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승목, 무명배우에서 대세 신스틸러가 되기까지

배우 유승목이 데뷔 36년 만에 생애 첫 시상식 트로피를 거머쥐며 오랜 무명 시절의 설움을 씻어냈다.
유승목은 지난 5월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62회 백상예술대상에서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로 방송 부문 남자 조연상을 수상했다. 1990년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한 이래 36년 만에 처음으로 시상식 후보에 오른 데 이어 수상의 영예까지 안은 것이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 "모든 시상식을 통틀어 후보에 오른 것 자체가 처음"이라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상 받았다고 건방 안 떨 테니까 계속 불러달라"는 재치 있는 소감과 함께, 긴 세월 묵묵히 곁을 지켜준 아내를 향해 "이 상은 당신 거야!"라고 외치며 감동을 자아냈다.
"겨울이라 감기 걸릴까 봐..." 차마 말 못 했던 아내의 비밀

백상예술대상 조연상 수상 이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유승목은 과거 경제적으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던 무명 시절의 일화를 고백했다.
특히 가슴 아팠던 기억은 큰딸의 어린 시절 이야기였다. 유승목은 "큰딸이 5, 6살 때쯤 어린이집에 보냈는데 겨울에는 안 가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왜 안 보내냐는 그의 질문에 아내는 "겨울에 보내면 감기 옮아서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봄이 되어도 아내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았다.

시간이 흐른 뒤에야 유승목은 진짜 이유를 알게 됐다. 감기 때문이 아니라, 당장 낼 어린이집 원비(유치원비)가 없어서 보낼 수 없었던 것이다. 아내는 무명 배우인 남편이 기죽을까 봐 경제적인 어려움을 숨긴 채 홀로 속앓이를 해야 했다.
당시 아내는 가계에 보탬이 되기 위해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도 경기도 인근의 화훼단지 등에서 오래도록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지탱했다. 유승목은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연기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해야 하나 고민도 많았지만, 아내는 힘들다는 이야기를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며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에 눈시울을 붉혔다.
장난감 대신 몸으로 놀아주던 아빠, 연기력으로 증명하다

형편이 어려워 좋은 장난감 한 번 제대로 사주지 못했던 유승목은 대신 몸을 아끼지 않고 두 딸과 시간을 보냈다. 언덕에 가서 썰매를 끌어주고 냇가에서 잠자리를 잡아주며 아빠로서의 최선을 다했다.
이러한 아빠의 진심을 알고 자란 큰딸은 성인이 된 후, 촬영을 나가는 유승목의 식탁에 만 원짜리 지폐 두 장과 함께 "아빠 요즘 촬영하느라 힘들지? 이걸로 맛있는 거 사 먹어"라는 메모를 남겨 큰 감동을 안기기도 했다.

이처럼 단단한 가족의 지지 속에서 유승목은 조용히 내공을 다져왔다. 영화 '살인의 추억'의 기자 역할부터 시작해 다양한 작품에서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인 그는 마침내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에서 백정태 상무 역을 맡아 대중과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현실의 무게 앞에 고뇌하는 인간적인 빌런을 완벽히 소화해 내며 백상예술대상 조연상이라는 값진 결실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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