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마드리드까지 이어진 쿠팡플레이 스포츠의 5년
20일 오후 10시 15분 아틀레티코-레알 스페인 현지 생중계

팬에게 축구 중계는 90분이다. 중계를 만드는 사람들의 경기는 킥오프 훨씬 전부터 시작한다.
해외 구단과 협상하고 경기장을 확보한다. 선수단의 숙소와 이동 동선을 설계하고, 방송 장비와 카메라를 설치한다. 수만 명의 관중이 들어오는 길과 나가는 길도 살펴야 한다. 하프타임 공연이 있다면 무대는 15분 안에 들어왔다가 흔적 없이 사라져야 한다.
이 과정이 끝나야 한 경기가 시청자의 화면에 도착한다.
쿠팡플레이가 20일 오후 10시 15분 스페인 마드리드의 리야드 에어 메트로폴리타노에서 열리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를 현지 생중계한다. 소준일 캐스터와 황덕연 해설위원이 현지 중계석에서 마드리드 더비를 전한다.

이강인이 아틀레티코 유니폼을 입고 맞는 첫 마드리드 더비다. 관심은 그라운드에 쏠리지만, 경기를 한국까지 연결하는 사람들은 화면 밖에 있다.
쿠팡플레이 스포츠 총괄 이종록 전무와 스포츠 마케팅팀 김기범 이사, 스포츠 운영팀 전재한, 중계를 맡아온 민사연 PD가 그들이다.
이종록 전무가 방향을 잡았고 김기범 이사가 구단과 리그를 연결했다. 전재한은 경기장의 제한된 시간을 해결했고 민사연 PD는 현장의 잔디 결까지 화면으로 옮겼다.
네 사람의 역할은 달랐지만 출발점은 같았다.
팬에게 무엇을 더 보여줄 것인가?
“이런 경험을 대한민국으로 가져오면 어떨까”
쿠팡플레이 시리즈의 시작에는 이종록 전무의 질문이 있었다.
2022년은 코로나19의 여파가 남아 있던 때였다. 국내 스포츠 이벤트 업계에서는 좋지 않은 선례가 반복되며 현장 관람에 대한 팬들의 신뢰도 흔들리고 있었다.
반대편에서는 손흥민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며 한국 축구 팬들을 열광시키고 있었다. 이종록 전무는 세계적인 선수와 구단의 경기를 함께 즐기는 경험을 한국으로 가져오는 방안을 떠올렸다.

아이디어가 실제 경기로 이어지는 과정은 간단하지 않았다.
해외 구단을 초청한 뒤 경기장과 숙박 시설을 확보해야 했다. 선수단 이동과 훈련 일정, 방송 제작, 관중 동선과 안전 관리도 동시에 맞춰야 했다. 첫 쿠팡플레이 시리즈를 위해 수백 명의 인력이 수개월 동안 움직였다.
쿠팡플레이에 따르면 첫 두 경기에는 10만 명이 넘는 관중이 입장했다. 생중계 총접속자는 300만 명을 기록했으며 모두 와우회원이었다.
이종록 전무는 첫 대회 당시 관중이 열광하는 광경을 보며 눈물이 났다고 돌아봤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벅찬 감정이 일주일 동안 이어졌다고 했다.
첫 성공은 쿠팡플레이를 해외 스포츠 영상을 공급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에서 경기를 직접 기획하고 제작하는 사업자로 확장시켰다. 다음 질문도 생겼다. 어떤 구단을 부를 것인가를 넘어, 팬에게 어떤 경험을 더 줄 것인가였다.
전재한에게 허락된 시간, 단 15분
쿠팡플레이에 따르면 2023년 쿠팡플레이 시리즈에서 국내 축구 경기 최초의 하프타임 쇼를 선보였다.
하프타임은 15분이다. 공연진과 장비가 그라운드에 들어오고 공연을 마친 뒤 모두 빠져나가는 시간까지 포함된다. 철수가 늦어지면 후반전 시작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장 운영을 맡은 전재한은 공연진에게 축구화를 신겼다. 리허설 시간을 줄이고 공연진의 입장과 철수를 각각 2분 30초 안에 끝내도록 반복해서 연습했다. 특수 LED 보드와 조명은 경기장 보드 뒤 배수 공간을 활용해 설치했다.
수많은 사람이 15분의 공연을 위해 초 단위로 움직였다.

하프타임 쇼는 이후 쿠팡플레이 시리즈를 상징하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트와이스와 뉴진스, 아이브, 투애니원 등 K팝 가수들이 무대에 올랐다. 축구 경기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경기장을 스포츠와 공연이 만나는 공간으로 넓혔다.
40일 만의 빅매치, 준비된 관계가 속도를 만들었다
세계적인 구단의 방한 경기는 발표 직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구단 일정과 선수단 이동, 경기장과 상대 팀을 모두 맞춰야 한다. 일반적으로 약 10개월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 쿠팡플레이의 설명이다.
2023년 이강인이 마요르카를 떠나 파리 생제르맹으로 이적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기회가 열렸다. PSG의 아시아 투어 일정과 연결하면 이강인의 새 팀을 한국으로 초청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적이 공식 발표되기 전까지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미리 경기를 발표할 수도 없었고, 이적이 확정될 때까지 모든 준비를 미룰 수도 없었다.
스포츠 마케팅팀 김기범 이사는 여러 가능성을 동시에 준비했다. 이강인의 PSG 이적이 확정되자 곧바로 실행에 들어갔다.

