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차의 주행보조 기능(ADAS)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까? 차를 바꿔야 하나?
쉽지 않아 보이지만 이미 답을 찾은 운전자들이 있다. 자신의 차에 AI 스타트업 콤마.ai(comma.ai)가 만든 주행 보조 디바이스 오픈파일럿(Openpilot) ‘콤마3x(comma 3x)’을 설치하는 것.

콤마는 레벨 2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 기능이 제공되는 안드로이드 기반 하드웨어다. 스마트폰과 유사한 디자인으로 2160x1080 해상도의 OLED 디스플레이를 쓴다. 값비싼 LIDAR(Light Detection And Ranging) 방식이 아닌 카메라로 수집한 이미지 데이터를 기반하여 작동되는 것도 특징. 이 방식은 테슬라의 오토파일럿(Autopilot)과 유사하다고 평가받는다.

도로 상황 인지를 위해서 HDR 카메라가 3대, 도로 감시용 카메라 2대, 차량 내부 관찰용 카메라 1대로 총 6대의 카메라가 탑재되며 통신을 위한 LTE, Wi-Fi 그리고 정밀 GPS 및 관성 측정 장치(IMU, Inertial Measurement Unit)의 구성으로 시스템이 꾸려진다.
콤마.ai 측은 자동차 제조사가 제공하는 ADAS의 성능보다 더 강화된 주행보조 기능을 ‘콤마3x’로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콤마3x는 차선 중앙 유지(ALC, Automated Lane Centering), 적응형 크루즈 컨트롤(ACC, Adaptive Cruise Control), 차선 변경 보조(Lane Change Assist) 기능을 지원하는데 내부 관찰용 카메라에 비친 운전자가 한눈을 팔거나 졸지만 않는다면 스티어링을 쥐라는 잔소리도 하지 않는다.

장착은 쉬울까?? 콤마3x는 블랙박스 설치 위치와 비슷한 차량 앞 유리 상단에 부착된다. 그리고 차량에 기본 탑재된 카메라 모듈로부터 데이터 전송을 받기 위한 케이블과 OBD 커넥터에 전용 케이블을 연결시킨다. 케이블은 총 2개.
‘콤마3x’는 OBD 커넥터를 통해 제동, 가속, 조향 등의 주행 관련 모듈이 명령을 주고받는 CAN(Controller Area Network) 통신을 모니터링한다. 그리고 OBD 커넥터를 통해 CAN 통신을 제어, 주행보조 기능을 실행을 위해 제동, 가속, 조향 모듈에 명령을 전달한다. 설치가 완료됐으면 저속 주행을 통해 보정을 진행하고 출고 당시 기본 장착된 스티어링의 크루즈 컨트롤 버튼을 그대로 활용해 기능을 실행할 수 있다.
오픈파일럿의 디바이스 가격은 1250달러(한화 약 165만 원), 여기에 현대차 전용 케이블을 더하면 200달러(한화 약 26만 원)가 추가된다. 배송료는 약 30달러 정도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오픈파일럿이 매력적인 이유는 출고 당시 ADAS 옵션이 다소 미비한 차량도 오픈파일럿에서 제공하는 강화된 레벨 2 기능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이유로 하위 트림 준중형 모델을 소유한 운전자가 콤마3x를 사용한다면 가성비 측면에서 높은 만족도를 얻을 수 있다.

콤마.ai는 미국의 유명 해커 조지 호츠(George Francis Hotz)가 2015년에 설립했다. 조지 호츠는 17살이던 2007년 당시 아이폰을 탈옥(운영체제 제한을 임의로 해제) 시켜 천재 해커로 명성을 얻었다. 이어서 플레이스테이션 3, 갤럭시 S5 등을 해킹하는 등 해커로서 활동을 이어갔다. 그리고 콤마 One의 출시를 2016년에 발표 지금의 콤마3x에 이르렀다. 참고로 콤마의 주행보조 시스템의 근간이 되는 소프트웨어 이름은 오픈파일럿,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로서 소스코드가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다.

현재 콤마3x를 사용할 수 있는 차량은 250대 이상이다. 가장 지원이 많이 되는 제조사는 토요타이며 총 46대의 모델과 호환된다. 이어 현대 42대, 기아 36대, 폭스바겐 35대 순으로 나온다. 제네시스의 다양한 모델에도 사용할 수 있는데, 은근히 국산 차종에 대한 지원 폭이 넓다. 한편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일부 독일 제조사 모델은 지원이 되지 않는데 이들 차종의 대부분은 OBD 커넥터를 통해 CAN을 제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주로 개발자 커뮤니티, 얼리어답터 및 전기차 동호회를 통해 ‘콤마3x’가 입소문을 탔다. ADAS에 대한 기술적 이해도가 높은 자동차 소프트웨어 관련 개발자들의 사용 경험담도 반신반의로 찔러보던 사용자들에게 바람을 불어넣었다. 국내 사용자들의 대부분은 전기차 소유자들이며 일부는 제네시스 DH 등 차량이 CAN을 제어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지만 ADAS 기능이 빈약한 차종을 소유한 운전자가 콤마를 찾는다.
현재 콤마의 활성 사용자는 총 만명 이상으로 알려졌다. 이들 사용자로부터 쌓인 주행 마일리지는 1억 마일(1억 6천만 km) 이상이다.
기자도 콤마3x의 이전 버전인 콤마2 사용자였는데, 토요타의 SUV RAV4에 장착하고 약 1년간 다양한 도로 환경에서 경험해 봤다. 콤마2를 사용하면서 특히 마음에 들었던 기능은 차선 유지였다. 좋은 성능을 발휘해 장거리 주행에서의 피로를 대폭 낮춰주어 만족도가 높았다. 물론 나쁜 경험도 있었다. 햇볕이 정말 강렬하고 뜨거웠던 여름날 콤마2가 과열로 작동을 멈춘 것이다.

콤마의 최신 버전 3x는 전원관리 및 HDR 카메라, 안정성이 개선되었다고 하기에 콤마2의 문제가 상당 부분 보완됐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자동차 튜닝은 하드웨어를 교체, 성능을 개선하는 위주로 이뤄졌다. 한편 자동차에 탑재되는 센서 및 통신 프로토콜을 스마트하게 활용하면서 ADAS 기능을 강화하는 콤마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조화된 이 시대의 새로운 튜닝 트렌드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오토뷰 | 전인호 기자 (epsilonic@autoview.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