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01 / 시골집은 어쩌다 동경의 대상이 됐을까

새로운 힐링 트렌드, ‘촌캉스’
복잡한 도시 벗어나 시골 주택서 자연과 교감

현대인의 삶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일상에서의 스트레스와 도시의 소음, 복잡한 생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촌캉스’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떠오르고 있다. ‘촌캉스’는 시골을 뜻하는 ‘촌’과 휴가를 뜻하는 ‘바캉스’가 결합된 말로, 한적한 시골 마을이나 자연 속에서 보내는 휴가를 의미한다. 이제는 ‘호캉스’ 대신 ‘촌캉스’, ‘오션 뷰’ 대신 ‘논밭 뷰’가 유행하는 시대가 됐다. 촌캉스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보다도 자연과의 교감이다. 푸른 들판, 맑은 공기, 밤하늘의 쏟아지는 별빛 등 도시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아침에는 새들의 지저귐으로 눈을 뜨고, 저녁에는 자연이 선사하는 고요함 속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경험은 그야말로 힐링 그 자체다.

글 사진 이형우 기자 | 자료 ㈜피엠아이

트렌드 연구의 선구자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2022년 이끌 10가지 트렌드 중 하나로 ‘러스틱 라이프’를 제시했다. 러스틱 라이프란 날것의 자연과 시골 고유의 매력을 즐기면서도 도시 생활에 여유와 편안함을 부여하는 시골향 라이프 스타일을 가리키는 말이다. 도시를 떠나 완전히 단절되는 것이 아닌, 도시에 살면서도 소박함을 삶에 더하는 새로운 생활양식을 말한다.
‘러스틱 라이프’의 유행은 ‘뉴트로’에 이어 ‘촌캉스’로 빠르게 전이됐다. 평소라면 해외 여행을 떠났을 사람들이 코로나19로 갈 수 없게 되자 국내 여행을 계획하게 되면서 과거 스타일을 재현하는 뉴트로를 결합하게 됐고, 시골에서 즐기는 휴가라는 뜻으로 시골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 대세가 됐다. 특히 남다른 것을 추구하는 MZ세대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촌캉스, 도시생활에 지친 현대인의 마음 치유
이러한 경향은 최근 데이터 컨설팅 기업인 피엠아이가 전국 성인 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응답자의 30% 정도가 “올해 여름휴가를 도심에서 벗어나 시골에서 자연을 즐기며 현지 경험을 할 수 있는 촌캉스로 보내겠다”고 답했다. 한국관광 데이터랩에도 촌캉스 및 시골 여행에 대한 언급량이 증가했다. 이런 분위기에 농촌 여행도 여행객의 눈높이에 맞게 변화하고 있다. 시골 할머니 집을 연상케 하는 한 시골 민박집에는 몸뻬 세트로 구성된 2030 촌캉스 차림새와 이를 입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마련됐다. 농촌이라 해서 낡은 시골집만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한옥으로 지어진 고풍스러운 숙소부터 깔끔한 고급 펜션까지 다양한 선택이 기다린다.
촌캉스는 힙한 감성을 자극하는 여행으로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호캉스나 해외 관광명소를 찍고 돌아오는 정형화된 여행을 벗어나 새로운 형태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농촌과 민간 여행사의 협업으로 진행되는 가족·친구 등 소그룹 단위 여행 프로그램이나 농촌 투어패스 개발 등도 촌캉스를 더욱 쉽게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되고 있다. 농촌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에서 나아가 농촌에서 일과 휴식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농촌 워케이션이 인기를 얻을지도 모를 일이다.
촌캉스 열풍에 각 지방자치단체도 나서고 있다. 촌캉스 수요에 맞춰 이색 테마 관광과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지역의 특색 있는 농촌 자원을 활용해 시골집에서 하룻밤을 보내면서 농산물 수확 체험, 디딜방아 체험 등을 하는 영농 생활 체험이 대표적이다. 도시에선 경험해 볼 수 없는 전통 구들장 난방, 아궁이 체험 등도 인기다. 농촌의 푸근함과 함께 고요한 자연 속에서 누릴 수 있는 ‘마음의 힐링’은 덤이다.
코로나19 당시 직격탄을 맞은 이후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팜스테이나 농촌체험 마을 등을 찾는다면 농민들의 소득 증대는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일거양득인 셈이다. 촌캉스 경험으로 소멸 위기 지역 등에서 ‘한 달 살기’에도 도전해 볼 만하다. 기존 생활을 모두 버려야 하는 부담이 없으면서도 현지 주민이 된 느낌을 만끽할 수 있다.
촌캉스는 지역 특산물과 전통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지역 농산물로 만든 건강한 식사를 즐기고, 전통적인 농촌 문화를 체험하면서 삶의 여유와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은 단순한 휴식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도시생활에 지친 현대인의 마음을 치유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MZ세대의 촌캉스 열풍
촌캉스가 급부상 아이템이 된 것은 MZ세대 덕분이다. 남다른 것을 추구하는 MZ세대는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한적한 시골에서 여름휴가를 즐기는 촌캉스를 새로운 형태의 여행문화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시골에서는 시골 정취를 콘셉트로 한 숙소들이 등장하고 있다.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다녀갔거나 SNS에서 유명세를 얻은 시골집은 예약조차도 힘든 상황이다. 아궁이, 솥, 고무신, 장작, 몸빼 바지 등 시골 느낌이 물씬 풍기는 소품들이 촌캉스를 더욱 즐겁게 만든다.
촌캉스를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시골 마을의 작은 게스트하우스나 민박집에서 머무르며 현지인의 삶을 직접 체험하는 사례가 가장 일반적이다. 요즘에는 시골의 빈집을 리모델링해 숙소로 제공하는 사례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숙소들은 전통적인 시골의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면서도 현대적인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어 편안한 휴식을 제공한다. 지역 축제와 연계해 촌캉스를 즐기는 방법도 있다. 봄의 꽃 축제, 여름 바다 축제, 가을 단풍 축제 등 다양한 축제들은 촌캉스에 색다른 즐거움을 더해준다.
