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받을라”…월드컵 출전 유럽 7개팀, FIFA 경고에 ‘무지개 완장’ 포기

박효재 기자 2022. 11. 2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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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해리 케인이 21일(현지시간) 무지개 완장 대신 국제축구연맹(FIFA)이 허용한 차별금지 완장을 차고 이란과의 카타르 월드컵 B조 조별리그 첫 경기에 나섰다. AP연합뉴스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유럽 7개 대표팀이 성소수자 인권보호 지지 표시로 추진했던 무지개 완장 착용을 포기했다. 선수들이 무지개 완장 착용을 강행하면 옐로카드를 받도록 하겠다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경고에 따른 것이다.

네덜란드, 잉글랜드, 웨일스, 벨기에, 스위스, 독일, 덴마크의 축구연맹은 21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내고 “복장 규정 위반에 적용되는 벌금을 낼 준비가 돼 있었지만 선수들이 옐로카드를 받거나 경기장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전례 없는 FIFA의 결정에 매우 실망했다”면서 성소수자 포용에 대한 지지를 다른 방식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약속했다.

네덜란드와 잉글랜드, 웨일스는 이날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를 예정이었다. 네덜란드 축구협회는 “첫 경기 몇 시간 전 FIFA에서 무지개 완장을 차고 출장하면 옐로카드를 받을 것이라고 알려왔다”며 “함께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없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FIFA는 무지개 완장 착용을 금지하는 근거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선수의 옷이나 장비가 ‘위험하고 모욕적이며 외설적’이라고 판단되거나 ‘정치적, 종교적 또는 개인적 슬로건’을 포함할 경우 제재할 수 있다는 연맹 규정을 적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FIFA는 타협안으로 8강전부터 착용을 허용하려고 했던 ‘차별금지’(No Discrimination) 완장을 조별리그 경기부터 착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 해리 케인은 이날 이란과의 B조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대체 완장을 차고 경기를 치렀다.

유럽 7개 대표팀이 추진했던 무지개 완장 착용 캠페인은 앞서 네덜란드가 2020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처음 선을 보였다. 네덜란드는 차별에 반대하고 다양성과 포용을 촉진한다는 의미로 무지개색으로 채워진 하트에 숫자 1이 적힌 ‘하나의 사랑’(One Love) 완장을 팔뚝에 차고 경기에 나섰다.

FIFA의 이번 조처를 두고 개최국 카타르의 성소수자 인권탄압을 비판하려는 선수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카타르는 동성애자들의 경기장 입장 및 각종 행사 참여를 허용한다고 했지만 대회 기간에 한정된 임시 조치다. 카타르에서 동성애는 여전히 불법이며 남성 간 동성애는 최고 징역 7년에 처해진다. 특히 카타르 월드컵 대사는 경기 개막을 며칠 앞두고 “동성애는 정신적 손상”이라고 발언해 인권단체로부터 혐오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항의하는 뜻으로 유럽 7개 대표팀 주장은 이번 대회에 무지개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서려고 했다.

웨일스 축구서포터스협회(FSA)는 성명을 내고 “FIFA가 선수들에게는 옐로카드를 주고 관용에는 레드카드를 준 것에 깊은 환멸을 느낀다”며 반발했다. 잉글랜드 여자 대표팀 출신의 BBC 해설자 알렉스 스콧은 경기 전 방송 내내 무지개 완장을 착용하며 항의 표시를 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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