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김낙곤 사장 연임 "내부 비정규직 문제 눈감는 사장" 비판

김예리 기자 2024. 2. 22.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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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 위반 노동청·검찰 조사 중 재선임 논란
MBC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 회의서 언급 안돼"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MBC가 노동법 위반 혐의로 고용노동청 조사를 받는 김낙곤 광주MBC 대표이사의 연임을 결정했다. 피해 당사자인 비정규직 노동자와 노동사회단체들은 MBC가 임원 선임 기준으로 '방송 공정성'을 제시하면서도 내부 비정규직 문제를 외면하는 인사를 재선임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MBC가 지난 20일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에 보고한 'MBC 관계사 임원 사전협의결과'에 따르면 MBC는 광주MBC 대표이사에 김낙곤 현 사장을 재선임키로 했다. 방문진은 이를 포함한 MBC의 선임계획을 원안대로 진행했다. 방문진 측에 따르면 이날 이사회에서 김 사장이 받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 사안은 언급되지 않았다. MBC 관계사 선임은 향후 MBC 주주총회 의결로 확정된다.

김낙곤 대표이사는 현재 근로기준법 위반(근로계약 미체결) 혐의로 검찰 지휘 아래 광주고용노동청 조사를 받고 있다. 앞서 광주고용노동청은 '프리랜서'로 일하다 노동자성이 확인된 아나운서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이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며 김 대표이사에 근로계약 시정명령을 내렸다. 광주MBC가 시정 기한을 넘겨 명령을 불이행하면서 노동청은 검찰에 김 대표이사 입건 절차로 넘어가달라는 내사지휘를 건의했고, 검찰은 보완수사를 명령한 상태로 알려졌다.

▲노동인권단체 엔딩크레딧은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 MBC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문화진흥회와 MBC 본사가 방송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지역MBC 사장을 선임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윤유경 기자.

김 대표이사 재임 중 광주MBC에선 비정규직 문제가 잇달아 발생했다. 이른바 '위장 프리랜서'로 9년째 일해온 김동우(가명) 아나운서는 2021년 3월 김 대표이사 취임 뒤 업무배제를 겪고 자신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며 진정했다. CG·무대설치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위장도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같은 날 광주MBC는 해당 아나운서에게 재차 프리랜서 업무위탁 계약서를 제시했다. 김동우 아나운서는 “2022년 8월 노동자성을 확인받은 뒤 2년째, 또 프리랜서 계약을 하라고 전달받았다. 정말 힘이 빠지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김 아나운서는 “노동청 통지서와 지방노동위 판정문은 제가 2016년 4월 입사한 노동자이며 2018년 4월부터 정규직 전환된 것으로 봐야한다고 적시했다. '프리랜서'란 이름으로 그렇게 일하다 40대가 됐는데, 어떻게 0호봉으로 시작하나”라며 “받아들일 수 없는 노동조건을 제시받고, 이를 거절하자 협상이 결렬됐다는 이유로 프리랜서 계약서를 제시받는 데에 모멸감을 느낀다”고 했다. 광주MBC는 노동청 시정명령 이후 최근까지 그에게 0호봉(9년 근속 불인정) 조건의 근로계약서를 제시해왔다.

광주MBC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미디어노동인권 연대체인 '엔딩크레딧'은 지난 15일 김 대표이사 재선임에 반대하며 방문진에 관련 면담을 요청했지만 방문진 측 거절로 이뤄지지 않았다. 엔딩크레딧은 “지역사MBC 사장 선임 기준으로 '방송 공정성'을 선임기준으로 제시하면서 내부 비정규직 문제를 눈감는 사장을 선임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엔딩크레딧과 직장갑질119, 광주비정규직노동센터,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21곳 노동·언론·사회단체가 결성한 '광주MBC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모임'은 23일 광주지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엔딩크레딧 제공

MBC 측은 김 대표이사 재선임 이유, 비정규직 불법 사용이 '방송공공성' 선임기준 미달이란 의견에 대한 질문에 “MBC 계열사 사장은 노사 동수 추천위원회의 추천 절차 등 근로자들의 의견을 포함해 업무 역량과 자질을 종합적, 다면적으로 평가해 결정한다”고 답했다.

이대로 엔딩크레딧 대표는 김 대표이사 재선임에 대해 “광주MBC의 불법 행태는 사실로 밝혀졌고, 혐의에 보완수사가 이뤄지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MBC가 그를 이례적으로 재선임한 건 MBC 입장에서도 위험부담이 큰 인사”라며 “방문진과 MBC가 김 아나운서를 비롯해 광주MBC 내 불거진 비정규직 문제를 전혀 들여다보지 않았거나, 부적절한 선임으로 공영방송의 역할과 이미지에 큰 손실을 입힌 것”이라고 말했다.

방문진 사무처 관계자는 “지역MBC 사장 선임은 MBC가 전권을 쥐며 방문진은 협의할 뿐”이라며 “MBC가 보고한 사전협의 자료에 (김낙곤 사장 근로기준법 위반)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았고, 그런 문제가 사전에 적시되지 않았다”고 했다.

광주MBC 측은 “방문진 보고일과 계약서 제시 날짜가 겹친 것은 우연일 뿐 인과관계가 없다”며 “시정지시에 따라 10여 차례 서면과 대면 협상을 진행하는 등 근로계약 노력을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이사는 22일 입장을 묻기 위한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 연락에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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