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2급인데… 전남서 2000마리나 발견된 '한국 생물'

2020년 새롭게 등재된 국내 고유종 '한국꼬마잠자리'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습지 자료 사진. / Korea by Bike-shutterstock

전남 곡성군 월봉습지에서 세계에서 가장 작은 잠자리로 알려진 '한국꼬마잠자리'(Nannophya koreana)의 대규모 서식이 확인됐다.

곡성군과 곤충전문가들로 구성된 다살이생물자원연구소는 지난 19일 공동 조사를 통해 약 2000마리에 달하는 성충이 해당 지역에 서식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지난 12일 첫 개체가 발견된 이후 일주일 만에 국내 최대 규모의 개체군이 공식 확인된 셈이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잠자리 '한국꼬마잠자리'

한국꼬마잠자리 수컷. (AI 생성 이미지) / 위키푸디

한국꼬마잠자리는 2020년 새롭게 등재된 국내 고유종이다. 기존에는 동남아시아에 서식하는 꼬마잠자리(Nannophya pygmaea)의 변종으로 여겨졌으나, 유전자 분석 결과 한국에만 서식하는 독립된 종으로 밝혀졌다. 현재 한국꼬마잠자리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한국꼬마잠자리는 몸길이 약 1.5cm, 날개를 포함해도 전체 크기가 2cm를 넘지 않는다. 세계적으로도 가장 작은 잠자리 중 하나다. 수컷은 온몸이 선명한 붉은색이고, 암컷은 연한 갈색 배에 줄무늬가 있다. 눈은 좌우로 도드라져 시야가 넓고, 날개는 투명하고 얇아 빠른 비행이 가능하다.

곡성 월봉습지, 서식 최적지로 떠올랐다

한국꼬마잠자리 암컷. (AI 생성 이미지) / 위키푸디

월봉습지는 곡성군이 2000년대 초부터 장기간 보존·관리해 온 습지다. 특히 환경부 생태보전부담금 반환 사업을 통해 복원된 월봉제 묵논습지는 한국꼬마잠자리가 서식하기에 알맞은 환경으로 평가된다. 이번 대규모 개체군 확인으로 이 습지는 생물다양성이 살아 있는 생태지대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국꼬마잠자리는 습도와 수질에 민감하다. 이 종은 농수로, 산지 용출수, 휴경 논처럼 얕고 맑은 물이 있는 공간을 선호한다. 곡성 외에도 미호강, 충북 진천, 울산 무제치늪 등에서 관찰된 바 있다. 하지만 일정 규모 이상의 서식지는 드물다. 농약 살포나 산업·축산 폐수는 생존에 큰 위협이 된다. 유충은 수개월 동안 물속에서 지내며, 수질 오염에 특히 취약하다.

서식지 훼손, 생존 위기 가속화

한국꼬마잠자리 자료 사진. / 곡성군 제공

한국꼬마잠자리는 도시화와 농지 개발로 인한 서식지 감소로 개체 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 산지 습지가 콘크리트 구조물로 대체되거나, 휴경 논이 농지 또는 건축 부지로 전환되면서 서식처가 사라지고 있다. 여기에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과 강수량 감소도 이 종에게는 생존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곡성군은 이번 발견을 계기로 천연기념물 지정 신청을 준비 중이다. 동시에 보호관리계획 수립과 주민 대상 생태교육, 탐방 프로그램 운영 등을 검토하고 있다. 보존과 동시에 지역 자원으로의 활용도 고민 중이다. 지역과 종 보존이 공존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이다.

한편, 곡성 월봉습지에는 한국꼬마잠자리 외에도 다수의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다. 멸종위기 Ⅱ급으로 지정된 대모잠자리, 삵, 하늘다람쥐, 새호리기를 비롯해, 멸종위기 Ⅰ급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황조롱이 등도 이곳에서 확인된다.

Copyright © 위키푸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