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결정적인 6개월, 뇌 발달의 운명이 갈린다?
“모유 수유를 6개월 이상 하면 자폐 위험이 줄어든다?” 최근 부모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같은 주장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SNS에서는 ‘모유 수유가 아이의 뇌를 지킨다’는 해시태그가 퍼지며, 산모들 사이에서 수유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높아지는 모습이다.
그러나 한편에선 “과학적 근거가 확실하냐”, “자폐를 예방한다고 보기엔 무리”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과연 모유 수유는 자폐 위험을 실제로 낮추는가? 논란의 중심이 된 연구와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이 주장이 단순히 육아 이상주의에 기반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과학이 밝힌 수유와 뇌 발달의 연결고리
2025년 3월 24일, 영국 데일리메일(Daily Mail)은 이스라엘의 대규모 관찰 연구 결과를 인용해 모유 수유와 신경 발달 장애(NDC) 간의 상관관계를 조명했다.
연구진은 2014년부터 2020년 사이 출생한 57만여 명의 아기들을 추적 조사했으며, 그 중 절반가량은 생후 6개월 이상 완전 모유 수유를 받은 그룹이었다.
분석 결과는 놀라웠다. 모유 수유를 6개월 이상 받은 아이는 자폐, ADHD, 뇌성마비 등으로 대표되는 NDC 진단 가능성이 무려 28% 낮았다.
형제 간 비교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왔는데,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형제 중 장기 수유를 받은 아이는 그렇지 않은 형제보다 발달장애 진단률이 27% 낮았다.
이러한 결과는 단순한 통계적 우연이 아닌, 수유가 뇌 발달에 실질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모유 수유가 단지 '영양 전달'을 넘어, 뇌의 언어, 사회성, 운동 발달에 깊숙이 관여한다는 주장에 무게를 더해주는 셈이다.
언어·운동 발달에도 ‘마일스톤 차이’ 뚜렷
모유 수유의 효과는 단지 자폐 위험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았다. 아이의 '마일스톤' — 예를 들어 웃기, 눈으로 물체 따라가기, 기어다니기, 머리 가누기 등 주요 발달 지표 — 역시 수유 여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6개월 이상 수유한 아기는 언어 및 사회성 발달 지연 위험이 18% 낮았고
▶운동 발달 지연 위험은 12% 낮았다
▶전반적인 발달 지연 가능성은 평균 17% 감소했다
연구진은 특히 언어·운동 관련 신경 발달 질환에 있어 모유 수유의 영향이 두드러졌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WHO(세계보건기구)와 미국소아과학회(AAP)는 생후 6개월까지는 완전 모유 수유를 권장하며, 이후 이유식을 병행하되 2세까지 수유를 지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조심해야 할 ‘단정 짓기’의 위험
하지만 이번 연구가 곧바로 “모유 수유는 자폐를 예방한다”는 공식으로 해석되는 건 아니다.
연구 자체가 관찰적 연구(observational study)로 진행됐기 때문에, ‘인과 관계’보다는 ‘상관 관계’를 중심으로 분석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연구진도 “모유 수유가 직접적으로 발달장애를 예방한다”고 단언하지는 않았다.
이는 마치 “운동을 많이 한 사람이 질병에 덜 걸린다”는 말을 “운동이 모든 병을 막는다”는 식으로 오해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연구 결과를 해석할 때는 ‘예방’이 아닌 ‘연관성’에 주목해야 한다.
자폐증은 유전적 요소와 환경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질환이며, 전문가들도 여전히 정확한 원인을 단일하게 규명하지 못한 상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2011년부터 2022년 사이 자폐 진단율이 175%나 증가했으며, 이는 보다 정교해진 진단 기준과 사회적 인식 변화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 부모들을 위한 현실적 조언과 정책적 과제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모유 수유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장기 수유는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육아휴직 기간의 제한, 직장 복귀 시기, 공공장소의 수유 공간 부족 등은 여전히 많은 산모들이 맞닥뜨리는 현실적인 벽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직장 내 수유실 설치 의무화 확대
✔️유연근무제 및 재택근무 활성화
✔️모유 수유 상담 및 심리적 지원 강화
또한, 수유 자체를 지나치게 이상화하는 사회 분위기 또한 산모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모유 수유를 못 해서 아이에게 미안했다”는 산모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모든 아이의 발달은 저마다 다르고, 수유 방식이 전부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모유 수유, 이제는 '선택'이 아닌 '이해'의 영역으로
모유 수유는 단지 '좋다'는 과학적 권고를 넘어, 아이의 전인적 발달과 관련된 섬세한 선택이다. 이번 연구는 그 선택의 의미를 조금 더 과학적으로 뒷받침해주는 결과일 뿐, 수유 여부가 부모됨의 성공이나 실패를 말해주는 잣대는 아니다.
단 6개월, 짧지만 중요한 이 시기.
모유 수유가 가능하다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뇌 발달 선물'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높이는 사회적 환경은,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야 할 과제다.
당신은 어떤 수유 방식을 선택하셨나요?
아이의 발달 과정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으신가요?
댓글을 통해 당신의 경험과 생각을 나눠주세요. 함께하는 육아가 더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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