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대 정복해야 조별리그 통과 길 열린다…홍명보호 24시간 적응 돌입

이번 대회 8강을 목표로 하는 한국 대표팀에 고지대 정복은 첫 관문이나 마찬가지다. 한국은 체코를 상대하는 조별리그 1차전(6월 12일)과 공동 개최국 멕시코와 맞붙는 조별리그 2차전(6월 19일)을 모두 해발 1600m 고지대에 있는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치른다. 한국스포츠과학원의 도움을 받아 고지대 적응의 어려움을 체험하고, 극복 방법을 알아봤다.
● 가쁜 숨과 무거운 다리

산소섭취량과 심박수 등을 측정하는 무선 휴대용 호흡가스분석기를 착용한 기자는 고도가 2000m가 됐을 때 시속 9km 속도로 트레드밀 위를 3분간 달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숨이 가빠졌고 이내 어지러움 증세가 나타났다. 다리는 모래주머니를 찬 것처럼 무거웠다.
평지와 고지대 환경을 각각 가정해 3분 달리기를 했을 때 신체 반응을 비교 측정해 봤다. 고지대에서 달렸을 때 평균 심박수는 151.8bpm으로, 평지(145.3bpm)보다 높았다. 고지대에선 휴식을 취할 때(79.5bpm)보다 평균 심박수가 2배 가까이 높았다. 산소가 부족한 상황에서 온몸에 필요한 총산소공급량을 유지하기 위해 심장이 평소보다 더 빠르게 펌프질한 결과다. 박원일 한국스포츠과학원 운동생리학 박사는 “축구 선수들은 정규시간 90분 동안 단순히 달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유산소 운동과 고강도 스프린트를 병행하기 때문에 신체에 더 큰 부담이 가게 된다”고 말했다.
● ‘축구의 신’도 쩔쩔맨 고지대
산소 농도가 평지보다 낮아 혈중 산소 포화도가 떨어지는 고지대에선 운동 능력과 근육 회복 속도가 눈에 띄게 떨어진다. 축구는 공수 전환 속도가 빠르고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동작이 많기 때문에 고지대에서 뛰는 선수들은 신체 이상 반응이 나타날 때도 있다. 어지럼증과 구토, 수면 부족 등이 대표적이다. 땀 배출량도 늘어나 탈수로 이어질 위험성도 크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는 2009년 해발 약 3600m의 볼리비아 라파스에서 열린 볼리비아와의 2010 남아공 월드컵 남미 예선 방문경기에서 1-6으로 패한 뒤 “매우 고통스러웠다. 조금만 전력 질주해도 숨을 고르기 어려웠고, 상대 선수들이 더 빠르게 느껴졌다”면서 “그곳에서는 정상적으로 경기하는 게 불가능하다”라고 했다. 메시는 4년 뒤 같은 곳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남미 예선에서는 경기 도중 구토 증세를 보였다. 브라질 대표팀은 2017년 라파스에서 열린 볼리비아와의 경기에서 하프타임과 경기 후 산소마스크를 착용하기도 했다.
● 홍명보호, 24시간 적응 돌입

가장 필요한 것은 ‘사전 적응’을 통해 체내 산소 운반을 담당하는 헤모글로빈의 생성을 촉진하는 호르몬 분비를 늘리는 것이다. 이러한 반응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까지 약 2주가 걸린다. 대표팀이 솔트레이크시티에 2주 넘게 머물며 고지대 적응 훈련을 하는 이유다.
적절한 적응 고도 설정도 중요하다. 홍명보호는 2000m 이상 고지대보다 과달라하라 스타디움과 최대한 비슷한 고도의 사전 캠프지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홍 감독은 “더 높은 고지대에서 훈련할 경우 평지로 내려왔을 때 선수들에게 피로감이 남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팀의 훈련 방식은 고지대에서 생활과 훈련을 병행하는 ‘LHTH(Living High Training High)’다. 박원일 박사는 “단기간에 최대한의 효과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몸을 24시간 저압·저산소 환경에 노출시켜 빠른 적응을 돕는 LHTH 방식이 효과적이다”고 했다.
대표팀은 31일 FIFA 랭킹 102위 트리니다드토바고, 내달 4일 100위 엘살바도르와의 평가전도 솔트레이크시티 인근 브리검영대(BYU) 사우스필드(1400m)에서 치른다. 상대적으로 약체인 두 팀과 마지막 모의고사를 치르게 된 것도 이들 외 다른 팀들은 고지대 경기를 꺼렸기 때문이다.
한종호 기자 hj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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