PSG 초청을 결정한 뒤에도 경기장과 상대 팀을 구해야 했다. 선수단의 이동 동선을 고려해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을 확보하고 K리그 우승 경력이 있는 전북 현대를 상대 팀으로 섭외했다.
경기 개최까지 걸린 시간은 40일이었다.
빠른 실행의 바탕에는 구단 및 리그와 쌓은 관계가 있었다. 쿠팡플레이는 국내외 리그를 중계하며 현지 구단과 접점을 넓혔다. 어느 구단이 어떤 선수에게 관심을 두는지도 살피며 선수 이적이 확정됐을 때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을 준비했다.
김기범 이사는 이후 팬을 경기 선택의 주체로 끌어들이는 작업에도 참여했다.
2024년 시작한 ‘쿠플영플’은 K리그1 12개 구단이 22세 이하 선수를 한 명씩 추천하고 팬 투표로 최종 한 명을 선발해 팀 K리그에 합류시키는 프로그램이다.
첫 쿠플영플로 뽑힌 양민혁은 같은 해 토트넘 홋스퍼로 이적했다. 팬의 선택으로 시작한 무대가 유럽 진출 가능성을 보여주는 쇼케이스로 이어졌다.

선수와 심판의 눈, 잔디 결과 땀방울까지
팬과 그라운드의 거리를 줄이려는 시도는 방송에서도 이어졌다.
2024년 도입한 ‘쿠플 바디캠’은 선수와 심판의 시점에서 경기를 보여주는 일인칭 촬영 방식이다. 기존 중계 카메라가 담기 어려웠던 선수 사이의 거리와 경기 속도를 전달했다.
2026년에는 화질을 바꿨다.
쿠팡플레이에 따르면 2026 쿠팡플레이 시리즈를 통해 국내 스포츠 생중계 최초로 4K HDR 방식을 도입했다.
야외 경기장은 빛의 변화도 크다. 해가 움직이고 구름이 지나가면 카메라에 들어오는 밝기와 색상이 달라진다. 여러 카메라의 화면이 제각각으로 보이지 않도록 경기 내내 수치를 조정해야 한다.

중계를 맡아온 민사연 PD에 따르면 4K HDR 생중계는 기존 HD 중계보다 최소 2배 이상의 전문 인력이 투입돼도 쉽지 않은 작업이다. 촬영한 영상이 제대로 구현되는지, 송출 과정에서 화질이 떨어지지 않는지 경기 종료까지 확인해야 한다.
민 PD는 쿠팡플레이 스포츠팀을 “스포츠에 미쳐 있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단순히 더 많은 경기를 확보하는 데 머물지 않고 팬을 어떻게 다시 놀라게 할지 고민한다는 의미였다.
화려한 ‘최초’보다 먼저 지킨 안전
새로운 시도가 늘어날수록 현장의 위험도 커진다.
수만 명의 관중과 해외 선수단, 공연진과 방송 제작진이 같은 공간에서 움직인다. 선수단 이동과 관중 동선, 무대 설치, 방송 장비 운영 중 한 부분에 문제가 생겨도 행사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쿠팡플레이가 새로운 시도와 함께 강조해 온 원칙은 안전이다.

쿠팡플레이는 시리즈를 개최한 5년 동안 안전 관리 부주의로 인한 사고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기범 이사는 무사고 운영이 구단과 유관 기관, 팬의 신뢰를 얻는 기반이 됐다고 설명했다.
하프타임 쇼와 바디캠, 4K HDR 생중계도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이어갈 수 없다. 눈에 띄는 장면을 만드는 능력만큼 모든 일정이 문제없이 끝나도록 관리하는 일이 중요하다.
서울에서 마드리드까지
쿠팡플레이 스포츠가 다음으로 향하는 곳은 스페인 마드리드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레알 마드리드는 20일 오후 10시 15분 리야드 에어 메트로폴리타노에서 맞붙는다. 이강인은 오사수나전에서 리그 2호 골을 넣고 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뒤 첫 마드리드 더비를 맞는다.
경기 내용과 이강인의 승부처는 별도의 프리뷰에서 다룬다. 이 기사에서 주목한 대상은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이종록 전무가 첫 질문을 던졌고 김기범 이사가 구단과 리그를 연결했다. 전재한은 경기장의 15분을 설계했고 민사연 PD는 현장의 움직임을 시청자의 화면으로 옮겼다.
20일 밤 팬에게는 한 경기로 보일 것이다. 제작진에게는 5년 동안 축적한 경험과 여러 부서의 움직임이 겹치는 마지막 90분이다.
마드리드 더비의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화면 밖의 경기도 끝나지 않는다.
출처: 스탠딩아웃 뉴스(https://www.standingou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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