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핫플레이스 추천 여행
기저귀로 때론 수건 대용으로도 쓰던 천의 이름이 ‘소창’이라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2018년 소창체험관이 문을 열며 강화군 원도심 여행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소창체험관’과 ‘방치된 직물공장이 바느질과 한복 체험 등의 생활문화센터가 된 '동광직물 소창공장'까지 '강화 원도심 고려 도성 여행'이 추천코스라고 하는데요. 골목 사이사이를 걸으며 고려시대부터 1960~70년대 산업화기에 이르는 인천 강화군, ‘정책주간지 K-공감’과 함께 가볼까요?
씨실 날실 시간이 교차된
소창 조각에
강화 순무 도장 꾹?
세탁기도 건조기도 없던 시절, 집집마다 마당 한쪽 빨랫줄엔 하얀 무명천이 바람에 펄럭거렸습니다. 햇볕에 바짝 말라 하얗고 빳빳해진 천은 엄마의 손길에 한결 부드러워진 채로 차곡차곡 접혀 서랍장에 채워졌습니다. 기저귀로 때론 수건 대용으로도 쓰던 그 천의 이름이 ‘소창’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불과 몇 년 전, 인천 강화군 원도심에 ‘소창체험관’이 문을 열고 난 후였습니다. 소창의 내력이 궁금해 강화군 원도심 여행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소창체험관’과 ‘동광직물 생활문화센터’를 찾았습니다.
강화 직물산업의 유산 ‘소창’
‘기저귀 천’인 줄로만 알았던 강화 소창의 역사는 19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일제강점기 ‘직물사업 발전계획’이 수립된 후 1916년 강화직물조합이 설립됐습니다. 1930년대 강화도 강화읍 일대엔 최초의 근대식 직물공장인 조양방직을 시작으로 평화직물, 심도직물, 이화직물 등 60여 곳의 크고 작은 직물공장이 들어섰습니다. 이후 1970년대까지 인견·비단 등을 생산하는 직물산업으로 번성했지만 1970년대 중·후반 값싼 중국 면사 등이 수입되고 합성섬유 도시인 대구로 직물산업의 중심지가 이동하면서 강화 직물산업은 뒤안길을 걷게 됐습니다. 한때 공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만 4000명이 넘었다던 강화읍은 현재 공장 7곳만이 남아 강화 소창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소창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계기는 2018년 문을 연 소창체험관 덕분입니다. 때마침 친환경 바람을 타고 친환경 섬유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던 시기. 소창체험관은 인근의 동광직물 생활문화센터, 조양방직 등과 함께 강화도 원도심 ‘뉴트로’ 여행코스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평화직물 공장의 새 활용
소창체험관은 1956년 문을 열어 강화 직물산업의 한 축을 담당했던 평화직물을 리모델링했습니다. 골목 안 고즈넉한 한옥의 대문 안으로 들어서면 어디선가 “철커덕 턱, 철커덕 턱” 소리가 들려옵니다. 소리를 따라가면 ‘소창직조시연관’이 기다립니다. 소창은 목화솜에서 뽑아낸 실을 이용해 만든 면직물입니다. 조숙자 강화군 문화관광해설사는 “‘살아서 한 필, 죽어서 한 필’이라는 옛말이 있을 정도로 소창은 어릴 땐 기저귀로 쓰고 죽고 난 후엔 관끈(관을 묶는 끈)으로 쓰였던 유용한 직물”이라며 “기저귀와 관끈이 아니더라도 배냇저고리, 속옷, 손수건, 행주, 이불보, 혼례식 함 끈 등 일상에서 가장 편히 썼던 직물이 소창”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시연관의 유리창 너머로 커다란 방직기계의 씨실과 날실이 시계 초침에 박자라도 맞추는 듯 서로 교차하며 하얀 면사를 뽑아냅니다. 소창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실시간 지켜보다 보면 머릿속이 단순해집니다. 방직기계의 수많은 부품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내는 기계음도 어느 순간부터 백색소음처럼 들립니다. “철커덕 턱, 철커덕 턱.” 그렇게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겨우 한쪽의 소창이 완성됩니다.
바로 옆 소창전시관은 염색공장 건물로 쓰였던 곳을 강화 직물산업의 역사와 소창 직조 과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전시관으로 꾸몄습니다. 평화직물에서 직조된 직물, ‘강화직물협회’의 낡은 간판, 손때 묻은 베틀, 수동 직조기와 기계 직조기, 강화 직물공장촌의 빛바랜 사진 등이 유물처럼 전시돼 있습니다. 그 옛날 베틀을 이용해 일일이 손으로 천을 지어내던 시절의 풍경을 재현한 모형도 흥미롭습니다. 퇴역해 이제는 테이블로 쓰이는 낡은 ‘SINGER’ 재봉틀을 앞에 앉아 잠시 쉬어가세요. 강화도는 1934년 조양방직으로 전기가 처음 들어온 곳. 당시에 세워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근대의 나무 전봇대가 부근에 남아 있습니다.
소담스러운 마당의 중심엔 ‘1938 한옥’이 묵직하게 자리합니다. 다도관으로 변신한 이 한옥은 평화직물을 설립한 마진수 대표의 사택이었습니다. 상량문이 그대로 남아 있는 한옥 대청마루에 앉으면 강화 특산 순무차를 무료로 내어줍니다. 칼슘과 비타민이 풍부해 눈과 귀를 밝게 하고 호흡기, 관절 등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구수하면서 깔끔한 순무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다보면 시간도 잊습니다.
