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의 음악과 국내 창작 동요, 똑 닮은 공통점이 있죠” [강홍민의 굿잡]

2024. 9. 2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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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택동 동요 작곡가

‘해야 해야 나오너라 우리 동무 해동무 열무김치 밥 말아먹고 우주자전거 달리자’

‘우주자전거’, ‘고운 꿈’ 등 50여 년 가까이 3천 여곡의 동요를 작곡한 송택동 작곡가는 국내 창작 동요계의 산증인으로 불린다. 8090년대 국내 동요의 부흥기부터 현재까지 동요 창작을 놓지 않은 그는 일흔이 넘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동요를 이야기 할 때면 여전히 동심에 푹 빠져 있는 어린아이와 같다.

자신이 만든 동요를 아이들과 함께 부를 때 가장 행복하다는 송택동 작곡가를 만나 동요 작곡가의 세계를 들어봤다.



20년 넘게 운영해 온 창작 동요제가 있다고요. 
"2003년에 만든 '캥거루 창작 동요제'입니다. 올해도 9월 28일에 동요회를 진행해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 주셨죠. 국내 창작동요 시장이 예전에 비해 많이 축소됐지만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어린이들이 참여하는 창작 동요제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매년 창작 동요를 만들어 발표하고 있습니다."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시나요.
“54년생이니 만 71셉니다.”

동요를 만든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겠군요. 
“1977년 초등학교 교사로 부임하면서부터이니 몇 년 더 보태면 50년이 되겠네요.(웃음)”

교사 부임 전에도 노래를 만든 적이 있었나요.
“당시엔 포크송이 유행이었어요. 대학 때 밴드를 하면서 노래를 부르면서 만들기도 했죠. 교사를 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니 자연스레 포크송에서 동요로 넘어가더군요. 지금도 그렇지만 교사 초임 시절엔 아이들과 풍금을 울리면서 노래 부르는 게 참 내 마음을 즐겁게 했어요. 그렇게 만든 노래를 아이들이 흥얼거리면서 다니는 것도 행복했고요.”

그렇게 만든 동요가 몇 곡이나 되나요.
“한 3000곡은 넘을 거예요. 우주자전거, 이슬열매, 고운 꿈, 날개의 씨앗, 대장간소리, 어여쁜 친구, 나의 친구에게, 소방차가족 등이 제 대표곡이죠. 방금 말씀드린 그 곡들은 초·중학교 음악 교과서에 들어가 있지요.(웃음)”

“칼립소 리듬 착안해 동요 창작에 반영···‘우주자전거’, ‘고운꿈’ 등 3천여곡 동요 창작”

동요에도 각각의 멜로디 흐름이 있는데, 선생님이 만든 동요는 경쾌한 곡들이 많은 것 같아요.
“잘 보셨어요. 처음 교사가 될 무렵, 시대적 배경 때문인지 느리고 슬픈 동요가 많았어요. 그래서 좀 경쾌한 동요를 만들고 싶었어요. 개인적으로 칼립소 리듬을 좋아하는데, 그걸 활용해 만들자 생각했죠. 아마 그래서 경쾌하단 느낌을 받으셨을 거예요. 칼립소 리듬의 대표적인 동요는 ‘꼬부랑 할머니’예요.”

만든 곡 중 가장 애착이 가는 동요는 뭔가요.
“‘고운 꿈’이에요. 아주 단순한 멜로디인데, 그걸 만들 때는 인식하지 못했어요. 그 곡이 쉽고 부르기가 좋아 아이들이 좋아했어요. 그래서 더 애착이 갑니다.”

1986년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송택동 작곡가가 이끈 합창단이 공연하는 모습. (본인제공)



당시엔 동요를 많이 부르던 시기였나요.
“지금이야 아이들이 트롯을 따라 부르지만 그때만 해도 동요만 부르고 다녔죠. 방송국에서도 동요 경연 프로그램이 하나씩 있을 정도였으니까. 대치초등학교에 첫 부임을 한 후에 대치 합창단을 만들었어요. 그 합창단이 계기가 돼 아이들에게 동요를 가르쳤죠. 그랬더니 KBS, MBC 창작동요제에서 연락이 오는 거예요. 그래서 출연도 하고 경연을 나가기도 했었어요. 88서울올림픽 당시에 우리 합창단 아이들과 가수 이선희 씨랑 합동 무대도 가졌던 기억이 나요.”

