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이 집을 들여다봤을 때 가장 인상 깊은 건, 블랙을 이렇게까지 과감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용기였다. 블랙은 통상적으로 좁고 답답한 느낌을 줄 수 있지만, 실내 전체의 메인 컬러를 블랙으로 설정하면서도 민트 그린으로 균형을 잡아 무게감을 덜었다.

특히 책장 프레임이나 유리 파티션은 단단한 선을 강조하는 동시에, 빛을 흡수하고 반사하는 방식으로 섬세하게 다뤘다. 덕분에 이 집의 거실은 어두운 색상임에도 불구하고 시각적으로 깊이 있고 감도 있는 공간이 되었다.
주방, 효율성과 감성이 만나다

좁은 면적 안에서도 요리의 즐거움은 줄어들지 않는다. 이 집은 주방의 동선을 자유롭게 설계해, 기능과 감성 모두를 잡았다. 수납장과 빌트인 가전이 정리된 벽 쪽 공간 사이에 작은 아일랜드 조리대를 넣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아일랜드는 공간을 막는 요소가 아닌,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집주인이 원하는 요리 동선 그대로 기능한다. 특히 매일 요리를 하고 싶게 만드는 구조라는 점에서, 공간이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재, 시선이 머무는 지적인 감도

서재는 거실과 다르게 조금 더 차분하고 내밀하다. 블랙의 단단한 톤 위에 은은하게 포인트를 준 파스텔 핑크는 공간에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곳에서는 민트 그린이 은은한 조명 아래에서 오로라처럼 살아난다.
블랙과 파스텔, 그리고 민트의 조화는 깔끔하지만 단조롭지 않다. 창문을 작게 내고, 내부 조명을 전략적으로 설치함으로써 조명 하나하나가 물리적인 가구 역할을 해낸다.
침실, 간결 속의 진심

이 집에서 가장 과감하게 색상을 덜어낸 공간은 침실이었다. 블랙을 베이스로 하되, 재질의 차이로 표정을 다르게 가져갔다. 무광 블랙 벽지와 유광 블랙 가구, 그리고 여백 같은 민트색 침구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일상 속 평온을 이끌어낸다.

형식적인 공간이 아니라 진심이 담긴 삶의 공간이라는 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여기서도 역시 컬러의 조합은 단순한 인테리어를 넘어서, 감정의 온도를 조절해주는 장치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