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 한방에 뱃살 쏙" 기적의 비만약 온다…그런데 가격이 왜이래?
[편집자주] 이달부터 기적의 비만약으로 불리는 '위고비'가 출시되며 약으로 살빼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했다. 일주일에 한 번 맞는 주사로 체중을 최대 20% 줄일 수 있다. 위고비 개발사 노보노디스크는 시가총액이 약 560조원에 이른다. 또 다른 비만약 '마운자로' 개발사인 일라이 릴리는 시가총액이 약 1170조원으로 전세계 제약사 중 1위다. 국내 제약사의 비만치료제 개발 열기도 뜨겁다.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은 100조원 규모를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비만약으로 바뀌게 될 상황과 부작용 등을 짚어본다.
일론 머스크 등의 체중 감량 비결로 알려지며 '기적의 비만약'으로 불리는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가 이달 중순 국내에 출시된다. 1주일에 주사 한번으로 감량을 기대할 수 있는 획기적인 치료제라는 점에서 비만약 시장 판도도 바꿔놓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물량 공급이 부족한 반면 수요는 높아 판매 가격이 턱없이 높아지고 비만 환자들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노보노디스크제약은 이달 중순 위고비를 국내에 판매한다. 위고비 중간 유통을 맡은 쥴릭파마코리아는 이달 15일 오전 9시부터 자사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위고비 물량의 주문 접수를 시작한다.
쥴릭파마코리아의 위고비 출하가는 한 펜당 37만2025원으로 책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위고비 제품은 주사제(프리필드펜) 형태로 한 펜당 0.25mg, 0.5mg, 1.0mg, 1.7mg, 2.4mg 5개 용량으로 구성됐다. 저용량으로 시작해 조금씩 용량을 늘려가는 형태인데 용량이 다르더라도 한 펜당 가격은 같다.
위고비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유사체 계열 약물로 피부 표피와 진피 아래에 위치한 피하조직의 지방조직으로 투여되는 피하주사제다. GLP-1 호르몬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소화 속도를 늦춰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데 이 유사체로 체중이 줄도록 한다. 초기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이면서 비만 환자 또는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한 가지 이상의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있으면서 초기 BMI가 27~30㎏/㎡인 과체중 환자의 체중관리를 위한 보조제로 지난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다.
현재 노보노디스크가 판매 중인 비만치료제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티드)가 매일 주사해야 하는 것과 달리 위고비는 주 1회만 투여하면 된다. 위고비 한 펜을 4번에 걸쳐 4주간 투여할 수 있다. 체중 감소 효과도 크다. 임상시험에서 68주간 고용량 위고비 주사를 맞은 참가자들의 체중이 평균 15% 감소한 반면 삭센다는 56주간 평균 7.5%의 감량 효과를 보였다.
이에 따라 위고비 출시 뒤 비만약 판도가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은 1780억원대로 역대 최고치였고 그 중 삭센다 점유율이 37.5%로 가장 높았다. 현재 1위인 삭센다 등의 비만약 수요가 위고비로 옮겨가고 관련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위고비 경쟁약인 미국 일라이 릴리의 비만약 '마운자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도 지난 7월 국내 판매가 허가됐는데, 이 약도 출시되면 비만약 시장은 더 커질 전망이다.
다만 공급 부족이 문제다. 전세계적으로 위고비는 공급 부족에 시달린다. 삭센다도 처방량이 매년 증가세인데 공급이 부족하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삭센다 처방 현황(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시스템 통해 전송 완료된 입원·외래 처방 점검내역 대상 처방전수 산출 기준)을 보면 2020년 7만8080건이었던 삭센다 처방이 2022년 13만8353건, 지난해엔 17만1223건으로 증가했다. 올해도 6월까지 9만4884건으로 처방 증가세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온라인 카페 등에는 '삭센다 재고가 부족한 거 같은데 어디서 구하느냐'는 문의글이 올라온다.
