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함께 건축물을 디자인하도록 리드하는 것이 CIID가 추구하는 디자인 철학이다.
Q.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홍익대학교를 졸업하고 (주)종합건축사사무소 건원, (주)로디자인 도시환경건축연구소에서 실무를 익혔다. 이후 2017년 CIID(Contemporary Idea for Interactive Design)를 설립, 도시의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가감 없이 수용하고 조율하며 공간화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건축가 주도가 아닌, 건축주를 비롯해 관계 전문가를 건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함으로써 보다 실리적이고 논리적인 프로세스가 자연스럽게 다이어그램화 되는 방법을 실험 중이다. 최근에는 건축물이 경제 논리를 바탕한 개인 소유와 자산개념을 넘어서서 공공 디자인의 한 부분으로 사회적 역할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실재화 시키는 것에 매진하고 있다.
Q.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전에 근무하던 사무소를 그만두고 잠시 야인으로 살던 때가 있었다. 졸업 이후 10년 이상 앞만 보고 달려온 터라 막연히 잠시 쉬고 싶었던 것 같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을 제쳐 두고 이곳저곳 여행 다니며 오랜만의 여유를 느끼던 때에 아는 형의 다급한 연락을 받았다. 지인이 리모델링 공사를 하는 중인데, 건축 계획의 방향이 잘못된 것 같다며 지금부터라도 수정해야 할 것 같다는 것이었다. 공사를 하던 도중에 계획을 변경하는 건 난이도도 높고, 업무 강도가 높아 내키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쉬는 것도 슬슬 지겨워졌고, 점점 떨어져 가는 생활비를 벌어보자는 생각에 아르바이트식으로 일을 맡아 진행했다. 그렇게 ‘키멜리움_ Cimelium’이 완성되었다. 급작스러운 해프닝이 끝나자마자 그 작업을 보고 연이어 다른 프로젝트 문의가 들어왔다. 그동안 사무소 개소는 생각지도 않았었는데 갑작스럽게 사업자 등록을 하게 되었다. CIID라는 사무소 이름도 하루 고민끝에 만들었다. 굳이 들어오는 일을 막을 이유는 없으니까. 속전속결로 시작되었고 그렇게 햇수로 7년이 흐른 게 지금이다.
Q. 지금까지 어떤 작업을 했는지 간략하게 설명 부탁한다.

사무소 초기에는 인테리어나 리모델링(증축/대수선/용도변경) 프로젝트가 대부분이었다. 당시 부동산 투자 열풍에 힘입어 많은 기업이 부지를 매입하고 사옥을 짓길 희망했는데, 다각도로 사업성 분석을 해 보니 리모델링이 신축보다 낮은 사업비 대비 완성도 높은 공간으로 구현 가능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리모델링 프로젝트로 이어졌던 것 같다. 그렇게 하나하나 맡아 진행했던 프로젝트가 종료될 때쯤, 고맙게도 클라이언트들이 지인을 많이 소개해 주었다. 이 또한 주로 기업 사옥 프로젝트였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CIID는 사옥 전문 건축사무소가 된 것 같다. 운이 좋았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공간, 혹은 가장 마음에 들었던 프로젝트가 있다면?

최근 발표한 ‘조이트로프_ Zoetrope’가 떠오른다. 유튜브 콘텐츠를 기획, 생산하는 크리에이터들의 창의적인 업무와 다양한 전문가들 사이의 협업이 일어나는 장소로서 단순한 업무 공간의 효율적 이용보다는 다채로운 공간 경험과 그로 인한 창의적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에 주목했던 프로젝트다. 여기에 심한 고저 차와 각종 제약이 많았던 건축법 등 열악했던 대지의 컨디션을 아이디어로 극복하는 물리적 해결도 함께했었는데, 여러 고민 끝에 이 모든 문제들이 정리되며 지금의 디자인으로 귀결되던 그 순간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마치 기계식 시계의 복잡한 톱니바퀴들이 정교하게 맞물려 원만하게 스르륵 감겨 돌아가는 느낌이랄까. 클라이언트도 우리를 믿고 다양한 제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주어서 즐겁게 작업하고, 뿌듯했던 기억이다.
Q. 자신만의 디자인 1순위 원칙은 무엇인가?