출처 : blog.naver.com/thdgml_00/223284555859
남다른 것을 추구하는 MZ세대는 시골에서 휴가를 즐기는 ‘촌캉스’를 새로운 여행 문화로 인식하고 있다.(출처: 네이버 블로그 ‘일상, Love my way’)
시골 주택,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시작
촌캉스를 경험한 많은 사람들은 시골 주택에 대한 로망을 품게 된다. 단순히 휴가를 보내는 것에서 나아가 아예 시골로 이주해 자연 속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잡고 있다.
시골 주택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자연과의 가까운 접촉이다.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여유로움과 평온함을 시골에서는 일상적으로 누릴 수 있다. 정원에서 직접 채소를 재배하고, 계절마다 변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며,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삶은 많은 이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경제적으로도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집값은 많은 사람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줄여주며, 자급자족적인 생활이 가능하기에 생활비를 절약할 수도 있다.
‘5도2촌’은 1주일 중 5일은 도시에서, 2일은 농촌에서 생활하는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일컫는 말이다. 이는 주 5일 근무제와 주 52시간 근무제가 정착함에 따라 여가시간이 늘어나고, 일과 일상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이 중요시되면서 유행하고 있는 하나의 주거 트렌드라 할 수 있다. 5도2촌에 따라 세컨드하우스를 찾는 현대인들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휴식을 목적으로 도시 근교나 지방에 집을 마련해 주말마다 세컨드하우스에 가서 여가시간을 즐기는 것이다. 이 밖에도 낡은 농가주택을 개조하거나 직접 땅을 구매해 집을 짓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해 5도2촌을 실천하고 있다.
최근에는 ‘5도2촌’을 넘어 ‘4도3촌’까지 등장했다. 정부에서도 농어촌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국민의 ‘4도3촌’ 라이프 실현을 강조하고 있다. 농촌지역 체류·정주 인프라 대폭 개선을 비롯해 농지에 농촌체류형 쉼터를 설치하고, 지자체별 농촌 살아보기 체험농원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농촌 빈집 활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숙박업 실증 특례도 확대(기존 지역 5개도→전국, 대상 50채→500채)된다. 최근 농촌에서 창업, 워케이션, 4도3촌 등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면서 농촌 공간을 사람·기업·자원·사회 서비스 등이 융·복합되는 기회의 장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조처들이다.
지방 소멸 문제를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다루고 있는 각 지자체들은 체류·정주 인프라 개선과 함께 농촌 살아보기 체험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시골집 리모델링 및 세컨드하우스 건축 늘어
사실 시골 생활은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도전 과제도 존재한다. 가장 큰 도전은 편의시설의 부족이다. 도시에서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편의시설들이 시골에서는 부족하다. 또한, 의료 서비스나 교육 시설 등 기본적인 생활 인프라의 부족도 시골 생활의 단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러한 도전 과제들은 동시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예컨대 시골의 빈집을 리모델링해 숙소나 카페, 작업실 등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나아가 지속적인 러스틱 라이프를 즐기기 위해 낡은 농가 주택을 리모델링하거나 자기 땅에 세컨드하우스를 지어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세컨드하우스 열기를 타고 공장에서 주택의 각 부분을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하는 모듈러 주택이 이례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농가 주택을 리모델링하여 촌캉스 숙소로 활용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촌캉스와 시골 주택, 그리고 힐링
원격 근무가 보편화되면서 도시 직장을 유지하면서도 시골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짧은 휴가가 아닌, 한 달 정도 시골에 거주하며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도시를 떠나 한적한 시골에서 몸과 마음을 푹 쉬게 해주는 것이다. 긴 시간 한 곳에 머무르며 관광객이 아닌, 거주민으로서의 기분을 느끼는 것이다. 한 달 동안 시골에 살면서 동네 곳곳을 산책하거나, 그 지역의 숨은 명소를 찾아다니기도 하고, 아니면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물멍·불멍·별멍 생활을 즐기기도 한다.
촌캉스와 시골 주택은 현대인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잡고 있다. 도시의 복잡함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여유로움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촌캉스와 시골 주택은 이상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힐링을 경험하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모색하는 여정에 많은 이들이 동참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