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퇴사 멈춰! '오래 다닐 인재' 뽑으려면?
A 씨는 대학 시절부터 인사팀 직무에 관심이 있었다. 취업 준비를 탄탄히 해온 결과, 대기업 인사팀에 입사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입사 6개월이 지나고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과거 관행에서 벗어난 새로운 채용 방안을 제안하자 기존 프로세스를 중시하는 HR 부서 상사들에게 번번이 거부당하고 말았다.
여러 가지 노무 리스크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평가 및 보상 체계에 대해서도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한 여러 아이디어를 제시했지만 하던 일이나 잘하라는 핀잔을 받았다. 대학 시절부터 원하던 직무였지만 A 씨는 끝내 퇴사를 결정하고 말았다.
최근 *HR의 메가트렌드 중 하나는 조기 퇴사자의 급증이다. 조직의 문화와 가치가 자신의 가치와 부합하지 않으면 미련 없이 회사를 떠나는 이른바 ‘대퇴사’의 시대가 온 것이다. 취업자 입장에서의 조기 퇴사는 취업 전략의 한 부분일 수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 조기 퇴사는 명백한 채용 실패다.
채용 실패의 원인 중 상당수는 채용 과정에서의 검증 소홀과 관련이 있다. 우수 인재 검증에만 초점을 두다 보니 오래 다닐 사람인지에 대한 검증은 소홀했던 것.
성과를 내는 우수한 인재라고 해서 반드시 오래 다닐 인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에 공감하는 직원일수록 오래 재직할 확률이 높다. 그렇기에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에 공감하는 직원을 채용하는 것이 HR 분야의 최대 과제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기업이 직원 개인의 가치 체계를 분석하는 것이 첫 번째다. DBR 368호에 실린 기사를 통해 자세한 방법을 살펴보자.
계획된 조기 퇴사와 계획되지 않은 조기 퇴사
조기 퇴사는 ‘계획된’ 것과 ‘계획되지 않은’ 것으로 분류할 수 있다. 계획된 조기 퇴사는 채용 과정에서 여러 희미한 신호를 드러내기 때문에 기업이 이를 미리 포착하면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 지원자는 보통 지원 단계에서부터 이미 조기 퇴사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기업과 직무에 대한 지원자의 요건, 경험/경력의 적합도, 취업 준비도, 입사 후의 계획이나 회사/직무에 대한 태도 등을 면밀하게 관찰하면 퇴사의 단서를 찾아낼 수 있다.
다음 단계 목표를 명확히 가지고 있는 조기 퇴사이든 그렇지 않든, 현재의 회사를 자기 경력의 징검다리로 생각하고 있다면 어떤 형태로든 이와 관련한 신호가 있을 것이다. 계획된 조기 퇴사와 달리 계획되지 않은 조기 퇴사는 채용 과정에서 별다른 신호가 없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지원자들은 퇴사 계획 없이 진심으로 조직에서 일하길 희망했기 때문이다.
계획되지 않은 조기 퇴사는 입사 후의 직장 생활과 업무 수행 과정에서 주로 개인과 회사/업무 간 궁합이 잘 맞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입사 전에는 몰랐던 회사 내부의 상황이나 문화, 업무 현실이 본인이 기대했던 것과 다르기 때문에 나타난다.
조기 퇴사든 아니든, 그것이 계획된 것이든 계획되지 않은 것이든, 또 그 이유가 경력 개발을 위해서든 본인과 잘 맞지 않은 불만 때문이든, 기업은 예측하지 못한 퇴사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지 이미 오래전이고 이제는 대퇴사의 시대인 만큼 채용 단계나 재직 단계에서 직원들의 퇴사를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퇴사 관리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퇴사의 이유는 다양하다. 급여가 적어서, 비전이 없어서, 상사나 동료 때문에, 일이 많아서, 승진 기회가 부족해서 등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들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회사와 일에 대해 불만이 커지고 조직에 남고자 하는 동기가 부족해졌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회사에 대한 불만이 퇴사로 이어지려면 다른 대안의 존재 여부 등이 영향을 끼치겠지만 최소한 일과 회사에 대한 불만과 동기 부족이 퇴사 가능성을 키운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동일한 상황과 조건에서 모두가 떠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떠나지만 누군가는 남는다. 동일한 상황과 조건에서도 불만족과 동기 저하를 겪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존재한다. 또 불만족과 동기 저하 시에 쉽게 이직을 생각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도 존재한다. 문제는 MZ세대의 경우 자신들과 맞지 않다고 느낄 때 퇴사할 가능성이 이전 세대보다 훨씬 더 높아졌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통적으로 집단주의 문화가 강했기 때문에 기성세대는 개인의 가치나 성격과 직무의 일치 이슈를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개인주의 문화가 더 우세해졌기 때문에 MZ세대를 중심으로 개인의 가치와 성격이 직무만족도와 이직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욱이 MZ세대의 경우 높은 학력과 스펙을 가지고 있고, 과거와 달리 인터넷과 SNS를 통해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현재의 직장이 자신과 맞지 않다고 생각했을 때 언제라도 떠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행동을 정확히 예측하려면 가치 체계 파악해야
가치는 행동과 선택의 판단 기준을 제공하는 개인의 신념 체계를 의미한다. 이는 업무 수행과 관련해서도 큰 차이를 가져오며 개인의 직무 만족, 직무 성과, 이직 가능성에 영향을 미친다.
