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고차 시장에서 예상치 못한 역주행 현상이 포착되고 있다. 이미 단종된 한 경차 모델의 중고가격이 신차 출시 당시보다 오히려 상승하면며 구매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 주인공은 바로 400만원대 가격으로 연비 효율성을 자랑했던 경차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차량은 단종 발표 이후 오히려 중고차 매물이 귀해지면서 가격이 10~1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차 구입 시 400만원 초반대였던 이 모델은 현재 중고시장에서 연식과 주행거리에 따라 350만원에서 450만원 사이에 거래되고 있다. 특히 2020년 이후 출고된 저연식 차량의 경우 신차 가격과 거의 동일하거나 일부는 이를 웃도는 가격에 판매되는 사례도 확인됐다.

이러한 역주행 현상의 핵심은 단연 연비에 있다. 해당 모델은 복합연비 기준 리터당 17~18km를 기록하며 경차 중에서도 최상위권 연비 효율을 자랑했다. 실제 도심 주행에서도 리터당 15km 이상의 연비가 나온다는 운전자들의 후기가 이어지면서 ‘출퇴근 최적화 차량’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최근 유류비 상승으로 연비에 민감해진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이 차량의 가치가 재조명받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한 달 평균 1,000km를 주행하는 직장인 A씨의 경우를 계산해보면, 리터당 1,600원의 휘발유 기준으로 월 유류비가 10만원 이내로 해결된다. 같은 주행거리를 연비 10km/L인 준중형 차량으로 달릴 경우 16만원이 넘는 유류비가 발생하는 것과 비교하면 연간 70만원 이상의 차이가 발생한다. 5년을 타면 350만원, 차량 구입 가격에 육박하는 금액을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경차 세제 혜택까지 더해지면 경제성은 더욱 극대화된다. 경차는 취득세 75만원 한도 감면, 공채 매입 면제, 고속도로 통행료 50%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연간 자동차세도 배기량 1,000cc 기준 10만원대로 일반 준중형차의 절반 수준이다. 이를 모두 합산하면 단순히 차량 구입 가격이 저렴한 것을 넘어 유지비까지 최소화할 수 있는 구조다.
중고차 딜러 B씨는 “단종 소식이 알려진 이후 이 모델에 대한 문의가 두 배 이상 늘었다”며 “특히 출퇴근용 세컨드카를 찾는 2030세대와 초보운전자들의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실제로 중고차 플랫폼에서 이 차량의 검색량은 단종 발표 전 대비 4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자동차 산업 애널리스트 C씨는 “단종된 모델이지만 경제성과 실용성 측면에서 대체할 만한 차량이 마땅치 않다”며 “신차 가격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400만원대 가격과 우수한 연비를 동시에 갖춘 차량은 찾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출시되는 신차들의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상대적으로 이 모델의 가성비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같은 경차 세그먼트의 신차들도 기본 옵션 기준 600만원에서 800만원대를 형성하고 있어, 400만원대 중고가로 구입할 수 있는 이 모델의 경쟁력이 더욱 돋보인다는 평가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고차 구매 시 주의사항도 강조한다. 아무리 가격이 저렴해도 차량 상태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경차는 소형 엔진 특성상 무리한 주행으로 인한 엔진 손상 가능성이 있으므로 전문가와 함께 차량 점검을 받는 것이 필수다. 또한 사고 이력, 침수 여부, 주요 부품 교체 이력 등을 성능기록부를 통해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중고차 매매업 협회 관계자는 “단종 모델의 경우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구매 전 정비 네트워크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며 “특히 인기 모델은 허위 매물이나 가격 부풀리기 사례가 있을 수 있으니 여러 매물을 비교해보는 것을 권장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 모델의 제조사는 단종 결정에 대해 “전동화 전략에 따른 라인업 재편”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크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런 실속형 모델을 왜 단종시키냐”, “전기차도 좋지만 당장 필요한 건 이런 경제적인 차”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자동차 시장 트렌드가 대형화, 고급화로 흐르면서 정작 서민들이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실속형 모델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단종 모델의 중고가 상승 현상이 시장의 이러한 수요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저렴한 가격과 우수한 연비를 갖춘 실용적 차량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존재한다”며 “제조사들이 전동화 못지않게 실속형 모델 개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분간 이 400만원대 연비 끝판왕의 중고가 상승세는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