디렉터이자 디자이너로서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할 태도는 균형감이라 본다. 이 균형감은 디자인하는 데 늘 긴장감을 갖고 있어야 하고, 전반적으로 놓지 말아야 할 태도다. 클라이언트의 니즈를 조합하고 추리는 과정에서의 균형감, 실용성과 심미성 사이에서의 균형감, 강약을 조절해야 할 때의 균형감, 사업 예산과 각종 디자인 요소 사이 균형감 등 나열하려면 끝이 없다. 특히 긴 호흡을 가진 건축 현장은 무지 불식간에 닥치는 이벤트들이 많으므로 순발력을 바탕으로 한 결정을 해야 할 순간들이 많은데, 균질한 감각이 있다면 오히려 쉽게 결정이 가능하고, 적정한 품질을 확보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프로젝트마다 다른 정도의 균형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각각의 프로젝트는 모두 다른 컨디션(사이트, 예산, 목표, 취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찌 보면 아주 당연하지만 사무소를 운영하다 보면 매우 지키기 어려운 점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효율성을 따질 수밖에 없으니, 자가 복제를 하기가 쉬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클라이언트가 일을 맡겨준 것에 대한 성의 있는 보답으로서 나 자신을 자주 다그치며 그 프로젝트만의 균형감을 찾아내서 그 맥락을 따르려 한다. CIID의 디자인 철학인 Interactive Design이 없는 프로세스는 그 존재 의미가 없으니까.
Q. 그렇다면 건축 과정에서 마지막까지 타협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무엇보다도 기능이 우선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건축은 자본의 논리에 맞닿아 있으므로 어느 요소 하나도 쉽게 생각할 수 없다. 요즘과 같은 감각 추구 과잉의 시대에 비하면 다소 고리타분할 수 있겠지만 기능을 우선한 디자인은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사랑받는 공간이 될 수 있다고 본다.
Q. 클라이언트들이 CIID 건축 사무소를 찾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앞서 설명했듯 프로젝트마다 다른 균형감으로 귀결된 결과물이 CIID의 포트폴리오에서 드러나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생각보다 우리를 찾는 클라이언트는 사무소를 방문하기 전에 굉장히 꼼꼼하게 조사한다. 그렇게 세심하게 들여다보면 CIID는 사무소의 디자인 취향을 강렬히 드러내려 하거나 심미적인 것을 우선하는 것이 아닌 각 프로젝트만의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한 개연성 있는 디자인을 추구한다는 것이 보인다. 그것이 타 사무소와 차별화되는 부분이라 생각하는 듯하다. 특히 많은 클라이언트가 본인이 의뢰한 작업이 사무소 프로젝트의 일부분으로 취급되는 것을 걱정하던데, CIID는 그러한 부분에서 세심하고 성실하게 맡아줄 것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한다. 실제로 프로젝트의 대부분은 먼저 경험한 클라이언트의 만족감으로 인한 추천이나 재의뢰를 통해 시작된다.
Q. 클라이언트에게 다른 곳에서 예산을 아끼더라도 꼭 이것만은 투자하라 권하고 싶은 게 있을까?

당연히 물리적으로 따진다면 기능적인 요소가 무조건 1순위다. 기능적인 요소는 각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구조, 방수, 단열, 설비 등 이런 것들이 기본일 것이다. 이들을 빼고 한가지 더한다면 단연 클라이언트의 시간이다. 여러 이유로 인해 생각보다 클라이언트가 계획에 시간을 투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단지 생업이 바빠서, 표현이 부끄러워서, 전문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편하게 의견을 내는 것조차 주저하기도 하는데, 좋은 건축물은 좋은 건축가에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좋은 클라이언트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꼭 알아주었으면 한다. 단순히 공사비 예산을 많이 들이는 것은 중요치 않다. 건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계획의 방향 설정과 개발 컨셉일 텐데 사실 이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클라이언트다. 땅을 매입할 때 의도나, 그 땅에 대한 오랜 경험, 사업 방향성은 아무리 전문가라도 클라이언트의 깊이에 비할 바가 못 되므로 반드시 시간을 들여 신경을 꼭 쓰시라 권한다. 이것이 사업 성공의 키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이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약간의 시간을 들인 관심과 표현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겹겹이 쌓이게 되면 어느새 멋진 결과물로 나타나게 되고 그것은 이 세상에 유일한 클라이언트의 애정 어린 창작물이 된다. 클라이언트가 직접 참여한 이 추억은 절대 돈 주고 살 수 없으니까.
Q. 디자인 철학은 무엇인가.

