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상을 보라. 음식 주문할 때 쓰는 키오스크처럼 생겼는데 카메라가 달려있고 화면엔 ‘재장전 필요하니?’라는 수상한 문구가 있는 대형 기계가 있는데 심지어 여긴 식료품을 파는 마트 안이다. 유튜브 댓글로 “해외 마트에서 총알을 파는 자판기가 있던데 진짜인지 궁금하다”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건 미국의 일부 주에서 최근 몇달 전부터 설치되기 시작했다는 ‘총알 자판기’다. 이름부터가 살벌한데 더욱 놀라운 건 설치된 장소도 식료품을 파는 마트 안에 있어서 여기는 천조국이구나라는 걸 느끼게 한다.

인트로에 나온 영상을 보면 구매자가 운전면허증 등의 ID카드를 입력한 뒤 카메라를 쳐다보면 안면인식기술로 신원인증이 진행되고 살 수 있는 총알을 고른 뒤 비용을 지불하면 검정 상자가 툭! 진짜 실탄이 나오는 형태로 돼 있다.

미국의 한 탄약 유통회사가 개발한 건데 현재 앨라배마 텍사스 오클라호마 등 3개 주의 마트 내부에 설치돼 있다.

앞으로 사냥이 활발한 산악 주변지대나 알래스카 등 야생동물 피해를 막기 위해 총기사용이 많은 지역으로도 이 기계 도입이 확대될 예정이라고 한다.

총기 사망자만 매년 수만명에 달하는 미국이고 총기 규제를 둘러싼 논란도 계속되는 나라이긴 한데 총기 소지 자체는 미국의 근본 기본권을 규정한 수정헌법에서 표현의 자유 다음으로 중요한 가치인 시민의 무장권 그것도 국가권력이 침해할 수 없는 권리로 명시돼있다.

그러니까 총기 문제는 단순히 진보 보수의 문제만이 아니라 미국의 역사와 함께해온 매우 복잡한 문제다.

흥미로운 것은 총알 자판기가 들어선 3개 주들이 모두 미국 남부지역인데, 전통적으로 총기 규제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 강하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경우에도 정신질환 병력이나 중범죄 전과자 등은 허용이 불가하지만 대체로 총기 소유에 대해 관대하다.

우리 상식으로는 좀 이해하기 어려운데 기본적으로 보수색채가 강한 미국 중남부의 경우 총기에 대한 관점 자체는 ‘총기로 무장해야 나와 내 가족을 지킬 수 있다. 총기 자체보다는 총을 쓰는 사람이 누구냐가 문제다’라는 인식이 이 지역에 널리 퍼져있다고 한다.

방송에서 미국사를 주제로 강의해온 전남대 김봉중 교수님의 설명.

[전남대 김봉중 사학과 명예교수]
"(미국인들의) 선조들이 총기 소지를 합법화했는데 총기 사건이 나온다고 해서 총기 규제를 할 수는 없다. 또 하나는 총기 사건이 날 때 차라리 총기를 허용해야만 비극을 더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에요."

끔찍한 총기 난사 사건만 봐도 플로리다(2018년 파크랜드 고등학교 총기 난사)나 텍사스(2022년 롭 초등학교 총기 난사) 등 남부 지역에서 많이 발생했는데도 그렇다는 얘기. 게다가 막강한 로비력으로 유명한 전미총기협회도 남부지역에 강성 지지층을 갖고 있다.

텍사스 현지에 사는 한국인 주민은 총알 자판기의 실효성이 있을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텍사스 거주 A씨]
"그래도 위험성은 더 있겠죠. 이게 잘 관리가 될까 다 그런 생각들은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어찌보면 총알 자판기라는 건 총기 규제 반대 여론이 강한 지역 정서를 파고든 틈새 마케팅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실탄 구매의 간편함과 안전함을 어필하면서도 또다른 마케팅 포인트는 신분증 스캔을 통해서 미성년자의 음성적인 구매를 막을 수 있다는 거다.

사냥용 엽총 구매는 18세 이상부터, 권총 구매는 21세 이상부터 가능한 점을 근거로 총알 자판기 역시 21세 이상만 구매하도록 차단했다는 것.

법망을 피해 사각지대가 많은 온라인에서 부모님의 신분증을 도용해 구입할 위험을 차단할 수 있어 더 안전하다는 건데 이건 사실 자판기에서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오히려 오남용가능성이 더 높아보이는데 주변에 아는 형만 데려와서 카메라 앞에 데려놓으면 대리 구매가 가능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