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회장, "정신분열 환자 X소리" 폭언 후 이례적 사과
유영규 기자 2024. 10. 18. 16:57
▲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의대 정원 증원 후에도 교육이 가능하다고 한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는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가 비판이 일자 해당 발언을 철회하고, 사과의 뜻을 밝혔습니다.
임 회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막말 논란'을 일으켰으나 이처럼 사과한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오늘(18일) 의료계에 따르면 임 회장은 전날 오후 11시 30분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 수석을 비난하는 글을 남겼습니다.
임 회장은 "내년 예과 1학년의 경우 올해 신입생과 내년 신입생을 합쳐 7천500여 명이 수업을 듣게 된다. 예과 1학년 교육 특성을 감안해 분반 등으로 대비하면 교육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대통령실 고위관계자'의 발언을 소개하며 이 고위관계자를 장 수석이라고 특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장상윤 이 작자는 도대체 제정신인지. 매일 같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 듣는 것도 지친다"며 "장상윤은 무책임한 소리 그만하고 내가 하는 얘기가 틀리면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해서 책임지겠다고 하고, 공탁해야 할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그의 발언은 '역풍'을 맞았습니다.
정부 증원 정책의 부당함과 교육의 질 저하는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지만, 법정 유일 의사단체의 수장으로서 '개소리'라는 경멸적인 표현을 쓴 것도 모자라 이미 의학계에서 '조현병'으로 순화한 '정신분열증'을 연결 지으면서 정신장애인을 비하했다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임 회장의 발언을 두고 정신장애인 단체에서는 명백한 '장애인 비하'라고 반발했습니다.
신석철 정신장애인연합회 상임대표는 언론에 "의사협회 회장이 그런 상스러운 비하 발언을 한 점은 강력히 규탄해야 한다"며 "임 회장은 사퇴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습니다.
김영희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정책위원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임현택 의협회장의 조현병(옛 정신분열병) 환자분들에 대한 비하와 멸시 표현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다른 사람도 아닌 의사협회 회장께서 (더구나 공개적으로) 그런 표현을 하신 것 다시 한번 깊은 유감"이라고 남겼습니다.
이어 "조현병 당사자에게 공개적이고 정중하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를 의식한 듯 임 회장은 오늘 오후 해당 게시물을 삭제한 뒤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임 회장은 사과문에서 "정신과 환자분들과 그 가족들 및 주치의 선생님들께 부적절한 표현으로 상처를 드린 점 깊이 사죄드린다"고 했습니다.
다만, 사과의 대상에서 장상윤 수석은 빠졌습니다.
임 회장은 그동안 페이스북에서 남긴 발언들이 거북하고 직위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특별히 사과하지는 않았습니다.
일례로 그는 외국 의료인 면허 소지자도 국내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게 한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이 입법 예고되자 소말리아 의대 졸업식을 다룬 기사를 첨부하며 "커밍순"(coming soon)이라고 적어 인종차별적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당시 인종차별 비판을 받은 뒤 해당 게시물을 지웠으나 삭제 이유 등을 밝히지 않았고, 사과도 없었습니다.
이런 임 회장의 무분별한 발언 때문에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는 "의협 회장이라는 무거운 자리에 있음에도 '표현의 자유'라며 부적절한 공적 발화를 일삼고 있다"며 "임 회장의 연이은 막말, 개인의 무례 때문에 의료계 전체의 이미지가 실추됐다"고 규탄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임 회장과 대립각을 세워 온 전공의 대표도 7천500명 교육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에는 힘을 실었습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오늘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신의 모교인 경북대 의대의 열악한 교육 여건을 지적하는 기사 링크를 걸고 "7천500명. 단언컨대 교육은 불가하다"고 남겼습니다.
그러면서 "경북대의 교육 환경은 열악하다"며 "국가고시를 준비하던 본과 4학년 시절, 전기세가 많이 나온다며 도서관 에어컨과 전등을 끄고 공부하던 학생을 쫓아내던 학교, 실습 기자재가 부족해 일회용품을 재사용하라 지시하던 학교"라고 복기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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