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나의 행복'에 주변 사람들 안위도 포함된다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2024. 11. 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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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려움 뿐 아니라 타인의 어려움 또한 인지하고 측은지심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흔히 들을 수 있다.

이것이 옳고 그르다는 도덕적인 판단을 떠나서 이는 과학적으로도 사람을 꽤 정확하게 표현하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재난 상황에서 "긴박한 상황에서도 약자를 도와주는 행동, 소중한 사람들과 가까이 붙어있으려고 하는 일상적인 사회적 행동들이 그대로 나타났다. 이러한 행동들이 사람들의 탈출을 늦췄지만 이와 같은 패턴이 흔히 관찰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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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나의 어려움 뿐 아니라 타인의 어려움 또한 인지하고 측은지심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흔히 들을 수 있다. 이것이 옳고 그르다는 도덕적인 판단을 떠나서 이는 과학적으로도 사람을 꽤 정확하게 표현하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심리학자들을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인간을 이기적인 존재로 바라보곤 한다. 보통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안위보다 자기 자신의 안위를 가장 중시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하지만 이것이 완벽하게 성립하기 조금 어려운 이유가 있으니 바로 사회적 존재인 우리들에게는 ‘자기 자신의 안위’에 주변 사람들의 안위가 필연적으로 어느 정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많은 영화나 소설 등에서 인간의 악한 본성을 보이겠다며 극한 상황을 만들어서 나 혼자 살겠다며 바둥거리는 모습들을 연출하곤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이와 매우 다르다. 실제 재난 상황에서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한 연구들에 의하면 대부분의 결론은 패닉에 빠져 혼자 살겠다고 뛰쳐나가는 경우는 의외로 드물다는 것이다.

수섹스대의 연구자 존 드루리에 의하면 긴박한 상황에서도 평소 흔히 관찰되는 사회적 행동들이 여전히 그대로 나타나는 편이다. 많은 재난 상황에서 “긴박한 상황에서도 약자를 도와주는 행동, 소중한 사람들과 가까이 붙어있으려고 하는 일상적인 사회적 행동들이 그대로 나타났다. 이러한 행동들이 사람들의 탈출을 늦췄지만 이와 같은 패턴이 흔히 관찰되었다.”고 한다. 

이들 연구자들에 의하면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양육자와의 애착, ‘관계’를 통해 생존하는 동물인만큼 생존의 위협과 같은 큰 불안이 닥쳐왔을 때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친밀한 사람들을 통해 마음의 불안을 다스리려 한다. 따라서 재난 상황에서도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혼자 탈출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 아는 이들을 찾아 해매는 것이다. 

또한 재난이 지나간 후에도 살아남았음을 기뻐하기보다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이 남는다. 재난이 지나가도 살아남은 사람들과 사회 전체가 함께 집단적인 트라우마를 겪는 모습을 보이고 이 과정에서도 원래는 전혀 알지 못했던 사람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도움을 주면서 집단적 치유와 회복이 이루어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렇게 사람들은 큰 재난일수록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들까지도 함께 재난을 겪어가는 모습을 보인다. 이 과정에서 '같은 운명'을 지녔다는 깨달음에서 '우리'라는 새로운 정체성이 형성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이 과정을 잘 겪어갈수록 회복력이 강한 사회가 된다. 자신이 겪은 일이 아니더라도 타인의 아픔에 함께 슬퍼하고 함께 연약함과 무력함을 느끼고 꽃 한 송이를 바치는 행동들이 실은 인간 사회를 지탱해온 가장 거대한 물결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힘들다는 인식에서 나아가 나 뿐만 아니라 타인들도 다양한 이유로 힘들다는 깨달음, 측은지심이 인간이 지금까지 무리를 이루어 생존해 온 비결일 것이다. 어차피 인간인 이기적인 존재일 뿐이라고 보는 냉소적인 시선이 다소 비논리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때로는 심하게 이기적인 것 같지만 때로는 그렇지 않은 소중한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 좋고 혼자 있으면 외롭고 불안한 보통의 사람들이 사회를 떠받쳐 온 것일 테니까 이런 모습을 보더라도 서로 너무 미워하지 않고 또 냉소주의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Drury, J. The role of social identity processes in mass emergency behaviour: an integrative review. Eur. Rev. Soc. Psychol. 29, 38–81 (2018).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parkjy02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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