해외 콘텐츠 사업자와 국내 통신사의 갈등이 시작됐다. 페이스북 vs SK브로드밴드(2017년), 넷플릭스 vs SK브로드밴드(2020년) 갈등을 빚게 됐고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인터넷 사용료’를 강제하는 법안 논의까지 이르게 됐다. 그렇다면 왜 1위 사업자인 구글과는 왜 갈등을 빚지 않았을까?
3) 왜 한국 통신사는 구글과는 싸우지 않을까?
= 통신 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는 공생관계다. 둘 다 잘해야 네트워크가 풍요로워지고 이용자들도 행복해진다.
해외 트래픽이 늘어나면 해외 콘텐츠 사업자는 수익을 올리게 되는데, 국내 통신사들은 더 많은 접속료(트랜짓)를 내게 된다. 이들은 사적 계약을 통해 부담을 줄이는 조치를 취한다.
구글은 국내 통신 3사에 캐시서버를 설치했다. 캐시서버는 자주 이용되는 콘텐츠를 임시로 보관하는 서버다. 구글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는 미국 서버에 있지만 한국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는 콘텐츠는 임시로 한국 캐시서버에 둔다.

한국 통신사들은 미국 통신사를 거쳐 트래픽을 받지 않기 때문에 접속료 부담을 덜 수 있다. 이용자들은 먼 미국이 아니라 가까운 한국 캐시서버로부터 데이터를 전송 받기 때문에 빠르고 안정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다. 구글 캐시서버 비용을 지불함으로써 통신사의 접속료 부담을 덜어줬고, 그래서 가장 많은 트래픽을 일으키는 구글은 통신사와 극단적인 갈등을 빚지 않고 있다.
2017년 페이스북과 SK브로드밴드가 갈등을 빚은 이유는 접속료 부담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국내 통신사 중 KT에 캐시서버를 설치했다. 한국 이용자가 페이스북에 접속하면 KT 캐시서버를 통해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 국내 통신사들은 같은 계위에 있기 때문에 상호접속료를 지불하지 않는다(피어링). 그래서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가입자도 KT 캐시서버를 통해 제공되는 페이스북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문제의 발단은 과기부의 상호정산 방식 개정이었다. 정부는 2016년 고시 개정을 통해 통신사간 트래픽 비용에 대해 상호정산을 하도록 했다. 같은 계위 통신사끼리 정산을 하지 않는 글로벌 표준에 배치되는 조치였다.
페이스북은 KT 캐시서버를 통해 모든 한국 이용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트래픽에 따른 상호정산을 하려다보니 KT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KT는 다른 통신사 가입자가 페이스북을 이용할 때 KT에 설치된 캐시서버를 이용하지 못하게 했다.
페이스북은 SK브로드밴드 가입자에 대해 홍콩에 설치된 캐시서버를 이용하도록 접속 경로 변경 조치를 했다. 해외 서버를 이용하다보니 속도가 느려지는 등 이용자 불편이 발생했다.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접속경로를 변경해 이용자에게 해를 줬다고 약 4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페이스북은 이같은 조치가 부당하다고 행정소송을 걸었고 1,2심에서 승소했다. 페이스북은 2년여간의 협상 끝에 통신사에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고 직접 접속을 하기로 합의했다.
2020년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와 갈등을 빚었다. KT와 LG유플러스와 갈등을 빚지 않은 이유는 상호간 협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KT, LG유플러스에 캐시서버를 설치했고 통신사들은 넷플릭스 앱을 셋톱박스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SK브로드밴드와는 합의가 없었고 넷플릭스는 일본/홍콩에 있는 캐시서버를 통해 SK브로드밴드 가입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에 망 사용료를 내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1심 판결에서 승소했다. 이때 재판부는 ‘연결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가 ‘망 사용료’가 아닌 ‘연결에 대한 대가’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망 사용료라는 용어를 정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했듯 인터넷에는 망 사용료라는 개념이 전 세계적으로 없다. 다양한 경로를 거쳐 전 세계로 연결된 인터넷 상에서 망에 사용로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다만 콘텐츠 사업자가 캐시서버 설치, 별도의 지원 등을 통해 망 사업자의 부담을 덜어줄 수는 있다. 그래서 망 사용료가 아니라 ‘연결에 대한 대가’라는 모호한 표현을 쓴 것이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되고 있는 망 사용료 지불 법안은 망 사용료에 대한 개념을 정의하고, 이에 대한 계약을 강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망 사용료 지불 강제 법안은 자칫 인터넷 자국 우선주의를 촉발할 수 있다. 연결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인터넷 환경에서 우리 땅을 지나가는 트래픽에 대해 사용료를 지불하라고 한다면, 연결은 둔화될 수밖에 없다. 네이버 웹툰을 미국 사람이 이용하면 네이버는 미국 통신사에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일본 통신망을 거쳐 미국으로 간다면, 그 또한 비용을 지불해야 할 수 있다.
