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한국 기업에게 ''제발 미국에 공장을 지어달라고'' 요청하는 진짜 이유

기술 격차를 메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

미국이 한국 기업에 연이어 구애 신호를 보내는 근본 이유는 설비가 아니라 사람과 공정에서 비롯된다. 미국 제조 르네상스의 성패는 1800도 이상 초고온 제철을 안정적으로 돌리는 조업기술, 실시간 배출을 제어하는 AI 폐루프 공정, 나노 단위까지 오차를 억제하는 자동화 캘리브레이션 같은 현장 지식에 달려 있다. 이 역량은 장비 도입만으로 재현되지 않고, 공정 데이터와 숙련, 암묵지의 축적이 결합될 때만 재현된다.

설비는 있는데 손이 없다

보조금과 관세로 유턴 제조를 밀어붙였지만 현장에선 핵심 인력 공백이 구조적 병목이 됐다. 일본은 공급망 변동성과 정책 리스크를 이유로 일부 라인을 유럽으로 돌렸고, 독일도 고비용 환경과 규제 불확실성 탓에 축소와 재배치를 병행했다. 결과적으로 공장이 서도 커미셔닝과 램프업을 이끌 숙련 인력이 부족해, 장비 가동률과 수율이 예상보다 낮은 상태가 반복되고 있다.

반이민 정치와 산업의 엇박자

주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전면에 내세워 한국의 공장 유치를 서두르지만, 연방과 지역 정치에서는 숙련 외국인 입국과 체류에 대한 제도적 문턱이 여전히 높다. 고난도 제조 현장에서 핵심 안전 책임자와 품질 리더, 제어 엔지니어는 대체가 어렵고, 단기간 내 내국인 재교육만으로 메꾸기 힘들다. 인력 수용이 막히면 보조금이 오히려 미완의 설비를 늘리는 역효과로 돌아온다.

양질의 일자리는 공정에서 나온다

대규모 투자 발표가 실제 지역경제에 안착하려면 라인 안정화, 부품 현지화, 품질 시스템 인증까지 이어지는 ‘운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구간을 단축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원천 기술을 손에 쥔 파트너를 생산거점과 함께 들여오는 것이다. 미국이 한국에 기대는 이유는 바로 이 실무 전환력, 즉 설계와 시운전, 양산 전환까지 끊김 없이 연결하는 실행력이 입증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더 이상 종속 변수가 아니다

한국 기업은 반도체, 배터리, 철강, 정밀화학에서 자체 생태계를 굴릴 만큼의 설계·장비·소재 역량을 확보했다. 외부 압박이 있어도 대체 시장과 대체 조달을 구성할 수 있는 옵션이 있고, 공정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스택까지 내재화가 진행됐다. 이런 배경은 협상력으로 환산된다. 공장만이 아니라 데이터 주권과 기술인력의 지위, 제도적 안전장치에 대한 확약을 요구할 명분이 생겼다.

한국 기업이 요구해야 할 7가지 안전판

영장 특정성 준수와 현장 법집행 프로토콜: 단속·점검 시 절차적 권리를 문서로 보장하고, 핵심 설비 중단으로 인한 손해에 대한 면책·배상 조항을 포함한다.

숙련 인력 비자 패스트트랙: 핵심 직군을 ‘크리티컬 스킬’로 지정하고, 가족 동반·갱신 안정성을 담보하는 전용 트랙을 신설한다.

규제 예측 가능성: 보조금과 세액공제의 유지 조건, 롤백·클로백 요건과 분쟁 해결 절차를 계약서에 명시한다.

데이터·지식 재산권 보호: 공정 데이터의 저장 위치, 접근 권한, 역설계 금지와 서플라이어 간 전가 금지 조항을 분명히 한다.

인력 안전과 노동 규범: 야간·고열·고압 공정에서의 산업안전 표준을 상호 승인하고, 감시·조사 시 통역·대리인 접근권을 보장한다.

현지 공급망 육성 로드맵: 부품·소재의 단계적 현지화 목표와 품질 인증 일정을 공동으로 설정해 리스크를 분산한다.

공공 인프라와 전력·물 보장: 전력 품질, 용수·폐수 처리, 재생에너지 크레딧 제공을 MOU가 아닌 계약에 담아 이행을 강제한다.

트럼프의 요청이 의미하는 것

정치적으로 강경해 보이는 관세·보조금의 언어 뒤에는, 글로벌 생산의 복잡성을 인정하고 현장 기술 파트너 없이는 성과를 낼 수 없다는 현실 인식이 깔려 있다. 기술과 사람을 동시에 옮겨야만 진짜 생산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한국은 미국에 필요한 ‘설비 보완재’가 아니라 결과를 담보하는 ‘성과 파트너’로 격상됐다. 결국 선택지는 명확하다. 공장을 세우되 규칙을 함께 쓰는 조건을 전제로, 상호 이익과 예측 가능성 위에 장기 연합을 설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