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년 우정의 결실, 한-필 국방 협력의 현재
한국과 필리핀의 국방 협력은 단순한 무기 거래 이상의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6.25 전쟁 당시 필리핀은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유엔군에 참전해 한국을 지원한 바 있으며, 이 역사적 연대는 현재까지도 외교와 안보 협력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 최근 열린 양국 국방 장관 회담에서도 이러한 유대를 바탕으로 역내 정세 및 방산 협력 확대에 대한 긍정적 논의가 오갔다. 과거의 전우가 지금은 전략적 동반자로 다시 만난 셈이다.

필리핀은 한국산 무기를 지속적으로 도입하면서 군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한국은 이를 계기로 동남아시아 방산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단발성 지원이 아닌 상호 전략적 협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필리핀 해군의 재출범, 한국 초계함의 역할
2019년 한국이 필리핀에 포항급 초계함을 공여한 것은 단순한 무기 이전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당시 필리핀 해군은 중국 등 주변국과의 해양 분쟁이 늘어나고 있었지만, 전력 자체는 매우 열세였다. 이 시점에 인도된 포항급 초계함은 필리핀 해군이 처음으로 운용하게 된 ‘현대적 함정’이었다.

비록 한국 해군에겐 노후 전력이었지만, 필리핀에는 작전 반경과 화력 모두에서 큰 변화였다. 이후 필리핀은 한국산 호위함 4척, 원양 초계함 6척을 추가로 계약하면서 해군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한국의 기술력과 운영 경험이 결합된 이 장비들은 필리핀 해군력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중국이 한국의 초계함 제공에 대해 불만을 표했다는 사실은 이 협력이 전략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초음속 비행의 시작, FA-50과 필리핀 공군
필리핀 공군은 오랜 기간 초음속 전투기를 보유하지 못한 국가였다. FA-50 도입 이전까지 운용 중인 기체 중 가장 빠른 항공기가 마하 0.8에 불과한 S-211이었을 정도로, 공중 전력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의 FA-50은 단순한 전투기가 아니라 필리핀 공군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한국과의 전투기 인연은 그보다 더 오래되었다.

1990년대 후반, 한국은 퇴역한 F-5 전투기 8대를 형식적으로 100달러에 필리핀에 공여하며 첫 협력의 단초를 마련했다. 이 협력은 이후 FA-50 도입으로 이어졌고, 올해에만 1조 원 규모의 신규 계약이 체결될 만큼 양국 간 항공 협력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전투기에서 시작된 신뢰는 이제 필리핀 공군 전력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방산 시장에서의 전략적 파트너십
최근 5년간 한국 방산 수출에서 필리핀이 차지하는 비중은 폴란드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이 수치는 단순히 경제적 수치를 넘어서 양국 간의 긴밀한 안보 협력을 반영한다. 특히 FA-50 2차 구매 계약이 2025년 체결될 예정이며, 해군뿐만 아니라 지상군, 공군 분야에서도 협력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필리핀은 현재 주력 전투기, 잠수함, 다목적 무인기 등의 도입 계획을 검토 중이며, 한국 업체들은 이 수요에 맞춰 맞춤형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은 단순한 장비 판매를 넘어, 운용 훈련, 유지보수, 기술 협력까지 제공함으로써 신뢰 기반의 장기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한국이 단기 이익을 넘어서 방산 외교의 모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