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다음은 폴란드다."
러시아 고위 관료의 이 노골적인 위협이 유럽 대륙에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가운데, 폴란드는 한국과 손잡고 자국 내 미사일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15일 폴란드 바르샤바의 국방부 건물에서 폴란드 민간 기업 WB그룹과 한국 방위산업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들이 역사적인 합작 투자 협약에 서명했습니다.
이 협약은 폴란드 영토 내에서 천무 다연장 로켓 시스템용 CGR-080 미사일을 생산하기 위한 것으로,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는 폴란드의 방위 전략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입니다.
"폴란드가 가장 먼저 고통받을 것"
한국과 폴란드가 미사일 제조 발표가 나기전,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인디펜던트의 14일 보도에 따르면, 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이 러시아 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폴란드를 향한 직접적인 경고를 던졌다고 전했습니다.
"나토가 러시아나 벨라루스를 공격한다면, 폴란드와 발트 3국에 파괴적인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는 그의 발언은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가 내놓은 가장 노골적인 위협 중 하나로 평가됩니다.

나리시킨 국장은 특히 "폴란드와 발트 3국이 러시아에 매우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끊임없이 무기를 과시한다"고 비난하며, 폴란드가 최근 국경지대에 대인지뢰를 설치하고 미국에 핵무기 배치를 요청한 사실을 언급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말의 위협이 아닙니다.
지난달 폴란드와 발트 3국은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군사적 위협이 상당히 증가했다"면서 대인지뢰의 사용과 생산, 비축을 금지하는 오타와 조약에서 탈퇴했습니다.
두 전쟁 사이에 완충지대 없이 러시아(칼리닌그라드)와 직접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로서는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사막의 천둥이 동유럽을 지킨다
위협 앞에서 폴란드는 방위력 강화를 위해 의외의 파트너를 선택했습니다.
바로 한국입니다. 폴란드는 이미 한국으로부터 290대의 호마르-K(천무) 시스템을 주문했으며, 그중 90대가 이미 폴란드 영토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번 합작 투자의 핵심은 단순한 무기 도입이 아닌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입니다.
파벨 베이다 폴란드 국방부 국무장관은 "2024년 우리는 72개의 호마르-K 시스템에 대한 두 번째 협약에 서명했으며, 이는 천무 발사대 생산 기술을 폴란드로 이전하는 첫 단계"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다음 단계는 탄약, 특히 이 천무 발사대용 미사일의 생산입니다.
3년 내에 첫 미사일이 폴란드 땅에서 생산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균형 잡힌 파트너십
이번 합작 투자의 지분 구조도 주목할 만합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51%, WB일렉트로닉스가 49%를 보유하는 구조로, 한국 기업이 주도하되 폴란드 기업의 목소리도 상당히 반영할 수 있는 균형 잡힌 파트너십을 구축했습니다.
WB그룹의 피오트르 보이치에호프스키 회장은 "이 협력은 폴란드와 한국 산업이 어떻게 함께 일할 수 있는지, 각 회사가 서로를 어떻게 보완하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며 "이 공장은 폴란드의 탄약 생산 독립성을 높이고 산업 및 경제 성장을 위한 큰 잠재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이전된 기술과 노하우를 활용해 생산되는 미사일"을 폴란드군의 다른 시스템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폴란드가 단순히 미사일을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자체 미사일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의미입니다.
유럽 방산 시장의 교두보
이번 합작 투자는 폴란드뿐만 아니라 한국에게도 전략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이부환 대표는 "이 합작 투자가 폴란드 산업 역량의 성장과 폴란드 군대의 현대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이 노력 덕분에 우리 산업은 경쟁력 있고 전투에서 검증된 미사일 기술로 새로운 유럽 시장에 공동으로 진출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이 합작회사는 폴란드 독점금지위원회의 승인 후 본격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며, 노르웨이, 루마니아, 에스토니아 등 다른 유럽 고객들에게도 미사일을 판매할 계획입니다.
특히 에스토니아는 이미 HIMARS 추가 조달을 중단하고 천무로 전환할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K-방산의 유럽 진출, 러시아에 대한 경고
폴란드의 대규모 군 현대화 계획은 그 규모와 속도 면에서 놀랍습니다.
폴란드는 현재 Dana-T/M 111대, Krab 170대, K9 자주포 218대, K9PL 606대, M120Rak 124대, HIMARS 20대, 호마르-A 486대, 호마르-K 290대, WR-40 75대, RM-70/85 29대 등 막대한 포병 전력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는 폴란드가 "본격적으로 러시아군과 정면으로 대치할 수 있는 포병 전력"을 확보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러시아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나토의 미래와 한-폴란드 협력
최근 미국에서 나토 회의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폴란드의 자체 방위력 강화 노력은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미국은 나토 회원국들에 국방예산 증액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미국의 나토 탈퇴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CGR-080 미사일이 3년 내에 폴란드 땅에서 생산되기 시작하면, 그것은 단순한 무기 이상의 의미를 가질 것입니다.
그것은 러시아를 향한 분명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죠.
폴란드는 이미 GDP의 4%를 국방비로 지출하며 나토 회원국 중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는 나토의 권고 수준인 2%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로, 폴란드가 자국 방위에 얼마나 진지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한국과의 방위산업 협력은 단순히 미국이나 서유럽 국가들로부터의 무기 구매를 다변화하는 차원을 넘어, 자체 기술력 확보와 생산 역량 강화라는 장기적 목표를 위한 전략적 선택입니다.
특히 한국이 제공하는 기술 이전 모델은 폴란드가 자국 방위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키우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한-폴란드 협력은 나토 동맹의 내부 역학에도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전망입니다.
전통적으로 나토 내에서 '주변국' 위치에 있던 폴란드가 이제는 자체 방위 역량을 바탕으로 더 큰 발언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또한 폴란드의 성공적인 모델은 다른 중동부 유럽 국가들에게도 방위 자립의 청사진을 제공할 것입니다.
결국 CGR-080 미사일과 천무 시스템은 단순한 화력 자산을 넘어, 폴란드의 전략적 자율성과 나토 내 새로운 위상을 상징하는 존재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협력의 중심에는 지리적으로는 멀지만 전략적 이해관계로 가까워진 한국과 폴란드의 새로운 동반자 관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