4) 성장이 정체된 ISP와 고성장 CP의 갈등
= 과거 통신업의 주인공은 기간통신사업자, 통신사였다. 통신망을 구축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아무나 통신 사업을 할 수 없다. 또 여러 통신사들이 중복적으로 통신망을 구축하면 비효율적이다.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결국 몇몇 통신사업자들이 각자 맡은 지역에 통신망을 깔고 상호연결을 하는 과점 시장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대부분 국가는 통신사업자의 사업 독점을 허용하는 독점 이익을 향유할 수 없도록 강도 높은 규제로 제한하고 있다.
콘텐츠 사업자는 소규모 스타트업부터 대규모 플랫폼까지 다양한 업체가 존재한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무한 경쟁 시장이며, 규제 강도는 상대적으로 낮다.
통신사와 콘텐츠 사업자는 네트워크를 풍요롭게 만드는 양축임에도 불구하고 두 사업자의 수익성 격차는 급격하게 확대되고 있다. 통신사업자의 성장은 둔화됐고 콘텐츠 사업자는 급격하게 성장했다. 최근 10년 단순 주가 지수를 비교해보면 대표적인 통신사업자 KT는 0.8% 성장하는데 그쳤는데 반해 콘텐츠사업자 네이버는 396% 성장했다.

반면 더 빨라진 통신망을 이용해 콘텐츠 사업자들은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로 대표되는 글로벌 대표기업은 모두 통신망 위에서 성장한 플랫폼 업체들이다.
통신망이 고도화 되면서 통신사들은 투자비가 늘어났지만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이용자들에게 더 많은 요금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 통신사들의 기업가치가 10년전 수준을 그나마 유지라도 하고 있는 것은 그나마 통신사들이 탈(脫) 통신을 외치며 다른 콘텐츠 사업자처럼 콘텐츠,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등 다른 성장동력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국내 통신 사업자가 콘텐츠 사업자에게 접속료를 적게 받는 것도 아니다. 한국 통신사의 망 접속료는 미국과 유럽의 약 4배, 7배다. 해외 기업의 접속료에 비해 매우 높지만 국내 사업자가 국내 통신사에 접속하지 않고 인터넷망에 접근할 수는 없다.
문제는 국내 통신사가 망 접속료를 받을 수 없고 반대로 해외 통신사에 접속료를 지불해야 하는 해외 트래픽의 증가다. 한국 통신사들은 글로벌 기준 2등급(2계위)이다. 거대한 해외 통신사(1등급)와 연결을 하려면 접속료를 지불해야 한다. 국내 이용자들의 해외 콘텐츠 이용이 늘어남에 따라 비용은 더 높아졌다.
그러다보니 통신사들은 자신들의 통신망을 통해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사용료를 받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인터넷 기본 원칙에 맞지 않는 이 같은 시도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2012년 유럽통신사업자협회는 트래픽을 측정해 비용을 산정하는 ‘발신자지불방식’ 정산 모델을 제안했다. 그러자 OECD는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 전통적인 회선교환 방식과 인터넷에 적용되는 방식은 다르다”며 “자유협정에 따른 상호접속(피어링, 트랜짓) 시장은 잘 작동하고 있다”고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또 유럽전자통신규제기관(BEREC) 역시 “인터넷의 분산화되고 효율적인 방식을 통한 정보 전달에 근본적으로 충돌한다”며 “트래픽 측정 및 과금이 전체 가치사슬에 걸쳐 일어나 거래비용을 증가시킨다”고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한국에서는 2013년 KT가 기가인터넷 망을 전국에 설치하는 대신 사용한 만큼 돈을 내는 ‘인터넷 종량제’ 도입을 요구했고 여론에 반대에 부딪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되고 있는 ‘망 사용료’ 문제는 국내 통신사 vs 해외 거대 플랫폼의 갈등이 아니다. 돈을 잘 못버는 통신사와 돈을 잘 버는 콘텐츠 사업자의 문제다.
