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만 건너와 준다면"..코스 정비에 10억 쏟아부은 코마CC

김인오 2022. 9. 9.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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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들의 염원이 만들어낸 신한동해오픈
코마CC, 코스와 클럽하우스 리모델링에 10억 투자
출전 선수들, 코스 컨디션 극찬
8일 열린 KPGA 코리안투어 신한동해오픈 1라운드에서 출전 선수들이 대회장인 코마CC 코스를 이동하고 있다.(사진=민수용 골프 전문작가)

(MHN스포츠 나라(일본), 김인오 기자) "코스 사용료는 없습니다. 오히려 거액을 투자해 골프장을 재정비했죠. 성공적인 대회 개최, 바람은 딱 그거 하나였어요."

8일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제38회 신한동해오픈'이 개막했다. 1981년 창설 이후 줄곧 국내에서 치러졌다. 하지만 올해는 대회 장소를 일본 나라현에 있는 코마 컨트리클럽(CC)으로 옮겼다. 

코마CC는 대회 개막 6개월 전부터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시작했다. 클럽하우스 내부를 현대식으로 리모델링했고, 페어웨이부터 러프, 벙커와 워터해저드까지 코스 곳곳을 다듬었다. 

대대적인 정비에 소요된 비용은 대략 10억원. 골프장을 운영하는 히라카와 상사의 오너 히라카와 하루키 씨의 뚝심이 만들어낸 결과다. 

"일반적으로 코스 사용료를 받지 않게되면 대회 공식 명칭에 공동 개최를 의미하는 문구(with OOO 등)를 원한다. 홍보 효과를 얻기 위해서다. 하지만 코마CC측의 요구는 없었다. 오히려 거액을 대회장 정비에 쏟아부었다." 신한금융그룹 관계자의 전언이다. 

고(故)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은 1980년 일본 나라현에 재일동포들의 뜻을 모아 코마 컨트리클럽을 만들었다(사진=신한금융그룹)

코마CC는 일본 관서지방 중심도시인 오사카에서 내륙으로 1시간 이상을 달린 후 구불구불한 시골 도로를 20분 지나야 닿을 수 있다.

골프장 입구에는 경주 불국사 다보탑 모형이 세워져있다. 실제 다보탑보다 크기는 작지만 수호신처럼 우뚝 서 있는 자태가 멋스럽다. 그늘집은 한국 전통의 팔각정 모양이다. 골프장의 문장은 일본을 상징하는 벚꽃으로 착각되지만 한국의 국화 무궁화다. 클럽 하우스 대표 메뉴는 한국 음식인 곰탕, 불고기, 냉면이다. 

한국의 오래된 골프장을 연상케하는 코마CC는 1980년 고(故)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이 만들었다. 재일동포들의 비즈니스 공간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1970년대 일본 골프장들은 재일동포들에게 회원권을 팔지 않는 등 출입 자체를 제한했다. 당시 일본인들은 천한 일로 여기던 파친코 등으로 부를 쌓은 동포들을 철저하게 차별했다. 

울분을 느낀 이 회장은 골프장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고, 곳곳에 한국적인 색채를 가득 담았다. 이 회장을 중심으로 한 재일동포들은 자주 골프장에서 회동을 가졌다. 코스를 완성한 후에는 한국의 바람 소리가 그리워 어린 시절 자주 보던 '미루나무' 여러 그루를 심었다.

재일동포들은 1981년 고국을 위한 골프대회를 열어주자고 뜻을 모았다. 신한동해오픈의 전신인 동해오픈이다. 당시 그들에게 '동해'의 의미는 '그리운 조국'이었다. 8회 대회까지는 동포들이 모은 후원금으로 대회가 운영됐다. 1989년 9회 대회부터는  재일동포들이 주주로 참여한 신한은행이 타이틀스폰서를 이어받았다. 코마CC 오너인 히라카와 하루키 씨는 당시 뜻을 모았던 재일동포 중 한 분의 후손이다. 

일본 나라현에 있는 코마 컨트리클럽 그늘집은 한국의 팔각정을 본따 만들어졌다.(사진=신한금융그룹)

'메이저급' 대회로 성장한 신한동해오픈은 2020년에 코마CC에서 대회를 열려고 했다. 하지만 잠시 미뤄야 했다. 신한금융그룹 관계자는 "골프장 개장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 2년 전 대회를 개최하려 했다. 몇 분 생존해 있는 재일동포들의 염원도 더해졌다. 하지만 코로나 팬더믹으로 2년이 지나서야 개최가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코마CC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으로 1974년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개리 플레이어가 설계했다. 2017년부터 3년 연속 일본 100대 최고 골프장에 선정될 정도로 명문 코스로 평가받는다. 한국 음식이 유명세를 타면서 '맛집 골프장'으로도 이름을 떨치고 있다. 

기본이 튼튼한 명문 코스에 아낌없는 투자를 더했더니 '명품 골프장'으로 탈바꿈했다. KPGA 관계자는 "페어웨이와 A컷, B컷 러프가 명확하게 구분되는 코스는 찾아보기 힘들다. 골프장측의 노력이 엿보인다"며 엄지를 세웠다. 

1라운드를 경험한 선수들도 칭찬 일색이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시우는 "국가대표 시절 한국의 명문 골프장을 많이 쳐봤는데 오늘 그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첫날 선두로 나선 이태훈은 "코스가 내 스타일이다. 컨디션이 너무 좋고 그린 스피드도 나랑 딱 맞다"며 미소를 지었다. 코리안투어 3주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서요섭은 "전장은 짧지만 페어웨이와 러프 구분이 명확해 정확한 티샷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신한동해오픈은 2019년부터 코리안투어, 아시안투어,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등 3개 투어 공동 주관 대회로 바뀌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더믹으로 2년 동안 코리안투어 주관으로 진행되다 올해 다시 3개 투어 주관으로 돌아왔다. 

코마 컨트리클럽에 심어진 미루나무. 재일동포들이 한국의 바람 소리를 느끼기 위해 여러 그루를 코스에 식재했다.(사진=신한금융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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