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는 지치지 않는 에너자이저, 바닥만 보면 일단 긁고 보는 사고뭉치 웰시코기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는 녀석 때문에 고민하던 집사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렸죠. 바로 강아지를 데리고 시골 할머니 댁에 가는 것이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흙냄새 가득한 밭에 도착하자마자 녀석의 숨겨왔던 재능이 폭발했습니다.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하늘로 치켜세운 채 앞발로 신나게 고구마를 캐고, 짧은 다리로 종종거리며 무를 뽑아냈습니다. 온 얼굴에 흙을 묻히고도 힘든 줄 모르고 밭을 누비는 모습은 영락없는 ‘마을 최고의 일꾼’이었죠.

그런데 이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며칠간의 고된(?) 노동 후, 사건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아침 일찍, 집사가 호미를 들고 밭으로 나갈 채비를 하자, 녀석은 침대 위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일하러 가자!", "맛있는 간식 줄게!" 아무리 애타게 불러도 녀석은 털 뭉치처럼 몸을 웅크린 채 죽은 듯이 잠만 잤습니다.

사지를 쭉 뻗고 세상모르게 자는 모습을 보니, 지난 며칠간의 노동이 꽤나 고되었나 봅니다. '견생' 처음 겪어보는 강도 높은 노동에 완전히 방전되어 버린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