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고'에 기름부은 연준.. 韓, 수출 줄고 경상적자 '빨간불' [美 긴축강화.. 韓 경기 후퇴하나]

홍예지 2022. 9. 22.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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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고금리·고환율 심화
수입 물가 상승·금리 인상 압력
가계 소비·기업 투자 위축 우려
'10월 물가정점' 예측 물건너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금융당국 수장들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추 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한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세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을 밟으면서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 및 수출 둔화, 경상수지 적자 전환, 물가 상승 등 복합적 리스크가 전방위로 한국 경제를 압박하는 양상이다. 연준이 내년까지 쭉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경기하강 국면 진입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3高 심화…물가정점 더 늦어질 수도

22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 회의에서 "미국, 유럽의 고강도 금융긴축이 가속하며 금융·외환시장의 높은 불확실성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21일(현지시간) 연준은 기준금리를 또 한번 0.75%p 올렸다. 한국(2.50%)과 미국(3.00∼3.25%)의 기준금리는 다시 역전됐다.

한국 경제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현상이 심화될 전망이다.

우선 이미 치솟고 있는 원·달러 환율이 오름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년6개월여 만에 1400원대를 돌파했다. 고환율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지난달 수입물가는 원화 기준으로 1년 전보다 22.9% 상승했다. 이를 수입할 때 계약했던 결제통화 기준으로 보면 상승률은 10.7%로 낮아진다. 이날 추 부총리는 환율과 관련,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필요한 순간에 단호하고 신속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을 엄격히 견지할 것"이라고 했다.

수입물가가 오르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세의 정점을 지연시킬 수 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같은 수입제품의 원화 환산가격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원화절하는 한국 경제에 대한 평가와 전망이 반영된 부정적 신호다. 아울러 대체로 주식·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유출의 빌미가 된다. 국제유가가 다시 치솟으면 물가도 오를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8%에서 5.2%로 올려 잡았다. 당초 정부는 물가정점을 오는 10월로 내다봤다. 그러나 러시아 확전 움직임 등 대외 변수가 많아 불확실성이 커졌다.

■내년 더 '암울'…소비·투자 위축

'3고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기에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미국의 강도 높은 통화긴축에 따른 우리나라의 외국인 투자금 유출, 원화 약세, 물가상승 압력 등을 방어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릴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금리인상은 가계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 등 내수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가계소비와 기업의 투자 위축을 낳고 부채 위험도 키울 수 있다.

이날 한은이 확정한 2022년 9월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올 2·4분기 국내 가계와 기업 등 민간부문의 빚이 4345조7000억원에 달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신용(자금순환표상 가계·기업 부채의 합) 비율은 221.2%로 전분기보다 0.3%p 높아졌다. 가계·기업의 민간부채가 전체 국내 경제규모의 두 배를 넘는다는 의미다.

기준금리가 1%p 오를 때 취약자영업자 차주의 연체율은 1.808%p 상승한다는 게 한은의 추정이다. 이는 저소득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부실위험이 비취약 영업자차주(0.162%p)보다 10배 이상 높다는 것이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등 주요 경제지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력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지난달 26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지난 1~20일 기준 무역수지는 41억달러(약 5조7000억원) 적자로 잠정 집계됐다. 9월 기준 무역적자가 확정되면 1997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6개월 연속 적자로 기록된다. 경상수지 적자 위험도 커진다. 7월 경상수지는 10억9000만달러로 급감했다. 추 부총리는 "8월 경상수지도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상품수지는 이미 지난 7월 10년3개월 만에 처음 적자로 돌아섰다. 이런 추세라면 재정수지와 경상수지 모두 적자인 '쌍둥이 적자'도 불가피해 보인다.

내년이 더 걱정이다. 주요 기관들은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을 줄줄이 낮춰 잡았다. OECD는 지난 19일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직전 전망치(2.5%) 대비 0.3%p 낮춘 2.2%로 전망했다. OECD는 "GDP 성장 속도는 완만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시아개발은행(ADB)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3%로 0.3%p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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