공급 부족으로 환자들이 실제 부담하는 비용은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고비 4주분의 출하가가 삭센다와 비슷하지만 수요가 높아 삭센다보다 비싸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현재 삭센다 4주분의 경우 30만~50만원 정도로 처방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고비는 4주분이 40만원을 훌쩍 넘어 100만원에도 이를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오남용 우려도 크다. 의료계 관계자는 "해외 직구 등으로 비만약을 구매하려는 사람도 있는데 메스꺼움, 구토 등 위고비 부작용이 있는 만큼 오남용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약 '위고비'가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높은 가격대와 비급여로 인해 소비자 접근성은 크게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일부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보험급여 적용을 시작해 접근성을 높인 것처럼 한국에서도 비만을 질병으로 인식하고 급여화를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위고비의 소비자 가격은 80만~100만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출하가는 한 펜당 37만2025원으로 확정됐지만 기존 비만약인 삭센다와 동일하게 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 병원마다 판매가를 따로 선정할 수 있어서다. 삭센다 역시 출하가와 별개로 한 달에 30만~50만원에 달한다. 치료를 받아야 할 일부 비만 환자들을 위해 비만치료제의 급여 등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가까운 아시아 출시국 일본은 지난해부터 위고비를 보험급여 대상에 포함해 비만 환자의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 비만은 당뇨병, 고혈압, 지방간 등 여러 만성질환을 유발해 전 세계적으로 비만을 관리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물론 일본에서도 뚱뚱하기만 한 비만은 급여 대상이 아니다. 비만증을 진단받고 고혈압, 지질이상증, 2형 당뇨병 등 지병이 있으며 식사요법과 운동요법이 효과를 보이지 않는 사람 가운데 비만도를 나타내는 BMI(체질량지수)가 35㎏/㎡이상이거나 BMI가 27㎏/㎡이상으로 운동기능장애 등이 있는 사람만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일본은 치료가 필요한 비만 환자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정하고 급여 체계를 마련했지만, 한국은 여전히 비만치료제가 비급여 항목에 속한다.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별표2 중 △업무·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경우에 실시·사용되는 행위·약제·치료재료 △신체 필수 기능개선 목적이 아닌 경우에 실시·사용되는 행위·약제·치료제로는 비급여대상 항목으로 정해뒀는데, 비만도 이 구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급여 심사를 담당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비만에 대한 진료는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기준에 관한 규칙 별표2 1호사목 및 고시 제2024-18호(행위)에 따라 비만 관련 합병증에 대한 진료, 비만수술 등을 제외하고는 비급여 대상"이라며 "해당 제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는 받았지만 약제급여목록에 등재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중규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도 "규칙에 비급여 대상에 나와 있는 것은 급여가 되기 쉽지 않다. 현재까지 미용 차원의 비만 관리는 건보 대상은 아니다"며 "급여화를 위해선 대상과 범위를 정해야 할 텐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 같다. 특히 급여로 처방받을 대상, 목적 등에 대한 전문가, 소비자 등 다양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의료계와 환자들의 오랜 요구 속에 2019년 초고도비만환자를 대상으로 급여가 승인됐던 비만대사수술처럼 비만치료제 역시 사회적 논의와 근거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한비만학회는 비만병은 개인의 생활습관 때문이 아닌 유전, 환경, 호르몬 등 다양한 영향으로 발생해 일부 환자는 의료적 도움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학회는 일본의 비만증처럼 △1단계 비만병 BMI 25~29.9㎏/㎡ △2단계 비만병 BMI 30~34.9㎏/㎡ △3단계 비만병 BMI 35㎏/㎡ 이상 등의 기준을 제시했다. 이 중 3단계 또는 동반만성질환이 한 개 이상인 2단계 비만병 환자에게는 위고비 같은 비만치료제의 접근성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2021년 기준 국내 비만병 유병률이 성인 인구의 40%에 달하는 한국도 비만을 관리해 동반질환에 대한 사회경제적 비용도 절감할 필요성이 커졌다고도 했다.
