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못 나갈 수도…"외부 간섭시 제재" FIFA 축협에 경고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대한축구협회가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경고성 공문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축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FIFA는 지난달 3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와 문체부의 감사를 두고 축구 행정의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의 공문을 대한축구협회에 보냈다. 공문엔 FIFA 회원 협회가 준수해야 할 의무와 FIFA 규정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FIFA는 정관 제14조 '제3자의 간섭을 받아서 안된다', 제15조 '어떠한 정치적 간섭으로부터도 독립돼야 한다' 등 정관을 들어 대한축구협회가 외부 간섭을 받고 있는 현재 상황을 주시하고 있으며, 필요 시 징계를 내릴 수 있다고 경고한 셈이다.
징계 사례도 있다. FIFA는 지난 2015년 쿠웨이트 정부가 자국 체육 단체의 행정에 개입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하자, 쿠웨이트축구협회의 자격을 정지 시켜 국제대회 출전권을 박탈했다. 이에 따라 쿠웨이트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예선 잔여 경기를 몰수패 처리당했다.
게다가 이번 공문에는 대한축구협회 잘못이 아니더라도 정관에 위배될 경우, 제재가 가해질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는 경고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축구협회는 최근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불공정성 논란과 승부조작 연루자 사면, 천안축구종합센터 건립 등을 둘러싼 각종 운영 능력이 도마 위에 올라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축구협회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특정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홍명보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 권한 없는 협회장과 기술총괄이사가 추천에 개입한 정황을 발견해 "절차 불공정"이라고 결론 내렸다.
문체부는 홍명보 감독을 최종 선택한 이임생 이사의 개입을 가장 문제로 바라봤다. 이임생 이사는 10차 회의까지 진행한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을 대신해 홍명보, 다비드 바그너, 거스 포옛 감독을 면접했다.
문체부는 "이임생 이사는 전강위 구성원이 아니며 감독 추천 권한이 없음에도 감독 선임 후속 절차 진행을 위임받았다는 이유로 후보자 대면 면접을 진행한 후 추천 우선 순위를 결정했다"며 "홍명보 감독과 다른 후보자의 대면 면접 상황도 달랐다. 사전 인터뷰 질문지도 없고, 참관인 없이 자택 근처에서 진행했으며 면접 진행 중 감독직을 제안하고 요청했다. 무엇보다 실제 면접이라는 행위 자체가 이루어졌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축구협회는 정해성 위원장이 사임하면서 이임생 이사에게 전권을 위임하는 걸 요청해 문제없이 후속조치를 진행했다고 주장한다. 이임생 이사가 주도한 11차 회의도 비대면으로 진행한 임시 개념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그러나 문체부는 "정해성 위원장은 축구협회에 이같은 요청을 한 사실이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11차 회의도 정식 회의로 유효하다. 정관에 따르면 위원장은 이사 중에서 임명하기 때문에 사직서를 제출해야지만 사임이 되는데, 당시 정해성 위원장은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했다. 사임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에 이임생 이사는 월권 혹은 개입을 한 것으로 해석했다.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 명백한 절차 문제가 확인됐지만 문체부는 무효화하거나 교체를 강제하지 않았다. 문체부는 "축구협회 운영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 전문적 분야라는 특성이 있다. 축구협회가 국민 여론을 감안해 자체적으로 판단을 내리길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는 이를 전면으로 반박했다. 같은 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문체부의 감사 결과 발표는 '협회장이 부당한 개입을 했다', '협회가 전강위를 무력화, 형해화 시켰다'로 요약할 수 있다"며 "이는 협회장의 직무 범위와 전강위 역할에 대한 심각한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바라봤다.
홍명보 감독의 면접 특혜에 대해 "먼저 면담을 실시한 2명의 외국 후보들은 현재 맡은 팀이 없는 무직이지만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감독을 맡으려면 소속구단과 계약을 중도해지하는 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제안 방식 역시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불공정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임생 이사가 홍명보 자택 근처에서 4~5시간을 기다리며 다른 절차를 거친 부분에도 "외국 감독들을 만날 때도 협회에서 4명이나 되는 인원이 수일간 출장비용과 시간을 들이는 노력 속에 그들의 일정에 맞춰 머물고 있는 유럽까지 찾아간 것과 비교할 때 만남의 방식은 다를 수 있으며 특혜라고 부를 수 없다"고 항변했다.
감독 선임 절차의 규정 위반 의혹과 관련해 축구협회는 "정관과 운영규정은 여러 상황에 대한 상세 규정과 세칙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명문화되어 있지 않은 과정이 진행되었다고 해서 이번 선임의 과정과 결과가 절차를 위반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선 의지도 보였다. 축구협회는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부분과 이사회 승인을 충분히 이행하지 않은 부분 등 미비한 점들은 앞으로 보완해서 실무 운영에 반영하도록 하겠다. 문체부가 우려를 효한 부분도 적극 고려해 관련 규정의 세칙을 신규 제정하거나 보완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인촌 문체부 장관으로부터 감사 결과를 보고받은 윤석열 대통령도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는 확실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유 장관으로부터 감사 결과를 보고받고 "국가대표는 대한민국 국민의 자부심이 되어야 한다. 특히 국민에게 큰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축구 대표팀의 사령탑인 감독 선발은 과정부터 공정하고 책임 있게 진행되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또 유 장관에게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여러 의혹에 대한 진상을 명백히 밝히고, 현장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는 확실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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