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치 논란’ 박장범 선배들도 나섰다···“염치를 안다면 멈출 때”
“공영방송 가치 지키기 위해 반대한다”
김건희 여사가 받은 명품백을 ‘조그마한 파우치’라고 해 논란을 부른 박장범 앵커가 KBS 신임 사장 후보로 제청되면서 KBS 내부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입사한 가장 저연차 기수부터 박 후보자의 선배 기수까지 연달아 규탄 성명을 내며 박 후보자 제청을 반대하고 나섰다.
30일 취재를 종합하면 박 후보자가 제청된 지난 23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KBS 내부 게시판에는 KBS 취재·촬영기자 30개 기수(18~35기, 37~43기, 45~48기, 50기)가 쓴 연명 성명 18개가 올라왔다. 참여 기자 수는 495명이다.
기자들은 박 후보자가 앵커를 맡는 동안 친 정부 성향 방송을 진행했다고 비판하고, 앞으로 권력 감시·견제 기능이 더 약화할 것을 우려했다. 50기 기자들은 “‘KBS를 어떻게 믿고 자료를 주냐’ ‘KBS에서 이런 주제는 못 다루지 않냐’고 묻는 수많은 취재원에게 우리는 ‘보도할 수 있다’고 당당하게 답할 수 없었다”며 “공영방송의 가치가 훼손되는 모습을 더는 보고 싶지 않다”고 했다.
34기는 “파우치(박 후보자)가 대통령 술친구(박민 현 사장)를 이겼다”며 “외래어 하나로 사장이 되면 이미 짧지 않은 우리 회사 부끄러운 역사의 맨 앞줄을 차지할 것”이라고 했다. 35기는 “(박 후보자가) 일선 기자들의 리포트에 자신의 일방적인 논평을 곁들여 맥락을 왜곡하는 만행은 일상적으로 자행됐고, 급기야 대통령을 단독으로 대면하고 질문하는 자리에서 시종일관 굴종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공영방송을 권력에 헌납했다”며 “공영방송의 기자로 떳떳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너무도 합당한 사명을 위해 우리는 당신을 반대하고 거부한다”고 했다.
박 후보자의 선배기수가 포함된 18~25기 기자들은 “지난 23일 여권 이사들만 참여한 가운데 열린 이사회 투표에서 당신은 한 번의 투표에 7:0으로 최종후보자로 선정됐다고 한다. 어디선가 내려왔을 지시가 있지 않고서는 좀처럼 일어나기 힘든 일”이라며 “권력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본인의 능력만으로 최종후보자가 됐다고 주장하지 말라”고 했다.
이들은 “행여 당신이 KBS 사장으로 임명돼 무언가를 지시하고 실행한다면 그것은 분명 시청자나 국민의 명령이 아니라 최고 권력자 누군가의 명령으로 인식될 것”이라며 “염치를 아는 기자라면 멈출 때가 됐다”고 했다.
박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와 대통령의 임명재가를 거쳐 KBS 사장으로 최종 임명된다. KBS 제1노조인 민주노총 언론노조 KBS본부는 박 후보자에 대한 신임투표를 계획하고 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공군 대령, ‘딸뻘’ 소위 강간미수···“유혹당했다” 2차 가해
- 윤 대통령 공천 개입 의혹, 처벌 가능한가?
- [스경X이슈] ‘흑백요리사’ 출연진, 연이은 사생활 폭로…빚투→여성편력까지
- 윤 “김영선 해줘라”…다른 통화선 명태균 “지 마누라가 ‘오빠, 대통령 자격 있어?’ 그러는
- [단독]“가장 경쟁력 있었다”는 김영선···공관위 관계자 “이런 사람들 의원 되나 생각”
- [단독] ‘응급실 뺑뺑이’ 당한 유족, 정부엔 ‘전화 뺑뺑이’ 당했다
- 윤 대통령 “김영선이 좀 해줘라 그랬다” 공천개입 정황 육성…노무현 땐 탄핵소추
- [단독] 윤 대통령 “공관위서 들고 와” 멘트에 윤상현 “나는 들고 간 적 없다” 부인
- [단독]새마을지도자 자녀 100명 ‘소개팅’에 수천만원 예산 편성한 구미시[지자체는 중매 중]
- “선수들 생각, 다르지 않았다”···안세영 손 100% 들어준 문체부, 협회엔 김택규 회장 해임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