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 최대 4조 매출 올린 대한항공, '유류비·환율'에 울었다
대한항공이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고도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하회하는 영업이익을 냈다. 늘어난 항공 여객·화물 수요에 대응했지만 고환율·고유가 등의 영향에 따라 영업비용이 급증하며 수익성은 되레 나빠졌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2분기 매출은 4조23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4% 개선된 실적이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2% 감소한 4134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6% 줄어든 3490억원에 그쳤다.
이같은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은 시장 예상치를 크게 하회하는 수준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전망한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4680억원으로 실제 영업이익과 비교하면 11.6% 높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시장 예상을 하회한 것은 수요 회복에 따른 수익보다 유류비 등 비용 지출이 늘고 환율이 급등한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항공사 운영비용 중 유류비는 매출 원가의 20~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통상적으로 연간 3100만배럴의 항공유를 사용한다. 항공유 가격이 배럴당 1달러 오른다면 3100만달러(약 427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올해 4~5월 전 세계 평균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100~111달러 수준으로 형성됐다. 6월에는 95달러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지난해 2분기 평균 가격(약 90~98달러)과 비교하면 11~13% 이상 높은 수준이다.
지난 2분기 내내 높은 수준의 원달러 환율이 유지된 것도 실적에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2분기 원달러 환율은 1300원 초중반에 형성됐지만 올해 2분에는 평균환율은 1370.44원을 기록했다.
다만 수익성이 높은 장거리 노선과 항공화물 물동량이 증가하면서 큰 폭의 수익 감소를 피할 수 있었다. 2분기 화물사업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증가한 1조972억원을 기록했다.
알리·테무·쉬인 등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들의 부상으로 국제 항공 배송이 급증한 영향이 컸다. 또한 반도체·자동차·디스플레이 부문 항공화물 수요에 대응한 것이 유효했다.
긍정적인 부분은 항공 화물 운임이 5개월 연속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항공화물 운임 지수를 발표하는 홍콩 TAC 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홍콩-북미 노선 항공화물 운임은 1㎏당 5.75달러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앞서 1월 5.22달러와 비교하면 10.2% 상승한 수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글로벌 정세에 따른 외부영향 변수가 많았던 점이 수익성에 큰 영향을 줬다"라며 "3분기에는 전자상거래 수요 유지 및 신규 화주 발굴, 다양한 수요 확보 등으로 보다 좋은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