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낮에는 예술, 밤에는 술

Euljiro, Day & Night

오래된 건물 구석에서 마주하는 동시대 미술 공간, 아는 사람만 아는 을지로의 숨은 장소들에서 가장 독창적인 이벤트가 열린다. 낮에는 전시를 관람했다면 밤에는 시끌벅적한 술집에서 음악에 취해볼 것.


스페이스 카다로그 / 카페 카다로그

Photos Courtesy of Cadalogs

을지로 3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카페 카다로그와 전시 공간 스페이스 카다로그는 지속 가능한 예술에 대한 고민이 담긴 장소다.

Photos Courtesy of Cadalogs

‘공간 가변크기’, ‘쉬프트’를 운영하던 조형준 대표의 또 다른 공간으로, 예술가가 작업과 일상을 순조롭게 이어갈 수 있는 환경, 작가들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보여줄 장소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며 만들었다.

Photos Courtesy of Cadalogs

카다로그는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소비자에게 상품 정보를 전달하는 안내 책자(카탈로그)처럼, 작가들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보여주고자 하는 마음을 담은 이름이다. 스페이스 카다로그에서는 사회적 현상을 다루는 작품보다는 자신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작가들의 표현법을 볼 수 있는 게 묘미이고, 카페 카다로그는 그 이름처럼 커피를 비롯한 식음료를 다룬다.

Photos Courtesy of Cadalogs

특징은 스페이스 카다로그에서 벌어지는 전시와 작품을 모티브로 시그니처 메뉴를 개발하거나 작가와 협업한 식기를 카페 카다로그에서 선보인다는 데 있다. 이 참신한 아이디어는 전시의 여운을 더 길게 남기고 작가와 관객이 만날 수 있는 접점을 긴밀하게 만들어준다.

주소 서울시 중구 수표로 58-1 3층 / 서울시 중구 을지로 105 401호
운영시간 화요일~금요일 13:00~19:00 / 토, 일요일 13:00-18:00
인스타그램 @cadalogs_space / @cadalogs_cafe


을지로 OF(오브)

영상 작업을 하던 오웅진과 그의 친구들이 아지트나 구할 심산으로 2017년 입정동에 자리를 잡았던 게 OF(오브)의 시작이다. 여관으로 쓰이던 건v물 5층 꼭대기에 전시장을 만들고는 매해 변하는 을지로의 모습을 모두 지켜봤다.

그사이 을지로는 ‘힙지로’가 되고, 재개발로 동네가 사라지는 풍경을 목격하며 2021년 12월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주변 철공소들의 소음이 요란한 골목길, 절벽같이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거칠면서도 왠지 아늑한 옥탑방을 마주하게 된다. 3개의 방으로 구성된 공간에는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이 보기 좋게 전시되어 있다.

‘~의’라는 뜻을 가진 전치사 of를 이름으로 내건 이유가 이곳의 각방들이 작가‘의’ 오롯한 공간으로 기능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는 설명이 떠오르는 부분. 옥탑 모퉁이에 마련한 흡연 구역은 누군가의 치열한 생업 현장인 을지로 거리에서 외부인이 맘 놓고 끽연 한번 할 곳이 생각보다 마땅찮다는 생각에서 마련한 공간이다. “이곳에 온 김에 담배나 태우고 가면 좋겠다”는 코멘트를 덧붙이는 만큼 사소하지만 의미심장한 장소다.

주소 서울시 중구 창경궁로 5길 31 3층
운영시간 수요일~일요일 13:00 ~19:00
인스타그램 @55ooofff


N/A

Photos Courtesy of N/A

포토그래퍼로 활동하는 박진우, 오진혁이 운영하는 갤러리다. 2018년에 을지로 철공소 골목에 문을 열었다. 충무로와 가까운 곳에 조그맣게 공간을 마련해 자신들의 사진을 판매하는 프린팅 숍을 만들어보겠다는 계획에서 일이 커졌다.

