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업계에 부는 스프 회사 인수 바람...이번엔 농심, 1000억원 들여 세우 인수

앞서 삼양식품, 지앤에프 지분 100% 인수

라면업계에 스프 제조사 인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대한민국 라면업계를 대표하는 삼양식품이 스프제조사이자 소스 전문 기업 지앤에프 지분 100%를 600어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한 데 이어 농심홀딩스도 조미식품·장류 업체 세우를 1000억원 가량에 인수키로 한 것.

대외적으로 농심홀딩스와 삼양식품은 외주를 통해 납품받던 체계에서 벗어나 자체 생산을 통한 제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조미 소재 내재화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식품 업계에는 규제 당국의 밀어주기 제재를 피하려는 목적이 숨겨져 있는 것 같다는 해석이 나온다.

농심 본사. / 농심

25일 농심홀딩스는 신라면 스프 원재료를 공급하는 세우 주식 100% 현금으로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취득주식수는 33만주, 취득금액은 1000억원이다. 이는 농심홀딩스의 자기자본의 8.21%에 해당한다. 농심의 세우 주식 취득 예정일은 다음달 1일이다.

세우는 신동원 농심그룹 회장의 외가 기업이다. 외가 5촌 당숙인 김정조 회장이 지분의 18.18%, 김 회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김창경 대표가 60.24%를 보유 중이다. 간장·고추장·된장·쌈장 등 전통 장류와 각종 조미료를 생산하는 동시에 신라면 스프의 핵심인 간장양념 분말가루를 제조해 왔다.

세우는 2021년까지만 해도 농심그룹의 계열사였다. 2021년 세우가 달성한 1028억원의 매출 중 농심과의 거래액은 632억원에 달했다. 매출의 60%가량이 농심과에서 나온 셈이다.

하지만 당시 이런 이유로 농심홀딩스는 일감 몰아주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2022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독립친족경영’을 인정받으면서 기업집단에서 계열 분리됐다가 이번에 다시 농심홀딩스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농심이 세우 인수를 마무리할 경우 외가 일감 몰아주기 논란은 사그라질 전망이다. 하지만 세우의 지배주주이자 신 회장의 외가 5촌인 김정조 회장과 아들 김창경 대표는 1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벌게 된다.

농심홀딩스 관계자는 이번 주식 취득의 목적을 "간장 및 장류와 조미식품의 제조사를 인수해 그룹의 식품사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주)세우 본사. / 세우

삼양식품은 이에 앞서 지난 11일 지앤에프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매각주관사는 딜로이트안진이 맡았으며 인수 가격은 600억원 안팎이다.

삼양식품은 라면 액상·분말 소스를 내재화하기를 원했고,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국내 소스 기업을 중심으로 인수 대상을 검토해 왔다.

삼양식품은 지앤에프 인수를 통해 원가 절감, 품질 관리 및 생산 효율화를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지앤에프는 라면 스프·소스 제조에 주력하는 회사로 삼양식품을 비롯해 농심과 오뚜기에 라면 스프를 납품하고 있으며 코인 육수도 생산한다. 지난해 매출은 417억원, 영업이익은 32억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양식품이 인수한 지앤에프의 경우 삼양식품은 물론, 농심과 오뚜기에도 라면 스프를 공급하고 있어 농심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농심도 이번에 세우를 인수해 직접 경영하는 만큼 스프 공급에 대한 걱정은 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