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석의 개미생활] 영업익 300억 빗썸의 `100억 마케팅`…초강수? 무리수?

김남석 2024. 10. 2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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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 관련 소식이 매일 쏟아지지만 뉴스에서 '개미'의 목소리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디지털자산 원화거래소 2위 빗썸은 언제나 마케팅에 진심이었다.

빗썸은 같은 100억원을 투입해 이 정도 수준의 마케팅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빗썸은 100억원어치의 비트코인을 '자체 조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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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제공]

[글쓴이주] 주식시장 관련 소식이 매일 쏟아지지만 뉴스에서 '개미'의 목소리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기사를 쓰는 기자도 개인 투자자고, 매일 손실과 이익 사이에서 울고 웃습니다. 일반 투자자보다 많은 현장을 가고 사람을 만나지만 미처 전하지 못했던 바를 철저하게 '개인'의 시각으로 풀어보겠습니다.

디지털자산 원화거래소 2위 빗썸은 언제나 마케팅에 진심이었다. 업계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이 나왔다 하면 거래소 이름을 보지 않아도 어디인지 알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번 마케팅은 눈을 의심케 했다. 자체 마케팅도 아니고 신세계그룹의 '쓱데이'에서 무려 100억원의 비트코인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이벤트 한 번에 100억원을 쓴 사례가 있나 찾아봤다. 가장 최근 사례는 넥슨이 진행한 '아이콘 매치'가 있다. 카카와 앙리, 피구, 드록바, 푸욜, 피를로 등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기억하고 있는 '역대급 라인업'을 꾸렸다.

넥슨은 정확한 액수는 밝히지 않았지만 섭외비가 100억원에 살짝 못미치는 수준이라고 흘렸다. 설립 30주년을 맞아 '역대 예산'을 가뿐히 뛰어넘는 액수를 투입했다고 했다.

넥슨은 효과를 톡톡히 본 것 같다. 누적 온라인 생중계 시청자는 360만여명, 최고 동시 접속자 수는 27만명에 달했다. 경기를 단독 중계한 MBC의 TV중계 시청률은 3.5%를 기록했다.

다시 빗썸으로 돌아와 보자. 빗썸은 같은 100억원을 투입해 이 정도 수준의 마케팅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넥슨은 중계료나 굿즈 상품, 광고비라도 벌었을 것이다. 빗썸은 100억원어치의 비트코인을 '자체 조달'한다고 했다.

2분기 기준 빗썸이 보유한 자체 비트코인은 127개다. 오늘 비트코인 시세는 6만7244달러. 단순 계산하면 한화로 약 117억7500만원 수준이다. 마케팅 한번에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 전부를 쏟아 붓는 셈이다.

빗썸은 이번 이벤트를 두고 "충분히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고 했다. 철저한 내부 검증을 거쳐 비용 대비 많은 이벤트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밖에서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은 감내해야 할 것 같다. 빗썸은 지금도 '거래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출금 수수료는 '최저 보상제'를 실시하고 있다.

사실상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수료를 포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벤트 한 번에 또 100억원을 투입한다고 하니 재무적 부담이 걱정될 수밖에 없다.

물론 빗썸이 원하는 바는 명확하다. '점유율'이다. 지금 업비트가 가지고 있는 점유율을 뺏어올 수만 있다면 장기적 관점에서 이득이라는 계산일 것이다.

이번 이벤트에서 비트코인을 지급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일 것이다. 비트코인을 받으려면 계좌가 있어야 할 것이고, 자연스럽게 빗썸을 이용할 것이란 기대다.

하지만 빗썸은 이미 수수료 무료 이벤트에서 확보했던 점유율을 대부분 잃어버린 경험이 있다. '반짝' 몰렸던 이용자들은 이벤트가 끝나자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빗썸은 올해 2분기 32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당기순이익은 109억원. 이벤트 한 번에 한 분기 순익을 모두 반납한다. 아이콘 매치를 주최한 넥슨의 2분기 영업이익은 3974억원, 순이익은 3504억원이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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