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프링캠프라는 단어 자체는 뭔가 낭만적이다.
따뜻한 곳에서 봄을 맞이하기 위한 기다림 같다.
하지만 현장에서 지켜보는 캠프는 처절하다.
선수들은 이름 아침부터 고단한 시간을 보낸다.
몸이 힘든 시기지만 몸이 힘든 게 나을 수도 있다.
다시 또 시작되는 경쟁에서 선수들은 마음이 쫓긴다.
겨우내 준비했던 게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내 자리가 보이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프로다. 마인드 컨트롤을 하면서 심신의 난조를 이겨내야 한다.
프로야구에서 쉬운 포지션은 없다.
하지만 더 힘들어 보이는 포지션은 있다. 바로 포수다.
투수 훈련 시간에도 포수가 있고, 타자 훈련 시간에도 포수가 있다.
미팅 시간에도 투수들과 이야기를 해야 하고, 타자로서도 이야기를 해야 한다. 포수는 바쁘다.
경기 중에도 이들은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하면서 공 하나하나에 집중해야 한다.
무거운 장비를 착용해야 하는 만큼 더운 날은 더 덥다.
수비가 중요한 포지션이라고는 하지만 포수도 타자다. 타격도 잘해야 수비 기회를 얻는다.
가장 빛나는 순간보다는 가장 아찔한 순간에 조명을 받는 포지션이기도 하다.
선발 투수와 오롯이 그 한 경기를 마무리해도 조명은 완투를 한 투수에게 쏠린다.
투수가 걷잡을 수 흔들릴 때는 포수에게 날카로운 시선이 향한다.
KIA 타이거즈 안방마님 김태군에게 “다시 태어나도 포수를 하겠느냐?”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포수 자부심이 많은 김태군이지만 그의 대답은 단호했다.
김태군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안 한다. 왼손 투수 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완벽한 경기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몸을 아끼지 않고 경기를 하는 그에게도 포수는 어려운 일이다. 가끔은 서럽기도 한 자리다.
다시 태어나면 포수가 아닌 투수를 하고 싶다는 사람 또 있다. 주효상이다.
주효상은 “다시 태어나면 포수 안 할 것 같다. 투수하겠다. 공 던지는 것을 워낙 좋아해서 자신 있는 것을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그 이유를 이야기했다.
물론 포수에 대한 매력은 차고 넘친다.
뒤늦게 포수를 시작했던 주효상은 “왜 이제 포수를 했을까”라는 후회 아닌 후회를 하기도 했었다.
주효상은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포수를 했으니까 처음에는 너무 재미있고 즐거웠다. 이 포지션을 왜 지금했을까라고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겪고 보니 포수는 힘든 포지션이었다. 가장 실수가 돋보이는, 공격할 때도 수비할 때도 욕먹기 쉬운 자리였다.
주효상은 “매력있는 포지션이라고 생각하는데 다시 태어나서 야구를 하면 다른 포지션에서 더 돋보이고 싶다. 포수는 내가 끌고 가야 하기도 하고 욕먹는 자리다. 욕먹는 게 쉽지 않다”며 “포수는 카메라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자리이기도 하다. 별것 아닌 실수인데 그게 보이니까 계속 실수를 하게 되기도 한다. 안 해본 실수를 하면 멘털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모르는 그런 상황이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초반에도 주효상은 포수 자리에 대한 고민을 했었다.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은 기분도 들고 욕을 먹는 게 두렵기도 했다.
지난해 고비를 넘긴 뒤 주효상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최선을 다해 포수로서 준비를 했다.
열심히 했던 만큼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의 실수는 더 크게 다가왔다.
한 번 실수가 나온 뒤 주효상은 공수에서 흔들렸다.
잘 준비했던 만큼 실수의 충격은 컸다. 옆에서 지켜보는 이들이 안쓰러워할 정도로 흔들렸던 주효상은 다시 마음을 잡았다. 다시 태어날 수는 없으니까.
주효상은 “원래 모를 때는 재미있는데 아니까 스트레스를 받고 힘든 단계가 오는 것 같다. 지금이 그런 단계인 것 같다”면서도 “다시 태어나면이라는 가정에서는 투수를 하고 싶지만 지금은 태어났으니까 포수 열심히 해야 한다. 포수는 좋은 자리다. 매력이 있다. 특히 도루를 잡을 때 쾌감이 너무 좋다. 무실점 경기를 하면 진짜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주효상이 “태생이 포수”라고 말하는 한준수처럼 초등학교 때부터 포수를 했고 포수로만 살아온 이도 있다.
당연히 한준수는 다시 태어나도 포수를 선택한다고 한다.
“다시 태어나도 포수를 할 것인가?”
이해창 배터리 코치의 대답 역시 “그렇다”였다.
산전수전 겪으면서 선수생활을 해봤고 지금은 지도자로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포수와 그라운드를 지켜보는 그의 설명은 사실 현실적이었다.
“나의 신체적 능력치를 보면 포수가 아니라면 더 빨리 야구를 그만 뒀을 것 같다”고 웃은 이해창 코치는 ‘경험’이라는 포수의 강점을 이야기했다.
그는 “1군에서 처음 경기 뛴 게 30살 넘어서였다. 포수가 아니라면 그런 기회가 왔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포수는 물론 성적도 중요하지만 경험치를 많이 인정해 주는 포지션이다”라고 말했다.

반대로 생각하면 빈틈을 뚫기 어려운 자리 역시 포수다.
경험 많은 베테랑을 밀어내는 게 여간 쉽지 않다. 그만큼 인내하고 또 인내해야 하는 포지션이기도 하다.
인내의 열매는 달다. 한번 인정 받은 포수는 다른 이들보다 더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면서 역할을 할 수 있다.
힘들다 힘들다하면서도 포수만 아는 포수의 매력에 포수들은 다시 또 마스크를 쓰고 미트를 든다.
이해창 코치는 “선수들도 우리가 어떤 자리이고, 잘했을 때 누구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주어지는 안다. 우리는 언제 어떻게,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안다. 다른 이들을 몰라주더라도 우리끼리 좋았던 것 칭찬 많이 하면서 역할을 하고 있다”며 “타이트한 경기를 실점 없이 끝내고 나면 두통이 오기도 하고 진이 빠지기도 하다. 그만큼 포수들이 집중을 해서 한다. 그런 것을 인정받으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보람이 있으니까 한다”고 말했다.
또 “타자가 아닌 포수로서 잘하는 경기가 더 좋다. 한 경기 3~4개의 홈런을 치면 모를까 홈런 하나 치고, 타격이 좋았던 날보다는 완봉하는 경기가 좋다”고 포수의 보람을 이야기했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자리지만 가장 하나로 뭉쳐서 갈 수밖에 없는 포수들이다.
자리를 지키기 위해 기회를 얻기 위해 각자 다른 지점을 보면서 KIA 포수들은 열심히 시즌을 준비해 왔다. 그 결과가 어떻든 과정은 충분했다.
가장 묵묵하게 뛰는 자리지만, 누구도 쉽게 대처할 수 없는 중요한 자리에서 이들은 다시 또 인내의 시즌을 맞는다.
<광주일보 김여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