CIID가 추구하는 가치인 Interactive Design, 말 그대로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한 디자인으로 특히 건축은 공동 작업이기 때문에 건축가의 독단적인 판단과 진행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클라이언트의 적지 않은 재산을 운용하는 것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과 그들의 성공을 위한 간절함을 곁에서 보고 있노라면, 당연히 해야 할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할 것이고 협력할 수 있는 모든 관계자와 소통하고 조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태도라 여긴다. 이 모든 관계자는 클라이언트를 중심으로 한 각개 전문가(금융사, 투자자문회사, 부동산개발회사, 건축사, 건설사, 자재회사)일 것이고 이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조율하는 것이 건축가가 해야 할 일이라 본다. 이와 같은 상호작용은 클라이언트의 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고, 그만큼 건축물에 애정이 묻도록 하여 다양한 아이디어와 대화를 끌어내는 힘이 된다. 마지막까지 함께 건축물을 디자인하도록 리드하는 것이 CIID가 추구하는 디자인 철학이다.
Q. 작업할 때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받나?

앞서 이야기한 Interactive Design 개념을 바탕으로 클라이언트를 비롯한 각개 전문가와의 대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때가 많다.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그 수많은 대화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잡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동안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얕지만 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의외로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건축계에 있는 사람들보다 일반인들이 더 창의적이고 획일화되지 않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경우도 많아서 이런 가벼운 대화에서도 좋은 영감을 받는다. 심미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사무실 밖 모든 환경이 영감의 원천이다. 예술품이나 공예품부터 시작해 조명, 가구, 심지어 손에 들고 있는 휴대폰까지 각종 산업 디자인 제품으로부터 모티브를 가지고 올 때도 많다. 특히 자동차나 기계식 시계의 경우 디자인 체계와 프로세스가 건축물과 많이 닮아있다.
Q. 존경하는 디자이너나 인물이 있나?

우리 CIID를 찾아오는 모든 클라이언트를 존경한다.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는 사회적으로 성공하거나 자본적인 목표를 이룬 분들로서 보편적 생활 이상의 삶을 살아왔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그들의 언어는 그들 삶을 대변해 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언제나 집중해서 들으려 노력하고 개인적으로도 사업에 많이 참고한다. 특히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에 있어서 건축물은 클라이언트를 닮아야 한다고 여기기에 그들 이야기를 하나하나 주워 담아 건축적 언어로 치환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이는 앞서 이야기한 Interactive Design 개념과도 연결될 것이다.
Q.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마감재, 창호, 가구, 조명 브랜드가 있나? 어떤 브랜드이며, 그 이유는?

개인적으로 가구와 조명에 관심이 많아 하나씩 모으는 게 취미이기도 하다. Allets에 입점된 조명 브랜드에서는 Artemide를 좋아한다. Artemide는 다양한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의 협업으로 탄생한 조명이 많기 때문에 전통적인 조명의 형태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개성 가득한 디자인이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그래픽 디자이너인 Javier Mariscal과 협업한 Lotek 테이블 램프를 좋아한다. 최근엔 건축가 Mario Botta와 협업한 Shogun 조명이 눈에 들어온다. 가구도 Artemide와 같은 토털 브랜드인 Vitra를 좋아한다. Vitra도 여러 디자이너와 협업을 많이 하는 브랜드로 유명한데, 초기에 다양한 디자이너의 작품을 실제로 제품화 시키기 위한 모험 가득한 스토리들이 매력적이라서 좋다. Charles and Ray Eames나 George Nelson, Verner Panton 등 여러 디자이너의 작품들이 이 세상에 나오게 한 공이 크다고 본다. 가구는 조명보다 조금 더 용기가 필요해서 많이 가지진 못했는데, Jean Prov의 테이블과 의자를 가장 애정하며 잘 쓰고 있다.
Q. 앞으로 하고 싶은 건축 스타일이 있다면?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없으려 노력한다. 난 건축주의 꿈을 실현해 주는 사람이라 생각해 단순한 사적 취향과 감각으로 클라이언트의 재산을 이용하여 CIID의 포트폴리오로 채우고 싶지 않다. 그리고 디자인이란 경향이 있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유행을 쫒아 일회성이 될 건축물을 세상에 남기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있어서 그렇다. 물론 클라이언트에 따라서 우리의 건축 스타일 제안을 먼저 받길 원할 수 있겠지만, 그것 또한 어느 근거를 바탕으로 하여 개연성 있는 스타일로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스타일 종류는 이미 무궁무진하고 찾기 쉬워졌기에 계획이 어느새 적정 궤도에 들어섰을 때 적용하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더라. 중요한 것은 이를 위해선 어느 스타일이든 적재적소에 자연스럽게 매칭할 수 있도록 포괄적인 취향을 가져야 할 것이고, 한계를 두지 않으려 애써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지금도 시간 날 때마다 잡식으로 여러 디자인 모티브가 될 만한 재료거리들을 찾으러 다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