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4 찍먹 리뷰 "우리가 다 아는 익숙하지만 훌륭한 그 맛"
드디어 '디아블로4' 얼리 액세스가 시작됐다. 디아블로3가 출시된지도 벌써 1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죽인 악마들로 시체를 쌓으면 아리앗 산을 넘을 정도로 오랜 기간이다.
네팔렘들은 오래전에 악마 사냥을 멈추고 현생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서서히 기억에서 디아블로가 사라질 즈음 디아블로4 개발 소식이 들려왔다. 기자를 포함한 전 세계 네팔렘들은 환호했다. 디아블로2의 분위기를 이어받은 차기작이다. 게다가 방대한 빌드 시스템, 오픈 월드가 예고됐다.
디아블로 시리즈라면 잠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플레이할 만큼 진심이다. 디아블로4 역시 얼리 액세스가 시작되자마자 바로 플레이해봤다.
게임을 시작하면 전 세계 게이머를 놀라게 했던 시네마틱 트레일러가 재생된다. 겁에 질린 채로 기도문을 연신 읊어대는 사제와 의문의 남자, 그리고 부활하는 릴리트까지 다시 봐도 감탄을 자아내는 트레일러다.
영상이 끝나면 캐릭터 생성창으로 넘어간다. 얼리 액세스 기간에는 야만용사, 원소술사, 도적 3가지 직업만 플레이 가능하다. 클래스를 선택하면 커스터마이징과 성별을 설정한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클래스마다 성별을 지정할 수 있다.
디아블로4는 시리즈 최초로 외모 커스터마이징이 도입됐다. 얼굴, 머리, 머리색, 피부, 화장, 장신구, 표식 등을 원하는대로 선택 가능하다. 대작 MMORPG처럼 디테일한 수준은 아니고 다수의 프리셋을 제공하는 정도다. 프리셋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디아블로 세계관에 어울리는 스타일과 색감 위주로 구성됐고, 상징성 있는 표식을 잘 표현했다.
커스터마이징이 끝나면 본격적인 스토리가 시작된다. 여정을 떠나는 플레이어의 모습과 함께 성역에 대해 설명하는 내레이션이 흘러나온다. 성역은 본디 인류를 위한 곳이 아니었다. 드높은 천상과 불타는 지옥의 전쟁에서 벗어날 피난처로 창조됐다.
하지만 결국 영원한 분쟁의 새 전쟁터 전락하고 만다. 비밀 결사단인 '호라드림'은 인류를 보호해왔지만 현재 껍데기만 남은 상태다. 플레이어는 인간을 지배하려는 성역의 창조주들과 맞서게 된다.
디아블로4는 전작 '영혼을 거두는 자' 사건으로부터 50년 이후의 내용을 그리고 있다. 말티엘은 검은영혼석으로 성역의 인간을 대학살했고, 그 여파로 인류는 피폐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악마를 숭배하는 교단이 '릴리트'를 부활시킨다.
릴리트의 정확한 목적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정식 출시 이후 모든 스토리를 정주행한 뒤에야 릴리트와 이나리우스의 목적이 드러날 예정이다.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 중 하나는 스토리 전달력이다. 디아블로 명성에 걸맞게 극 초반임에도 높은 개연성을 갖는다. 또한 사이사이마다 컷신이 재생되어 플레이어에게 확실한 동기를 부여한다. 게임이 영화나 소설과 마찬가지로 예술의 범주에 들어간다는 걸 증명해주는 대목이다.
특히 교회에 강림한 릴리트가 간악한 말솜씨로 시민들을 타락에 빠트리는 장면이 일품이다. 릴리트는 사람들이 신앙에서 벗어나 죄악을 저지르도록 욕망의 불씨를 지핀다. 타락에 빠진 사람들은 광기를 보이며 사제를 살해한다.
광기에 물든 시민들의 표정이 압권이다. 또한 사제를 살해하면서 튀긴 피가 마치 하나님이 흘리는 피눈물처럼 표현된 장면은 디아블로4의 세계관과 성역의 현실을 예술작품처럼 표현했다.
스토리를 제외하고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디아블로2 특유의 다크하고 고어한 분위기를 잘 이어받았다. 전반적인 맵 디자인도 훌륭했다. 나무, 상자, 벽화, 석상 등 플레이어와 상호작용하는 사물들의 디테일도 모두 뛰어났다.
오픈월드답게 갓 모험을 시작한 동료 네팔렘들이 보였고, 필드에서 함께 몬스터를 처치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메인 스토리를 미루고 찾아가본 던전 탐험도 흥미진진했다.
전투 역시 훌륭했다. 초반부임에도 귀를 자극하는 사운드가 전투에 몰입감을 부여했고, 타격감도 뛰어나 컨트롤하는 맛이 있다. 스킬 시스템은 예고된 대로 다양성과 깊이가 엿보였다.
스킬은 일반 스킬과 주력 스킬이 세분화되어 있다. 단순히 스킬만 찍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스킬을 강화하는 세부 특성이 존재한다. 같은 스킬 포인트라도 빌드마다 스킬 구성이 완전히 달라진다.
얼리 액세스가 시작되고 잠깐 집중했을 뿐인데 눈 깜빡할 새에 두 시간이 흘렀다. 역시 디아블로 시리즈다운 몰입감이었다.
디아블로4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수준이다. 기대한 것 이상으로 재밌게 즐기고 있지만, 불안정한 서버와 프리징 현상, 프레임 드롭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이후 오픈 베타 테스트도 예정되어 있고 출시까지 꽤 많은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개선의 여지도 있다.
첫인상은 굉장히 만족스럽다. 아직은 수박 겉핥기에 불과하더라도 스타트가 좋다. 디아블로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기엔 충분하다. 앞으로 성역에서 어떤 모험이 펼쳐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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