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이 사람이랑 결혼했다.." 같이 살면 진이 쭉쭉 빠지는 남편의 공통점 3가지

남편이 퇴직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 집안 공기부터 달라진다. 아침상을 치우기 무섭게 점심은 뭐냐고 묻는 목소리가 거실에서 들려온다. 소파 위에는 벗어둔 양말과 읽다 만 신문이 그대로 널려 있다. 리모컨 소리와 헛기침 소리가 하루 종일 집 안을 채운다. 친구들과 잡아둔 약속도 남편 끼니 걱정에 번번이 미뤄진다. 아내의 하루는 남편이 집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두 배는 길어진다.

젊을 때는 바쁘다는 핑계로 넘어갔던 일들이 이제는 하루 종일 눈앞에 펼쳐진다. 큰 싸움이 없어도 매일 쌓이는 사소한 서운함이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남들 눈에는 별문제 없는 부부로 보이니 하소연할 곳도 마땅치 않다. 설거지를 하다 말고 한숨이 새어 나오는 날이 잦아진다. 남은 세월을 이 사람과 계속 함께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문득 스친다. 같은 집에 살면서 아내가 유독 기운이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1. 집안일은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하루 세 끼를 꼬박 차려야 하는데 수저 한 벌 놓는 법이 없다. 밥을 먹고 나면 그릇을 그대로 둔 채 텔레비전 앞으로 향한다. 세탁기 돌리는 법도, 분리수거 하는 요일도 모른다. 물 한 컵조차 직접 따르지 않고 아내부터 부른다. 양말이 어디 있는지, 약이 어디 있는지도 매번 물어본다. 아내가 잠깐 외출이라도 하면 밥 걱정하는 전화가 몇 번씩 걸려 온다.

평생 해온 일이니 당연하다고 여기는 태도가 아내를 더 지치게 만든다. 남편은 은퇴를 했는데 아내의 일에는 은퇴가 없다. 아내도 똑같이 나이를 먹었고 무릎과 허리가 예전 같지 않다. 도와달라고 하면 그것도 혼자 못 하느냐는 표정이 돌아온다. 몇 번 부탁하다 보면 차라리 혼자 하는 게 낫다는 체념만 남는다. 명절이나 제사 때가 되면 그 무게는 몇 배로 불어난다. 둘이 사는 집인데 짐은 혼자 지는 셈이다.

2. 아내가 말을 꺼내면 끝까지 듣지 않는다

아내가 고민을 꺼내면 몇 마디 듣기도 전에 말을 자른다. 그건 네가 잘못 생각한 거라며 정답부터 내놓는다. 자식 일이든 집안 행사든 결정은 늘 혼자 내린다. 의견을 보태면 뭘 안다고 그러느냐는 말이 먼저 나온다. 같은 이야기를 몇 번 해도 처음 듣는다는 얼굴이다. 텔레비전을 보면서 건성으로 고개만 끄덕이는 날도 많다.

말이 번번이 막히면 아내는 점점 입을 닫게 된다. 괜히 꺼냈다가 언성만 높아질까 봐 할 말을 삼키는 날이 늘어난다. 하루 종일 한 공간에 있어도 오가는 대화는 밥 먹자는 말이 전부다. 속마음을 털어놓을 상대는 자식이나 친구에게로 옮겨 간다. 남편 옆에 앉아 있는데 혼자 있을 때보다 더 외롭다. 식탁에 마주 앉아도 각자 휴대폰만 들여다보다 자리를 뜬다. 대화가 끊긴 부부는 한집에 사는 남과 크게 다르지 않다.

3. 아내가 아파도 모른 척한다

아내가 몸살로 누워 있어도 저녁은 언제 되느냐고 묻는다. 병원에 같이 가자는 말에는 바쁘다며 고개를 돌린다. 약을 사 오거나 죽 한 그릇 끓여주는 일은 기대하기 어렵다. 아픈 몸을 일으켜 끝내 부엌에 서는 쪽은 아내다. 아프다고 하면 나이 들면 다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정작 본인이 감기라도 걸리면 온 집안이 떠들썩해진다.

몸이 아플 때 받은 서운함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몇 년이 지나도 그날 혼자 누워 있던 기억이 또렷하게 남는다. 나이가 들수록 아픈 곳은 늘고 기댈 곳은 줄어든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외면당하면 앞으로 남은 시간이 더 막막해진다. 큰 병이라도 생기면 이 사람이 곁을 지켜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때부터 아내는 남편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의지할 곳을 찾는다. 혼자 견디는 데 익숙해질수록 남편의 자리는 조금씩 작아진다.

아내를 지치게 하는 건 큰 사건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무심함이다. 함께 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무게도 커진다. 노년의 부부 사이는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보다 오늘 어떻게 대하느냐로 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