소창 손수건 만들기, 바느질 체험도
‘1938 한옥’ 옆 나란히 있는 공간들은 각각 소창바느질체험관, 소창스탬프체험관으로 활용 중입니다. 그중 소창스탬프체험관에선 어린아이뿐 아니라 중장년층, 외국인 관광객들도 좋아하는 체험이 기다립니다. 하얀 캔버스 같은 보드라운 소창 원단에 순무, 인삼, 포도, 고구마, 대하 등 강화도 대표 특산품 모양의 스탬프를 자유롭게 찍어 나만의 손수건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예약 후 무료 체험). 스탬프를 찍는 단순한 체험인 데도 체험객들의 만족도는 꽤 높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체험을 진행하는 직원에 따르면 평일엔 100여 명, 주말엔 200~300명 정도 손수건 만들기 체험을 하고 갑니다. 철칙이 있다면 체험 시 소창 원단은 딱 한 장 제공한다는 것. 때문에 체험객들은 스탬프를 찍을 때면 세상 신중해집니다. 유료로 진행하는 바느질 체험은 손수건부터 베개 커버, 쿠션 커버 등을 다양하게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소창체험관에서 유일한 현대식 건물로 가장 최근에 문을 연 소창기념품전시관·한복체험관에선 한복 체험(3000원)이 기다립니다. 고려시대 의상과 현대 한복을 입고 소창체험관을 둘러보며 기념사진 남기기에 좋습니다. 특히 어린아이를 둔 가족과 젊은층에게 인기입니다.
방치된 직물공장이 생활문화센터로
소창체험관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엔 2023년 5월 동광직물 생활문화센터가 문을 열었습니다. 동광직물 역시 조양방직, 평화직물, 심도직물 등과 함께 강화 직물산업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였습니다. 폐업 후 한동안 흉물로 방치돼오던 건물은 2020년 강화군이 문화공간으로 꾸미면서 강화 원도심 여행에 활력소가 되고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동광직물 소창공장’입니다. 천장 위에 길게 늘어뜨린 천만 보면 언뜻 근사한 연회장을 연상케 합니다. 하얀 실타래, 천을 만드는 데 쓰였던 정경기, 검단기, 후다기, 호부기 등의 기계들을 둘러보다 보면 활기에 찼을 전성기 공장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소창공장 반대편 공장 쉼터에 소창과 물레 등으로 꾸민 포토존은 지나칠 수 없습니다. 한쪽 벽면 스크린엔 강화 소창공장의 역사를 알리는 영상이 상영됩니다. 책을 좋아하는 이라면 묵직한 책장으로 둘러싸인 2층 북카페로 가볼 일입니다. 책을 읽지 않더라도 쉬어가기 편안한 분위기의 독서공간이 기다립니다.
소창의 역사따라 ‘강화 스토리워크’
동광직물 소창공장 역시 예약 후 바느질 체험(3000원)과 한복 체험(3000원)을 해볼 수 있습니다. 11월까지 매달 첫째·넷째 주 토요일엔 원데이클래스도 진행합니다. 지금은 카페로 유명해진 조양방직도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습니다. 근현대박물관을 방불케 하는 방대한 골동품들과 추억의 물건들이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합니다.
소창체험관, 동광직물 생활문화센터를 시작으로 ‘강화 원도심 고려 도성 여행(스토리워크)’도 해볼 만합니다. 용흥궁, 성공회강화성당, 강화 3·1독립운동 기념비, 고려궁지를 비롯해 직물산업의 발자취인 노동사목 표지석, 이화견직 담장길, 심도직물터를 두루 거치는 도보 탐방 코스입니다. 골목 사이사이를 걸으면서 고려시대부터 1960~70년대 산업화기에 이르는 강화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보면 어느새 다시 소창체험관 담장입니다. 목화솜이 수놓은 담장을 뒤로하고 골목을 걸어나오는 길, 시연관 방직기계는 쉴 새 없이 둔탁하면서도 우직한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소창체험관
주소 인천 강화군 강화읍 남문안길20번길 8
문의 (032)934-2500
동광직물 생활문화센터
주소 인천 강화군 강화읍 남문안길 35
문의 (032)934-8708
강화군의 또 다른 ‘로컬100’
강화기독교역사기념관
인천 강화군 강화읍 갑곶돈대 맞은편에 강화기독교역사기념관(이하 기념관)도 소창체험관과 함께 ‘지역 문화 공간’에 선정됐습니다. 2022년 개관한 기념관은 강화 지역에 산재한 기독교 문화유산을 널리 알리고 강화기독교 역사의 근대사적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해 설립된 곳입니다. 현재 조성 중인 강화기독교 역사·문화 순례길의 시작점이기도 합니다.
연면적 1877㎡(568평)에 지상 2층 건물로 기념관에는 교산교회, 강화기독교의 전파 과정, 초기 선교사와 강화기독교인의 삶 등의 내용을 살펴볼 수 있도록 조성했습니다. 일제강점기 교회 마룻바닥 아래에 숨겨 지켜낸 교회 종과 항일운동 순교 기념비 등이 남아 있습니다.
글 · 사진 박근희 객원기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지역의 문화매력을 찾아내고 지역문화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지역의 명소, 콘텐츠, 명인 등을 ‘로컬100’으로 선정했습니다. ‘로컬100’은 2023년 3월 발표한 ‘지방시대 지역문화정책 추진 전략’의 후속조치로 지역을 대표하는 유·무형 문화자원을 선정·홍보하기 위해 새롭게 추진하는 사업입니다. ▲지역의 문화공간 ▲문화예술형 축제와 이벤트 ▲생활·역사형 축제와 이벤트 ▲문화마을·거리·상권 ▲지역유산 등 분야별로 엄선한 ‘로컬100’을 2023~2024년 2년간 국내외에 집중적으로 홍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