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의 방과후 학교 수업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인 아이는 다양한 방과후 학교 수업을 듣는다. 월요일에는 베이킹 수업, 화요일에는 요리 수업, 수요일에는 바둑, 목요일에는 과학, 그리고 금요일에는 축구 수업을 들어간다. 방과후 학교를 매일 가다 보니 태권도 외의 학원을 다니는 것은 어렵다. 그래도 자신이 원하고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이니 배우고 싶은 것들은 웬만하면 다 들어주는 편이다. 베이킹을 배우다가 제빵사가 될 수도 있고, 과학 배우다가 그쪽 진로로 갈 수도 있으니까. 꼭 진로가 아니더라도 이러한 배움이 아이의 삶에 어떻게든 영향을 줄 테니까.
이번 주는 방과 후 참관 수업 주라서 매일 참관을 가게 되었다. 꼭 매일 가지 않아도 상관 없는데, 아이는 엄마가 매일 와주기를 바랐다. 처음에는 가는 것이 귀찮고 왜 굳이 참관 수업을 하나 싶었지만, 가서 보니까 아이가 뭘 배우는지를 알게 되어서 나름 재미있는 것도 있었다. 집에서와는 다르게 얌전히 앉아 수업을 듣는 아이를 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수업 내용들도 대부분 활동 위주였지만 다채롭고 재미있었다. 나도 이런 어린 시절이 있었다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3학년 2학기
얼마 전에 3학년 2학기라는 영화를 보았다. 고등학생이라면 대부분이 수능을 봐서 대학을 갈 준비를 하는 줄 알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도 있다. ‘남과는 다른’ 3학년 2학기를 보내는, 취업 준비생 학생들에 대한 영화였다. 주인공인 창우는 공부를 좀 못하긴 하지만 문제 학생도 아니고 인생 막 사는 학생도 아니다. 그저 집 형편이 어렵고 여러 가지 상황상 대학에 가기 어려우니 일찌감치 취업을 택한 것뿐이다. 그는 실습을 나간 업체에서도 느리지만 성실하게 일을 한다. 야근을 하다가 손을 다치기도 하는 등 어려움을 겪지만 끝끝내 잘 해내어서 업체에서 보내주는 대학도 가게 된다.
창우는 자신이 특별한 기술도 없고, 이곳에서 살아남을 어떤 경쟁력도 없음을 알고는 용접을 배우겠다고 한다. 용접을 하면서 창우는 이것이 특별히 자신에게 재미있는 것을 깨닫는다. 집에 있을 때도 열심히 연습을 한 끝에 그는 용접을 할 수 있는 기술자가 된다. 에필로그격인 뒷이야기를 보니 창우는 운전도 할 수 있게 되면서 그곳에서 다양하게 기술을 쓰는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인생은 공부 외에도 할 것도 배울 것도 참 많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공부 못 해서 몸이 고생하는 것’처럼 보일지는 몰라도, 그것 역시 삶이다. 그런 삶을 공부하는 삶과 차별하는 사회가 잘못된 것이지, 그 삶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배우는 학생, 배우는 교사
오래 전에, 한 종합 고등학교에 교사로 근무하면서 전문계 반을 맡은 적이 있었다. 전문계 반은 다양한 활동이 있었다. 아마도 학교에서 무언가 교육청 공모나 지원을 받아 하는 것 같은데, 정확한 것은 잘 모른다. 아무튼 나는 시키는 대로 학생들을 데리고 커다란 버스에 타고 쓰레기 처리장이나 직업 훈련 기관 등을 방문했다. 어디였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총 네 개의 직업 훈련을 하는 코스였는데 그중에 ‘디자이너 코스’가 있었다. 마네킹에 제가 원하는 옷을 입혀서 완성을 하는 코스였다.
우리 반에는 성실한 학생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들도 있었다. 그중에 학교에 왜 나오는지도 모르는 학생들이 있었다. 그들은 매일 지각을 했고, 학교에 계속 나오지 않아 내가 매일 안부 전화하듯이 연락을 해야 학교 주변을 배회하다가 겨우 등교를 하곤 했다. 나와서도 물론 수업을 전혀 듣지 않았다. 차라리 자는 것이 낫겠다 싶을 만큼 수업 분위기를 소란하게 만들었다. 저 학생들은 대체 학교에 왜 다니는 걸까. 그냥 안 다니는 것이 낫지 않을까, 나는 그들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어지간히 그들 때문에 속이 썩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디자이너 코스’에서, 그들에게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다. 분명 만사 의욕이 없고, 수업 시간에는 놀거나 자기 일쑤인 그들이 매우 집중해서 과제를 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나에게도 매우 살갑게 웃으면서 자신이 완성한 것을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들의 눈이 그렇게 반짝이는 것을 거의 처음 본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학교로 돌아오면서, 나는 잘못된 것은 저 학생들이 아니라 어쩌면 저런 학생들 모두를 ‘공부’로 몰아 넣는 교육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사람은 여러 곳에서 배울 수 있다. 그것은 비단 공부가 아니어도, 공부 외에도 배울 것은 무궁무진하다. 자신에게 맞는 배움이 있고, 또 좋아하고 계속 하고 싶은 의욕을 가지게 되는 배움도 있다.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 학생들에게 그런 배움을 열어주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나도 당장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면 방과후 학교에서 요리를 배우는 것보다 학원에서 영어를 배우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하게 될 것이니까. 다양한 배움을 장려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 역시, 그러한 배움들을 열어주는 부모와 어른이 되고 싶다.
* 글쓴이 – 김지영
한때 교직에 몸을 담았다가 그만 두고, 아이를 키우면서 프리랜서로 살아갑니다. 학창시절에는 늘 시키는 것만 잘했는데, 이제는 안 시키는 것도 찾아 보고 해 보면서 삶이 이런 온도였는지를 새삼 매일 알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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