쏠 수 있어!, 토요타 라브4 PHEV

조회수 2023. 3. 27.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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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차 브랜드가 으레 그렇듯 토요타는 놀라움과 거리가 멀다. 높은 연료효율, 믿음직한 내구성, 합리적인 가격 등 교통수단으로서 자동차의 기본 소양을 더 충실히 따르기 때문이다. 화려한 럭셔리 세단, 폭발적인 성능의 스포츠카, 존재감 넘치는 오프로더와 비교하면 토요타의 자동차들은 ‘와우 포인트’가
적을 수밖에 없다.

토요타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가진 이미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토요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사는 건 호쾌한 가속 성능을 비롯해 운전 재미를 일정 부분 포기하는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대신 전기차 못지않은 정숙성과 편안한 승차감, 주유 할인 카드도 쓸모없게 만드는 최강 연료효율, 언제든 속 썩이는 일 없이 마음의 평화를 주는 내구성을 위안 삼았다.

실용성과 운전 재미 모두를 한데 모을 수는 없을까? 토요타는 이 물음에 라브4 PHEV로 답했다. 슬로건마저도 ‘하나의 자동차, 두 개의 대답’이다. 라브4 PHEV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최고출력은 306마력, 연비는 1L당 15.6km에 달한다. 게다가 18.1kWh 배터리를 품고 1회 충전으로 최대 63km를
기름 한 방울 쓰지 않고 달릴 수 있다.

우리는 제원은 숫자일 뿐이라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다. 실제와 다른 감각에 헛웃음 지은 경험이 적지 않다. 라브4 PHEV의 제원 또한 거짓이었다. 다만 일반적인 경우와는 다른 의미의 거짓이었다. 라브4 PHEV는 도로 위를 달릴 때 숫자로 적힌 최고출력보다 더 빠르게 느껴졌고, 제원에 쓰인 EV 모드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보다 더 멀리 갔다.


가속 페달을 깊이 밟아보면, 기존에 알고 있던 토요타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아니라는 사실을 단번에 눈치챌 수 있다. 2.5L 엔진이 최고출력(178마력)을 내기 위해 6000rpm을 향한 발걸음을 시작하기도 전에 앞(182마력), 뒤(54마력) 전기모터가 무게 2t의 차체를 강하게 밀어붙인다. 토요타 유럽 자료에 따르면 라브4 PHEV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을 6초 만에 끝낸다. 유럽에서 괜히 ‘GR 스포츠’라는 배지를 붙여 판매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배터리만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도 실제로는 63km를 훌쩍 뛰어넘었다. 배터리 잔량 100%에서 출발해 36km의 거리를 달리고도 계기판은 아직 42km를 더 갈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고속도로가 아닌 도심 주행 상황이었다면 주행가능거리는 더 늘어났을지도 모른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서울시 승용차 1일 평균 주행거리는 31km. 라브4 PHEV와 함께라면 평일 출퇴근은 오직 전기모터만으로도 충분히 소화
가능해 보였다.

놀라운 건 이것만이 아니다. 토요타는 라브4 PHEV의 가격을 5570만원으로 묶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에 올인하고 편의장비를 좀스럽게 덜어낸 결과물은 아니다. 디지털 계기판과 애플 카플레이가 가능한 8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는 기본. 여름철 쾌적한 엉덩이 피부를 약속하는 통풍 시트도 빠뜨리지 않았다. 스티어링휠 열선까지 있으니 ‘풀옵션’이라고 말해도 부족하지 않다. 실내에서 굳이 단점을 찾는다면, 투박한 인테리어 정도뿐이다. 개인적으로는 남성미 넘치는 오프로더를 좇는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다.


첨단운전자보조 시스템 또한 모자람이 없다. 교차로에서 긴급 제동을 보조하고, 전방에 장애물이 갑자기 나타난 긴급 상황에서 운전자의 스티어링휠 조작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 스스로 방향을 더 틀어 충돌을 방지한다. 소위 반자율주행이라고 부르는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컨트롤에는 커브 감속 기능을 더했다. 커브길 진입 시 차가 알아서 속도를 낮추고 코너를 안전하게 돌아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지루한 이미지가 다분했다. 라브4 PHEV는 다르다. 시원한 가속과 호쾌한 달리기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란 듯이 증명했다. 탄탄한 서스펜션 세팅 덕에 운전 재미도 기대 이상이었다. 든든한 내구성과 높은 연료효율, 정숙성을 비롯한 토요타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강점은 그대로다. 안전 및 편의 장비 면에서도 아쉬운 구석이 없다. 가격은 그 어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보다 합리적이다. 디젤 SUV들도 바짝 긴장한 모양. 때는 바야흐로 봄, 한동안 움츠렸다가 기지개를 시작한 토요타의 기운이 예사롭지 않다.

FOR 시원한 가속 성능. 수도권 내 왕복도 문제없는 EV 모드 주행가능거리. 합리적인 가격
AGAINST 다소 투박한 인테리어 디자인, 중앙 화면 크기도 더 늘려주었으면…

이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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