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또 '엔비디아 승인' 뜬소문...HBM 공급 임박했나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 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납품하기 위한 품질 검증을 통과했다는 외신 보도에 대해 승인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삼성전자의 HBM 공급은 향후 메모리반도체 시장에 미칠 파장이 큰 만큼 이를 둘러싼 여러 뜬소문이 돌고 있지만, 회사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HBM3E(5세대)가 본격 공급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이미 올해 공급 물량에 대한 고객사와의 협의도 완료됐다. 이에 이르면 이달 중 품질 검증을 마치고 엔비디아에 공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로이터는 7일 삼성전자의 HBM3E 8단이 엔비디아의 품질 검증을 완료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와 아직 공급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지만, 조만간 이를 확정한 뒤 올 4분기 공급을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HBM3E 12단은 아직 품질 검증 단계를 넘기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의 보도에 대해 삼성전자와 엔비디아는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전자 측은 품질 검증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개최한 실적설명회에서 회사 측은 고객사에 HBM3E 8단의 시제품을 전달했다고 언급했는데, 현재 상황도 이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HBM 관련 주요 팩트. /자료 제공=삼성전자

엔비디아에 대한 삼성전자의 HBM 공급은 반도체 업계와 시장의 중요한 관심사다. HBM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서버용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탑재돼 고성능 연산을 보조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만큼 메모리 제조사의 실적과 기술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공급망을 사실상 독점하면서 삼성전자는 AI 열풍에서 소외돼왔다. 만약 HBM의 엔비디아 납품이 확정되면 삼성전자는 그동안의 부진을 털고 AI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혜택을 받을 기회를 얻게 된다.

최근까지도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대한 HBM 공급을 확정했다는 보도가 국내외에서 나왔지만, 회사가 공식적으로 이를 인정한 적은 없다. HBM3E 8단은 3분기, 12단은 하반기 중 공급을 확대하고, 연말에는 전체 HBM 매출에서 HBM3E가 차지하는 비중이 극대화될 것이라는 내용 정도가 언급됐다. 올 1분기 실적설명회에서 이르면 2분기 말 HBM3E 8단의 매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지만 현실화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장 환경은 삼성전자에 우호적이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생산을 위해서는 SK하이닉스 외에 많은 물량을 책임질 공급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8월이나 오는 9월 중 엔비디아의 승인이 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엔비디아 납품이 임박했다는 신호는 삼성전자가 밝힌 올해 공급계획에서도 읽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올 HBM 공급을 전년 대비 4배 가까이 확대할 계획이다. HBM은 사전에 고객과 공급 규모에 대한 협의를 거치기 때문에 올 공급 물량에서 HBM3E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이미 올해 HBM 공급량을 크게 늘릴 것이라고 밝혔는데, 엔비디아 말고 그 정도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AI 반도체 업체는 없다"며 "엔비디아에 대한 삼성전자의 HBM 공급 자체를 기정사실로 놓고, 이제는 구체적인 성적표를 따져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진솔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