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이 먹이는 사료, 믿어도 되나? 새 표시제 시행에 견주들 ‘멘붕’

사료 성분표 확인하는 강아지 보호자

“평생 믿고 먹였는데…” 뒤통수 맞은 기분이라며 분노한 견주가 적지 않다. 지금 네 강아지에게 먹이고 있는 사료, 알고 보면 ‘주식’이 아닐 수도 있다. 2025년 9월, 농림축산식품부가 전격 시행에 나선 반려동물 사료 표시 기준 개정안이 펫 커뮤니티에 급속도로 퍼지면서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달라지는 걸까. 당신의 댕댕이 밥그릇에 직결된 이야기다.

‘완전사료’ vs ‘기타사료’, 내 강아지 사료는 어디에 속할까?

이번 개정의 핵심 중 핵심은 바로 ‘완전사료’와 ‘기타사료’의 법적 구분 신설이다.

지금까지는 매대에 놓인 사료 제품들이 주식인지 간식인지조차 포장지만 봐서는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종합영양식”이라거나 “영양균형”이라는 모호한 마케팅 문구만 즐비했을 뿐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진다.

반려동물 완전사료(Complete Feed)란, 별도의 추가 영양 공급 없이도 강아지의 성장 단계별 영양소 요구량을 모두 충족시키는 사료를 말한다. 쉽게 말해, “이것만 먹여도 된다”는 공식 보증이 붙는 것이다. 반면 이 기준에 미달하는 나머지 제품들은 모두 ‘반려동물 기타사료’로 분류되며, 여기에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간식류, 영양조절식, 토핑류 등이 포함된다.

미국의 AAFCO(미국사료관리자협회)나 유럽의 FEDIAF(유럽펫푸드산업연합)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 구분을 적용해왔다. 한국은 그동안 가축 사료와 반려동물 사료를 사실상 같은 기준으로 묶어 관리해온 탓에 이 구분이 없었다. 이번 개정은 그 오래된 불합리한 동거를 깨는 첫 번째 공식 선언인 셈이다.

“연어 사료인데 연어가 얼마나?”…원료 함량, 이제 무조건 공개

견주들이 오랫동안 분노해왔던 지점이 하나 있다. 포장지에 ‘연어’를 크게 강조해놓고 정작 연어 함량이 얼마인지는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은 것. 이제 이런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

개정안에 따르면, 제품명에 특정 원료 명칭이 포함되거나 그 기능을 강조한 경우에는 반드시 해당 원료의 실제 함량(%)을 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제품명이 ‘OO 연어와 쌀’이라면 원료 리스트에 “연어 00%(배합기준)”와 같이 구체적인 수치를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 ‘칼슘 함유로 뼈 건강에 도움’처럼 기능을 강조한 경우에도 “칼슘 00mg/g” 식으로 수치를 명시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 조항이 미국·EU보다도 더 강화된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와 알 권리 수준을 반영한 결과로, 펫푸드 업계에 실질적인 투명성을 강제하는 조항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원료”…이제 증명 못 하면 못 쓴다

마케팅 문구에서 가장 자주 남용되어온 표현 중 하나가 바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식재료 사용” 혹은 “휴먼 그레이드(Human Grade)”였다.

이 표현이 들어간 제품은 프리미엄 이미지를 형성해 더 비싼 가격에 팔려왔지만, 실제로 그 기준을 충족하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이번 개정으로 이 표현의 사용 조건이 명확히 규정됐다. 식품위생법 등 관련 법령의 기준을 충족했다는 것을 제조업체가 직접 입증해야만 해당 문구를 사용할 수 있다. 입증하지 못하면 표시 자체가 금지된다.

마찬가지로, ‘유기(Organic)’ 표현 역시 친환경농어업법에 따른 공식 인증을 받은 경우에만 허용된다. ‘무보존제’ 표기도 보존제와 착색제를 직접 첨가하지 않는 것은 물론, 원재료로부터 이행(carry-over)된 성분조차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이 붙었다. 그동안 검증 없이 남발되던 프리미엄 마케팅 문구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아직 갈 길은 멀다…남은 과제들

이번 개정이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수의사와 업계 전문가들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았다고 지적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처방식 사료 기준의 부재다. 신장병, 당뇨, 심장질환 등을 앓는 반려동물에게 처방되는 처방식 사료의 경우, 현행법상 질병명이나 치료 관련 문구를 표기할 수 없어 사실상 표시 기준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다. 임상 수의사들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부분인 만큼 조속한 보완이 요구된다.

또한 완전사료 실증 기준의 현실성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완전사료 인정을 위해서는 제품별로 40~44가지 영양소를 모두 분석해야 하는데, 일부 비타민 성분 등은 현재 국내 분석기관에서조차 측정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글로벌 펫푸드 기업들도 난색을 표하고 있어, 보다 현실적인 입증 방법을 정부가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새로운 반려동물 사료 표시 기준은 2025년 9월 3일 공포됐으며, 3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8년 9월 3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지금 당장 마트 사료 코너에서 ‘완전사료’ 표기를 찾아볼 수는 없지만, 3년 뒤 그 작은 글자 하나가 당신의 강아지 건강을 좌우하게 될지도 모른다. 사료 포장 뒷면을 꼼꼼히 읽는 습관, 지금부터 시작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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