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려함이 기본값인 연예계에서 ‘같은 옷을 다시 입고’ 카메라 앞에 서는 장면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협찬과 트렌드가 빠르게 순환하는 환경 속에서, 한 번 입은 옷은 곧바로 새 옷으로 대체되기 일쑤다. 이런 관성에 정면으로 맞서는 선택이 최근 온라인과 경향신문의 한 칼럼을 통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배우 이영애가 10년 전 입었던 야상을 다시 꺼내 입은 모습이 포착되면서다.

2014년 카키색 야상 차림으로 아이들과 EBS 가족뮤지컬 <스페이스 번개맨> 공연장을 찾았던 이영애는, 최근에도 같은 야상을 문호리 산책에서 다시 매치했다. 스타일은 달라졌지만 옷은 그대로였다. 이영애의 ‘재착용’은 한두 번이 아니다.

2017년 공항에서 선보였던 코트 역시 2024년 아들의 학교 바자회 참석 시 착용해 재등장했다. 오래 입어도 핏이 흐트러지지 않는 브랜드 특성 덕에 “왜 이렇게 세련됐지?”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더 인상적인 건 일상의 태도다. 자선 바자회에 화장기 없는 얼굴로 직접 물품을 설명하고 판매하는 모습까지 더해지며, ‘소비의 시대에 다른 선택’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새것의 과시가 아니라, 오래 입는 가치에 대한 메시지였기 때문이다.

검소함으로는 배우 한석규도 빠질 수 없다. 팬들 사이에서 ‘호크룩스 룩’으로 불리는 그의 사복은 계절과 연차를 가로질러 반복 등장한다. 특히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대본 리딩 사진을 보면 시즌1과 시즌2의 복장이 동일해, 설명이 없으면 시점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시즌3에서는 옷이 바뀌었지만 같은 모자를 고수했다.

시상식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2009년 영화 <백야행 - 하얀 어둠 속을 걷다> 시사회 때 입었던 양복과 셔츠를 2011년 연말 SBS 연기대상 시상식에 그대로 입고 나타나 화제가 됐다. 명품 협찬을 마다하고 본인 소장의 국산 정장을 선택한다는 일화는 그의 성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성기에도 국산 소형차를 직접 몰았다는 이야기처럼, ‘필요한 만큼만’의 생활 태도가 일관된다.

반면 반복 착용을 하나의 ‘루틴’으로 만든 인물도 있다. 웹툰 작가 겸 방송인 기안84다. 그는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여지없이 ‘애착 옷’을 입고 등장해 관심을 모았다. 방송에서 그는 “소속사에서 옷을 많이 받아도 결국 입는 건 늘 같은 것뿐”이라며, “몇 번 입지도 않고 버리는 건 환경 오염”이라는 소신을 덧붙였다.

실제로 이날 방송에서 입은 옷은 <나 혼자 산다>의 여러 에피소드와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반복적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빨래도 ‘뽕을 뽑을 때까지’ 미루고, 머리도 집에서 직접 자른다는 그의 말은 과장처럼 들리지만 일관된 생활 방식의 연장선이다.

같은 옷을 다시 입는다는 건 단순한 절약을 넘어선다. 유행의 속도를 늦추고, 물건의 수명을 존중하며, 필요 이상의 소비를 경계하는 태도다. 이영애의 재착용은 우아함과 책임의 균형을, 한석규의 반복은 소탈함의 품격을, 기안84의 루틴은 솔직한 삶의 방식을 보여준다. 새 옷이 아닌 ‘오래 입는 옷’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하는 순간, 우리의 옷장도 한 번쯤 돌아볼 이유가 생긴다.
나우무비 에디터 썸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