당시가 동요의 전성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겠군요.
“그렇죠. 동요 한 곡이 인기를 얻으면 전국으로 퍼져 나가던 시절이었죠. 1983년에 MBC 창작동요제가 생기면서 붐이 일었어요. 제가 만든 곡이 교과서에도 실리니 주변에서 절 알아보곤 ‘당신이 송택동이냐’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생겨나기 시작했죠. 그때가 제 생에 가장 즐거운 날들이었어요.(웃음)”

“악상이 떠오르면 바로 계이름으로 메모, 최신 프로그램으로 멜로디 삽입해 곡 작업···아이들이 부르기 쉽게 한 옥타브에 반복적인 멜로디 선호”

동요를 만드는 순서가 있나요.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과 함께 있거나 혼자 산책을 할 때 불현 듯 악상이 떠올라요. 그럼 메모지나 휴대폰에 악보를 적어 놓죠. 적어 둔 멜로디에 살을 붙여 곡을 만듭니다. 요즘에는 음악 프로그램이 워낙 잘 돼 있어서 떠오른 악상을 프로그램에 넣기만 하면 멜로디를 만들어주기도 해요.”

동요를 작곡할 때, 법칙 또는 특징이 있을 것 같아요.
“동요의 특징이라면 한 옥타브에서 소화할 수 있는 곡이여야 해요. 물론 그렇지 않은 곡들도 많긴 하지만 아이들의 성대는 단단하지 않기 때문에 높은 음을 소화할 수 없고, 무리해서도 안 됩니다. 아이들 성대에 무리가 가지 않게끔 한 옥타브 안에서 부를 수 있는 곡이 좋습니다. 그리고 동요 자체가 아이들이 쉽게 불러야 하는 곡이잖아요. 쉽고 반복되는 멜로디로 만들어 누구나 흥얼거릴 수 있게 만드는 게 좋습니다. 그런 면에서 BTS의 노래들이 좋은 노래죠. 멜로디가 반복돼서 흥얼거리기 좋거든요.(웃음)”

보통 한 곡을 만드는 데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때때로 달라요. 어떤 곡은 10분 안에 만들었는데 아이들이 좋아하는 곡이 있는가 하면, 며칠에 걸쳐 만든 곡이 사랑을 못 받는 곡들도 있죠.”



최근에는 짧은 멜로디만 넣어도 노래가 완성되는 기술도 나왔는데, 동요도 그렇게 만들 수 있나요.
“저 역시도 앱 서비스를 잘 활용하고 있어요. 미리 만들어 둔 멜로디를 넣고 사운드 샘플을 추가하면 하나의 노래가 만들어지거든요. 반면에 본인의 아이디어로 만든 멜로디가 아니라 텍스트 주문만으로 만들어지는 음악은 창작 의욕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행위죠. 지금의 기술로도 가능하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론 창작자의 아이디어가 반영되지 않은 음악은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기술의 진보로 예전에 비해 음악을 쉽고 편하게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요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이 있을 것 같아요.
“아이들과 함께여야 합니다. 아이들과 접하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동요를 만들 수가 없어요. 아이들의 숨소리, 대화하면서 듣는 목소리와 생각들을 듣다 보면 자연스레 동요를 만들 수 있어요. 그게 바로 동요를 만드는 자원이죠.”

음악 전공이 필수는 아닌가요.
“직업적으로 명명하진 않았지만 전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반면 제가 늘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계이름이예요.(웃음) 계이름을 알아야 흥얼거리는 걸 적을 수 있잖아요. 제가 아이들에게 강조하는 것도 멜로디가 생각나면 계이름으로 적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계이름을 적을 수 있으면 스스로 생각했던 멜로디를 구체화시킬 수 있는 밑거름이 마련되는 셈이죠.”

동요 작곡가의 수입은 어떤가요.
“제 나이가 일흔이 훌쩍 넘었는데, 지금도 저작권료가 나오고 있어요. 수십 년간 등록된 곡에서 나오는 저작권료가 그리 많진 않지만 한 달에 몇 십 만원 정돈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요와 관련된 곡이나 책 제작 등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수입이 생기곤 했습니다.”

동요 작곡가로서 가장 행복할 땐 언제인가요.
“제가 만든 노래를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흥얼거리면서 부를 땐 정말 기분 좋죠. 언젠가 영화에서 제가 만든 동요가 흘러나오는 걸 본 적이 있는데, 그땐 정말 자랑하고 싶더라고요. 그게 제 인생에서 가장 큰 행복이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 동요작곡가의 비전은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외로운 길이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요. 아이들이 있는 한 동요는 살아있어야 합니다. 지금은 동요가 땅에 떨어져 바닥을 헤메고 있다고 생각해요. 1인 가구가 늘어나고 개인주의가 더욱 팽배해지는 이 시점에 동요를 통해 서로의 마음의 벽을 허물 수 있도록 저 스스로도 동요를 만들고 보급하는 일을 끝까지 하고 싶습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사진 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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