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현대건설의 심장이었던 그녀, 이젠 도로 위에서 뛴다…황연주, 마지막 챕터를 시작하다

2025년 5월, 한국 여자배구에 전율이 흐른다. '기록의 여왕', 황연주(39)가 15년을 헌신한 현대건설과 작별하고, 한국도로공사로의 이적을 확정지었다. 이적이라기보단 해방, 아니 스스로를 증명하기 위한 또 다른 출발선이다. 프로 22번째 시즌을 향한 그녀의 발걸음은 도전과 존재 증명의 이야기다.
■ 팀의 얼굴에서 명예로운 퇴장까지, 현대건설과의 15년

2004년 흥국생명에서 데뷔한 황연주는 2010년 FA로 현대건설에 합류하자마자 정규리그, 챔프전, 올스타전 MVP를 휩쓸며 통합우승을 견인했다. 트리플 크라운 달성. 그녀는 현대건설의 에이스, 아니 아이콘이었다.

그 후 15년. 득점 5,847점, 서브득점 통산 1위(461개), V리그 최초의 3천-4천-5천득점 돌파. 우승 반지는 6개. 2023~2024시즌 기준 공격 성공률 40.98%. 현대건설에서 황연주는 존재 그 자체였다. V리그 20주년 베스트7에 선정된 것도 그녀의 상징성을 증명하는 사례다.

■ 예고 없는 통보, "은퇴는 내가 결정한다"
2025-2026시즌을 앞두고 황연주는 구단으로부터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그것도 일방적으로. 그녀는 인터뷰에서 "팀 사정은 이해하지만, 제게 아무 말도 없이 결정된 게 아쉬웠다"고 말했다. 은퇴 여부조차 묻지 않은 구단. 그녀는 코치직 제안 대신, 선수로서의 마지막 불꽃을 택했다. "은퇴는 내가 결정하고 싶다"는 그녀의 말은 많은 팬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남겼다.
■ 한국도로공사, 마지막 무대를 제안하다

현역 연장을 희망했던 황연주는 스스로 팀을 찾아 나섰고, 한국도로공사와의 연결이 성사됐다. 이효희 코치가 연결고리가 됐고, 도로공사는 공격 자원의 보강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모마의 SEA게임 차출, 문정원의 리베로 전환 등 복합적인 이유 속에 황연주는 최적의 카드로 떠올랐다. 베테랑 선수에겐 단순한 출전 이상의 역할이 주어진다. 도로공사 백업진 공백과 분위기 쇄신의 중심이란 기대도 크다.
황연주는 도로공사와의 계약을 앞두고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 몸 상태는 문제없다. 바로 뛸 수 있다"며 KOVO컵 출전도 준비 중이다. 이적은 방출 후 자유계약 형태로 이뤄질 예정이다.
■ 기록보다 중요한 것, 황연주의 '존재 의미'

황연주는 단순한 레전드가 아니다. 그녀는 여자배구 최초의 트리플 크라운 달성자이며, 공격과 서브 양면에서 역사를 써온 인물이다. 국가대표로선 런던 올림픽 4강 신화를 함께 했고, 개인 통산 득점 3위(5847점), 서브 득점 1위(461개), V리그 신인상 수상. 통산 22시즌을 누빈 여정에서 '기록의 여왕'이란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2024-2025시즌엔 9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공격 성공률 40.98%를 유지했다. 숫자 이상의 노련함과 팀 기여도를 보여준 시즌이었다. 한국도로공사에서도 그는 단순한 '노장'이 아닌, 득점원으로서의 가능성을 품은 카드다. 특히 모마와 함께했던 호흡을 그대로 옮겨올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은 더 크다.
■ 코트 위에 남은 마지막 이야기

황연주는 여자배구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왼손 공격수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특유의 빠른 스윙, 날카로운 백어택, 그리고 서브 에이스까지. 흥국생명에서 시작된 커리어는 현대건설에서 정점을 찍었고, 이제 한국도로공사에서 새로운 문장을 쓰려 한다.
그녀의 플레이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기억'이었다. 여전히 뛰고 싶다는 의지, 여전히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자부심, 그리고 팬들에게 인사조차 건네지 못한 이별에 대한 아쉬움이 황연주의 등을 밀었다.
■ 리그를 떠나는 게 아니라, 리그를 확장하는 이적

황연주의 이적은 단순한 세대교체의 상징이 아니다. 이건 한 명의 레전드가 스스로의 커리어를 끝까지 책임지고자 내린 선택이다. 팬들이 떠올릴 건 '떠나는 황연주'가 아니라, '끝까지 뛴 황연주'일 것이다.
그녀는 여전히 코트 위에서 이야기할 게 많다. 지금 이 순간에도, 황연주는 뛸 준비를 마쳤다. 마지막 챕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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