국내에서 국내 통신사의 이익을 보전하기 위해 해외 콘텐츠 회사에 망 사용료를 부과하는 자국 우선주의적 제도를 도입한다면, 이는 해외 정부가 한국 콘텐츠 기업에 대해 보복 조치를 할 빌미를 제공하게 될 수 있다.
BTS의 뮤직비디오를 하이브 플래폼(위버스)를 통해 전 세계 ‘아미’들이 시청할 때 하이브는 전 세계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지불해야 될 수도 있다. 미국에서, 유럽에서, 중국에서, 아세안 전역에서 모든 콘텐츠 사업자가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면 더 많은 이용자에게 더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고자 하는 발전을 저해될 수밖에 없다.
5) 근본적인 네트워크 강화가 답이다
= 전문가들은 통신사와 콘텐츠 사업자의 상생과 네트워크의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를 이야기 한다. 국내 이용자가 해외 콘텐츠를 많이 이용할 때 국내 통신사의 부담이 커지는 이유는 네트워크 경쟁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국내 통신사는 2등급 사업자이다보니 글로벌 1등급 사업자와 접속을 할 때 비용을 지불한다.
한국은 인터넷 강국이라고 주장하지만 한국이라는 작은 영토의 통신망을 과점하고 있는 2등급 사업자일 뿐이다. 한국의 해저케이블은 90% 이상 일본에 연결돼 있다. 직접 해외로 연결된 통신망은 취약하다.

구글은 지난 10년간 아시아 태평양 통신 인프라에 2조원 이상 투자했다. 중국 화웨이 역시 카메룬, 브라질과 망을 연결하며 망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에 비해 국내 통신사들은 접속료로 얻은 수익을 통신망 확충에 투자하기 보다는 오히려 콘텐츠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망사업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콘텐츠 사업자와의 자발적인 상생이 필요하다. 법을 통해 망 사용료를 강제하는 것은 네트워크 발전에 중대한 제약이 된다. 다만 통신사업자의 수익성이 취약한 구조적인 문제는 해결할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트래픽이 많은 해외 사업자가 국내 통신사에 캐시서버를 설치하거나 지리적으로 분산된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을 이용하면 통신사에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3대 통신사에 모두 캐시서버를 설치한 구글, 국내 통신사에 접속료를 지불하는 CDN을 이용하는 디즈니+는 통신사와 갈등을 빚고 있지 않다. 이같은 조치는 통신사의 부담을 덜어줄 뿐 아니라 국내 이용자들이 좀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게 해준다.
이와 더불어 네트워크 발전에 따라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대형 콘텐츠 사업자는 중소형 콘텐츠 사업자 육성을 위한 적극적인 사회 공헌 활동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유튜브 생태계가 풍성하게 구성되는데 한국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의 공도 크다. 이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
또 통신 사업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할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통신사업자와 유상접속(paid peering) 협상에도 적극적으로 응할 필요가 있다. 이는 법과 제도로 정의되고 강제되는 ‘망 사용료’가 아니라 개별 사업자의 상황과 판단에 따른 자율적 협상이다.
다양한 콘텐츠가 탄탄한 네트워크를 통해 자유롭게 전송되는 것은 인류를 이롭게 한다. 이용자들이 편리하고 즐겁게 온라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닦는 것은 통신망을 기반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통신사업자, 콘테츠 사업자의 의무다. 길을 차지하고 통행세를 받는 건 개방된 인터넷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
삼프로TV 권순우 취재팀장(soon@3protv.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