개인의 가치가 어떻게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치 체계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가치 체계란 개인이 다양한 가치에 대해 어떤 순위를 매기고 있는가이다. 하나하나의 가치에 대해 물어보면 모두가 다 중요하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가치가 충돌할 때 개인마다 우선순위를 두는 부분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행동의 차이가 발생한다.
우리가 접하는 업무 상황들은 매 순간 다양한 가치가 충돌하는 가치 경쟁의 상황이고, 이것이 개인과 직무, 개인과 조직 간 가치 체계의 일치가 중요한 이유다.
문제는 이러한 개인의 가치 체계를 일반적 면접 방식으로 알아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팀워크를 중시하는 회사라면 면접 상황에서 지원자에게 팀워크를 얼마나 중시하는지 물어볼 수 있지만 다른 가치와의 갈등 상황에서 지원자의 행동을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결국 개인의 태도와 행동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서는 특정 가치를 중시하는가가 아닌 조직 생활과 직무수행에서 충돌할 수 있는 중요한 가치들에 대해 개인이 어떤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가에 대한 가치 체계를 파악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직무마다 접하게 되는 상황들이 다르고 직급마다 수행하는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조직 내 다양한 직무와 직급에서 어떤 가치 체계를 가진 사람이 더 잘 적응하고 업무 수행에서 성과를 보이며 직무에 만족하는지를 파악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메커니즘을 알고 있더라도 과거 수작업을 통한 분석으로 이를 밝히기에는 너무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됐기 때문에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제는 인공지능(AI)을 통한 분석이 가능해졌다. 이제 조직에서 의지만 있다면 누구라도 HR 시스템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조직 내 다양한 직무와 직급에서 누가 직무 만족이 높고, 누가 성과를 잘 내는지, 누가 오래 재직하고, 누가 일찍 조직을 떠나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그 사람들의 가치 검사 점수와 함께 제시하면 AI는 직무별, 직급별로 어떤 가치 체계를 가진 사람들이 직무에 더 만족하고, 더 높은 성과를 내며, 더 오래 재직하는지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현직자들에 대한 성과와 재직 기간을 예측할 수 있다.
특히 채용 과정에서도 지원자들의 가치 체계를 분석해서 향후 누가 더 조직에 잘 적응하고 회사에 오래 머물 수 있는지를 정교하게 예측할 수 있다. 이제 성격뿐만 아니라 가치 체계까지 함께 측정하고 관리해서 역량 외에 조직 적응 및 재직 기간까지 예측하고 활용하는 것이 HR 분야의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이다.
이제는 인사 과학(HR Science)이다
최근 AI와 심리학의 결합이 각광받고 있다. AI 회사들의 HR 분야 진출이 러시를 이루면서 게임 방식의 심리검사, AI 면접, AI 서류평가, AI 자기소개서 평가 등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인사관리 분야에서의 AI 활용도 활성화하고 있다. AI가 사람들을 평가하는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사람이 수행하기 힘들었던 수많은 작업을 AI가 대신해준다는 측면에선 분명 의미가 있다.
AI와 심리검사를 접목한 인사관리 시스템 활용을 활용하면 주기적인 검사 및 준거 자료 수집/분석이 가능해진다. 또 세부 그룹별 우수 성과자와 퇴직자들의 연관성도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다. 재직자들의 심리 변화에 따른 다양한 행동 예측도 가능해졌고, 채용 단계에서부터 부서별로 지원자들의 성과와 재직 기간에 대한 예측력을 높일 수 있게 됐으며, 더 나아가 개인 특성과 부서 특성과의 매칭을 통해 조직 전체의 성과를 극대화하고 재직 기간을 최대한 연장할 수 있는 부서 배치도 가능하다.
최근 HR 애널리틱스가 많은 기업의 관심을 끌고 있다. HR과 관련한 다양하고 방대한 정보들을 분석해서 현상을 파악하고 시사점을 도출해 이를 인사관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유용한 방법론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아쉬운 점은 HR 애널리틱스가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현상 파악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HR은 사람을 다루는 분야이고, 그 목표는 구성원들의 바람직한 행동을 강화하고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약화시키는 데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화하고자 하는 바람직한 행동과 약화시키고자 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이 무엇인지 그 준거가 명확히 설정되고 측정돼야 한다. 준거와 연계되지 않는다면 현상 정보에 대한 분석과 그 결과로써의 시사점은 추측일 뿐이기 때문이다.
과학의 목적은 미래를 예측하고 통제하는 데 있다. 이제 HR도 조직의 현상을 파악하고 관리하는 인사관리(HR Management)의 역할을 넘어서서 구성원들의 미래 행동을 예측하고 통제하는 인사 과학(HR Science)으로 발전해야 한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368호
필자 오동근
정리 인터비즈 방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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