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열한 경쟁 속에서 수많은 배우의 캐스팅 물망에 올랐으나 쉽사리 주인을 찾지 못해 난항을 겪던 여주인공 자리, 그 탓에 촬영을 불과 두 달 앞두고서야 극적으로 합류하게 된 대타 캐스팅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역대급 대박 신화를 써 내려갔다.
탄탄한 사전 기획 대신 절박한 상황 속에서 발탁된 배우는 온몸을 던진 열연으로 안방극장을 눈물과 웃음바다로 물들였고, 케이블 드라마의 한계를 깨부수며 tvN 로맨틱 코미디의 전설적인 명작이자 자신의 평생 인생작을 탄생시켰다.

2016년 tvN 방영을 앞두고 큰 기대를 모았던 《또 오해영》의 타이틀롤 오해영 역은 처음부터 서현진의 몫이 아니었다.
제작진은 김아중을 비롯해 여러 실력파 배우들에게 러브콜을 보냈으나 빡빡한 일정과 개인적인 사정으로 줄줄이 고사했고, 최강희 역시 출연을 검토했으나 스케줄 문제로 불발되면서 여주인공 자리는 오랜 시간 공석으로 남았다.
결국 촬영 개시를 겨우 두 달 앞둔 시점에 서현진이 최종 낙점되어 합류하게 되었는데,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로코퀸으로 굳건히 자리 잡기 전이었던 그녀의 이 극적인 캐스팅은 한국 드라마 역사에 남을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서현진이 완벽하게 소화해 낸 오해영은 기존 로맨스 드라마가 고수해 오던 전형적이고 예쁜 여주인공의 틀을 처참히 깨부쉈다.
학창 시절 예쁜 오해영과 비교당하며 평생을 주눅 들어 살았고, 결혼을 하루 앞두고 일방적으로 파혼당한 비참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었다.
술에 취해 길거리를 헤매고,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 비참할 정도로 자존심을 구기며, 엄마 앞에서 억눌렀던 울분을 토해내며 오열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엄청난 현실 공감을 선사했다.
사랑 앞에 한없이 서툴고 초라한 보통 여성의 민낯을 가식 없이 그려낸 그녀의 연기는 안방극장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극 중 과거의 상처로 마음을 닫아버린 영화 음향감독 박도경은 에릭이 맡아 열연을 펼쳤다.
도경은 복수를 다짐하다 엉뚱하게 이름이 같은 평범한 오해영의 인생을 망치게 되고, 이 지독한 악연에서 시작된 두 사람의 관계는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가며 아찔하고 애절한 로맨스로 진화했다.
에릭과 서현진이 선보인 숨막히는 눈빛 교환부터 가슴을 뒤흔드는 키스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터뜨리는 격정적인 연기 호흡은 방영 내내 시청자들을 열광케 하며 역대급 로코 커플의 탄생을 알렸다.

방영 전 기대를 모았던 대작들과 달리 《또 오해영》의 출발은 시청률 2.1%라는 다소 아쉬운 성적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화려한 CG나 자극적인 설정 없이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사와 배우들의 미친 연기력이 입소문을 타면서 시청률 그래프는 가파르게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결국 마지막 18회 방송에서는 자체 최고인 평균 10.6%, 순간 최고 11.4%라는 폭발적인 수치를 기록하며 케이블 드라마계의 거대한 이파리를 장식했다.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당초 16부작이었던 분량이 2회 연장될 정도로 안방극장은 온통 오해영 앓이로 가득 찼다.

《또 오해영》의 신드롬급 흥행은 배우 서현진의 연기 인생에 두 다시 없을 거대한 도약의 발판이 되었다.
작품의 폭발적인 인기와 캐릭터를 살아 숨 쉬게 만든 독보적인 감정 연기력을 인정받아, 그녀는 이듬해 개최된 제53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에서 영예의 여자 최우수연기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하마터면 다른 배우의 품에 안길 뻔했던 배역이 극적인 인연을 만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인생 캐릭터로 거듭났으며, 시간이 흘러도 《또 오해영》이 누구나 가슴에 품고 꺼내보는 명작으로 회자되는 이유를 증명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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