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시청률이 겨우 8.7%...대상 배우도 못구한 SBS 비운의 드라마

대상 배우 지성도 구하지 못한 SBS 비운의 드라마 '딴따라'

'킬미, 힐미'에서 1인 7역을 소화하고 연기대상까지 거머쥔 지성에게 '딴따라'는 상승세를 이어갈 차기작으로 기대를 모았다. 배우 한 사람의 이름이 곧 작품에 대한 신뢰로 통하던 시기였고, '응답하라 1988' 신드롬의 중심에 있던 혜리까지 합류했다.

그러나 화려한 기대는 시청률 6.2%라는 출발과 최고 8.7%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두 자릿수 진입에 실패한 것은 물론 방송 내내 동시간대 최하위에 머물렀다는 사실은 대상 배우의 후광만으로 드라마의 경쟁력을 보장할 수 없다는 냉혹한 사례가 됐다.

2016년 4월부터 6월까지 방송된 SBS '딴따라'는 총 18부작의 연예계 성장 드라마다. 지성이 연기한 신석호는 대한민국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실장에서 모든 것을 잃은 인물이다.

독립 기획사를 세우려던 순간 극중 음주운전 사건과 각종 음모에 휘말려 추락하고, 삶을 포기하려던 때 부산에서 조하늘의 노래를 듣는다. 정상에서 밑바닥으로 떨어진 매니저가 상처 입은 신인들과 다시 출발한다는 구도는 지성의 폭넓은 감정 연기를 활용하기에 충분한 설정이었다.

조하늘 역시 단순한 신인 보컬이 아니다. 천재적인 재능을 지녔지만 억울한 성추행 누명으로 음악을 포기한 고등학생이며, 그의 누나 정그린은 동생을 보호하기 위해 신석호를 경계한다.

신석호의 진심을 확인한 정그린이 조력자로 돌아서고, 줄리어드 출신 기타리스트 카일과 싱글대디 베이시스트 나연수, 서울대생 드러머 서재훈이 합류하면서 딴따라 밴드가 완성된다. 저마다 다른 상처와 사정을 지닌 사람들이 음악을 매개로 공동체를 이루는 과정이 작품의 중심축이다.

이 설정만 놓고 보면 '딴따라'가 노린 감정의 방향은 분명하다. 신석호의 재기는 개인적인 명예 회복에 그치지 않고, 기회를 박탈당한 청춘들을 무대에 세우는 과정과 연결된다. 추락한 기성인과 좌절한 신인이 서로를 구한다는 구조다.

성공한 매니저였던 신석호가 약자의 편에서 다시 출발한다는 점은 연예계의 경쟁과 착취, 재능보다 권력이 앞서는 현실까지 건드릴 가능성을 품고 있었다. 문제는 작품이 이 잠재력을 충분히 밀어붙이지 못했다는 데 있다.

비판의 핵심은 익숙함 자체가 아니라 익숙한 재료를 새롭게 조리하지 못한 대본에 있었다. 음모로 인한 추락, 억울한 누명, 우연히 발견한 천재, 상처 입은 인물들의 연대처럼 이미 여러 드라마에서 반복된 장치들이 예상 가능한 순서로 배치됐다.

갈등이 인물의 선택과 욕망에서 자연스럽게 자라기보다 다음 감정 장면을 만들기 위한 기능으로 소비되면서 서사의 긴장도 약해졌다. 반복되는 신파는 순간적인 연민을 끌어냈지만 인물의 내면과 업계의 구조를 깊게 파고드는 데에는 장애물이 됐다.

지성은 그 약점을 가장 오래, 가장 직접적으로 떠안은 배우였다. 신석호의 오만함과 절박함, 생존을 위한 능청스러움과 밴드 멤버들을 향한 책임감을 오가며 극의 중심을 붙들었다.

감정을 폭발시키는 장면에서는 몰락한 인물의 절망을 설득했고, 코믹한 대목에서는 지나치게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 환기했다. 배우로서의 존재감은 분명했지만, 바로 그 능력이 작품의 한계를 더 선명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인물의 감정은 살아 있는데 그 감정을 만들어내는 사건이 진부하다 보니 연기와 서사 사이의 온도 차가 커진 것이다.