김성래 대한비만학회 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계층에서 비만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나오고 있다"며 "하지만 한국은 비만치료제를 급여화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비만 치료가 아닌 미용 목적으로 사용되는 일이 발생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또 "정부에서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소아·청소년 비만 환자부터 급여를 적용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 비만치료제가 오남용되지 않도록 도왔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삭센다, 위고비와 같은 비만약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유사체다. GLP-1 호르몬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체내 혈당을 떨어뜨리고, 음식물이 위를 떠나는 속도를 늦춰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고 식욕을 억제한다. 소장에서 분비되지만, 위장과 뇌 모두에 영향을 미쳐 강력한 체중 조절 효과를 나타낸다. 대규모 임상 시험에서 위고비를 복용한 사람은 1년 동안 체중의 약 15%를 감량한 것으로 분석됐다. 삭센다의 경우 체중의 약 7.5%를 감량할 수 있다고 보고된다.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라 불린다. 반대로 비만을 해결하면 다른 건강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실제 살을 빼는 GLP-1 유사체가 심장, 신장, 암, 우울증, 심지어 치매까지 비만과 관련한 각종 질병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가 심심찮게 쏟아지고 있다.
단, 자연적으로는 몇 분 만에 사라지는 성분을 몸에 오래 남기다 보니 안전성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현재까지 확인된 가장 큰 위험은 메스꺼움, 구토, 변비와 같은 위장 증상이다. 장운동이 늦어지는 데 따른 부작용이다. 심한 경우 소화 과정을 너무 느리게 만들어 위장이 마비되기도 한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오젬픽의 라벨에 부작용 보고에 따른 장폐색의 잠재적 위험을 언급하도록 의무화했다.
근육량과 뼈 밀도가 줄어 근감소증·골다공증으로 악화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체중 감량에 따른 일반적인 문제이긴 하지만 운동이나 식단 조절이 아닌 약에만 의존한다는 점에서 다른 다이어트 방법보다 더 큰 문제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체중을 감량해도 근육을 더 많이 잃으면 체중 감량 후 체지방 비율이 높아져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것.
이 밖에 일부 연구에서 GLP-1 유사체가 자살·자해 충동을 일으킬 수 있다며 안전성 이슈가 제기되기도 했다. 최근 연관성이 없다는 검토 연구가 제시되긴 했지만, 연구마다 결과가 달라 안심할 수는 없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아직은 치명적인 부작용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출시된 지 10년 정도에 불과해 조금 더 지켜보고 조심히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만약이 '만병통치약'이란 생각은 버려야 한다. 고가이지만 약을 끊으면 살이 찌거나 혈당이 오르는 '금단 증상'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GLP-1 유사체를 오래 복용하면 식사량이 줄고, 조금만 먹어도 칼로리를 몸에 저장하도록 체질이 변하는데, 약을 끊으면 배고픔을 더 빨리 느껴 살이 훨씬 빨리 찔 가능성도 있다. 2022년 진행된 임상 시험에서 비만약 중단한 후 참가자를 52주 동안 추적했더니 감량했던 체중의 3분의 2를 다시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일각에서는 많은 사람이 초기 체중의 5%를 감량하는 데는 성공한 것을 두고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체중을 줄이면서 요요를 피하려면 비만약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실제 주요 대학병원 비만센터는 가정의학과·내분비내과·정신건강의학과·재활의학과 등이 협진을 통해 비만 환자의 치료 전략을 수립하고 부작용에 대응한다. 그만큼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지영민 강동성심병원 비만대사센터 교수는 "정상 체중 범위에 지병이 없다면 부작용을 감수하며 비만약을 쓸 필요가 없다"며 "꼭 필요하더라도 의사와 상담해 혈압·혈당 변화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고른 영양 섭취, 근력과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는 등 생활 습관을 건강히 만들어야 장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구단비 기자 kdb@mt.co.kr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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