Photos Courtesy of N/A

을지로의 낡은 건물과 거친 느낌이 그대로 드러나면서도 작품을 걸고 관람하기에 적당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공간 곳곳을 수선한 모습과, 결이 맞는 집기와 오브제들을 맞춰 완성한 분위기는 N/A만의 세련된 무드를 만드는 데 한몫했다.

Photos Courtesy of N/A

N/A(Not Available)란 작품이 판매되었을 때 표기하는 ‘솔드아웃’을 대신한 이름. 무심하고 쿨한 인상을 더욱 부추기는 네이밍으로 여겨진다. 전시는 사진, 회화, 설치 등 국내외 실력 있는 다양한 작가의 작품으로 항상 풍성하게 채워진다.

Photos Courtesy of N/A

나이젤 샤프란, 레스 등의 개인전은 꽤 화제였고, 공간의 분위기 역시 매력적이라 브랜드 이벤트를 위한 공간으로도 인기가 있다. 항상 짜임새 있게 구성하는 기획전도 매번 인상 깊은 볼거리를 안겨주기 때문에 이곳에서 열리는 이벤트라면 늘 기대감을 갖게 한다.

주소 서울시 중구 창경궁로5길 27
운영시간 목요일~토요일 14:00~19:00 / 일요일 14:00~19:00
인스타그램 @nslasha.kr


작은물

을지로 3가 인쇄소 골목 3층에 위치한 작은물은 5명의 창작자가 함께 밥을 지어 먹을 만한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곳이다. 휴대용 가스버너에 가마솥 밥을 지어 먹고, 각자 친구와 이웃을 초대해 노래를 부르거나 시를 낭송하고, 때로는 작품을 전시하는 장소로 야무지게 쓰다가 누구나 와서 술과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열린 공간으로 발전시킨 게 어느새 6년째다.

처음부터 가게로 운영하려던 계획은 없었기에 깨끗하고 정갈한 시설 대신 동네에서 주워온 가구, 중고로 구한 매력적인 물건들, 손수 꾸민 구석구석이 주를 이룬다. 지나온 시간에도 음악과 예술에 대한 사랑의 흔적은 공간 곳곳에 여전히 남아 있어, 주인장이 좋아하는 술과 간단한 스낵류를 즐기며 이 애틋한 자국들을 틈틈이 들여다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참고로 작은물에서 로스팅한 커피 맛은 기대 이상, 허기진 사람들이라면 외부 음식을 가져와서 먹는 것도 OK다. 주말 저녁에는 포크, 월드뮤직, 레게, 국악, 힙합, 실험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열려 이곳의 문화를 잘 들여다볼 수 있다.

주소 서울시 중구 을지로 16길 6 3층
운영시간 화요일~토요일 13:00~22:00/ 일요일 14:00~22:00
인스타그램 @zak_eun_mul


ACS

Photos Courtesy of ACS

서울의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는 곳. 공연을 기획하고 디제잉을 하는 시봉새와 안도가 운영하는 공연장으로 을지로와 충무로 사이에 위치해 있다. 건물 입구의 쇠창살을 통과해 지하로 내려가는 여정부터 여긴 보통이 아니다 싶을 거다. 벽면에 덕지덕지 붙은 아트워크와 포스터, 박력 있는 그라피티는 이곳의 개성 넘치고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실감하게 하는 요소. 주말에는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음악이 시끄럽게 흐르고, 보기 드문 공연도 왕왕 벌어진다.

Photos Courtesy of ACS

ACS의 대표적인 이벤트로는 뽕짝을 주제로 한 ‘퓨처관광메들리’가 있다. 관광 메들리를 특별한 문화이자 장르로 바라보고 신나게 즐겨보겠다는 마음으로 꾸준히 열고 있는 이벤트로 이곳에서만 즐길 수 있는 신나는 파티다. 이 외에도 서울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뮤지션의 공연이 열리며 잘 노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기획하는 파티마다 파격적이고 재치 있다는 평이 자자한 곳. 즐기는 데만 집중하면 되니 눈치 보지 않고 방방 뛰어 놀기 좋다.

주소 서울시 중구 수표로6길 10 유진빌딩 지하 1층
운영시간 공연 일정에 따라 인스타그램 계정에 공지
인스타그램 @ac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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