'킬미, 힐미'의 1인 7역은 서로 다른 인격을 구분하는 기술뿐 아니라 한 인물의 상처를 통합해 보여주는 연기적 성취였다. 그 직후 만난 '딴따라'의 신석호는 변신의 숫자보다 한 인물의 추락과 회복에 집중하는 역할이었다.

따라서 이 작품은 대상 수상 이후 지성이 화려한 연기 기술을 넘어 현실적인 인물극으로 자신의 무게를 증명할 기회가 될 수 있었다. 실제로 그는 제 몫을 해냈지만, 전작 이후 높아진 기대가 오히려 평범한 전개와 대비되면서 실망을 확대했다.

혜리와 강민혁을 비롯한 청춘 배우들의 배치도 흥행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였다. 특히 정그린은 조하늘을 지키는 보호자이자 신석호의 재기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인물로 기능한다. 그러나 밴드 구성원 각자의 상처와 성장 과정을 균형 있게 살리려면 치밀한 군상극의 설계가 필요했다.

'딴따라'는 여러 인물에게 사연을 부여했지만, 그 사연이 하나의 풍성한 세계로 결합하기보다 감동을 위한 개별 장치처럼 보이는 순간이 적지 않았다. 좋은 배우들을 모았다는 사실과 인물들을 유기적으로 활용하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음악 드라마로서의 성취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밴드가 결성되고 무대에 오르는 과정은 인물들의 성장을 말이 아닌 음악과 공연으로 증명해야 했다. 노래 한 곡과 무대 한 장면이 갈등의 해소이자 관계의 변화로 읽혀야 하는 장르였던 셈이다.

하지만 음악을 활용한 장면과 공연 연출이 충분한 쾌감과 감동을 만들어내지 못했고, 전체적인 연출이 다소 올드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음악이 서사를 전진시키는 핵심 언어라기보다 감정을 강조하는 장식처럼 머문 것이 치명적이었다.

노골적인 PPL 역시 몰입을 훼손한 요인으로 지적됐다. 상처와 재기를 다루는 장면에서는 감정의 연속성이 중요하지만, 제품 노출이 반복되면 시청자는 인물의 절박함보다 제작상의 개입을 먼저 의식하게 된다.

이는 단순히 화면이 부자연스럽다는 차원을 넘어 작품이 구축한 정서적 현실을 무너뜨리는 문제다. 진부한 전개를 배우들의 감정 연기로 간신히 지탱하던 상황에서 흐름을 끊는 PPL은 약점을 더욱 두드러지게 만들었다.

편성 경쟁도 녹록지 않았다. 초반에는 '태양의 후예'가 남긴 강한 여파가 있었고, 이후에는 황정음과 류준열이 출연한 '운빨로맨스', 천정명이 주연을 맡은 '마스터-국수의 신'과 맞붙었다.

다만 치열한 경쟁만으로 최하위 성적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강한 경쟁작이 존재할수록 작품은 첫 회의 기대를 지속적인 시청 동력으로 바꿀 분명한 차별점을 보여줘야 한다.

'딴따라'는 배우와 소재로 관심을 끄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익숙한 성장 서사를 반드시 다음 회까지 봐야 할 이야기로 전환하지 못했다.

결국 최고 시청률 8.7%와 동시간대 최하위라는 결과는 지성 개인의 실패라기보다 스타 배우에게 지나치게 많은 책임을 맡긴 기획의 한계를 보여준다.

대상 배우의 연기는 장면을 살리고 인물을 설득할 수 있지만, 낡은 갈등 구조와 반복적인 신파, 기대에 못 미친 음악 연출까지 대신 고칠 수는 없다.

그래서 '딴따라'는 역설적으로 지성의 가치를 훼손한 작품이 아니라 그의 분투를 통해 드라마 제작의 기본을 확인하게 만든 작품에 가깝다. 배우의 이름은 시청자를 첫 장면까지 데려올 수 있지만 끝까지 붙잡는 힘은 결국 대본과 연출, 인물과 사건의 정교한 결합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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