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 스파이부터, 첩보 특전사 고양이까지… 동물 스파이 천태만상

류재민 기자 2023. 5. 30.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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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톡톡] 러시아 ‘벨루가 스파이’
갑작스런 남하로 보는
동물 첩보원의 세계
‘러시아 스파이’라고 의심받았던 벨루가가 최근 스웨덴 해안에 출몰했다. 사진은 4년 전 노르웨이 해안에서 처음 발견된 벨루가의 모습. 벨루가의 몸통에 하네스가 둘러져 있다./BBC 유튜브

러시아 첩보 장비를 부착한 채 노르웨이 인근 바다에서 발견된 후 ‘동물 스파이’로 유명해진 벨루가(흰돌고래)가 최근 거처를 스웨덴으로 옮겼다고 영국 가디언이 2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 벨루가는 2019년 봄 노르웨이 북부 핀마르크 인근 해역에서 어부들에 의해 발견됐었다. 목과 가슴에 ‘상트페테르부르크 장비’로 표시된 수중 카메라용 띠를 두르고 있었다. 당시 노르웨이 정보 당국은 “러시아 해군의 스파이 훈련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노르웨이 당국은 벨루가에게 ‘발디미르’(Hvaldimir)라는 이름까지 지어줬다. 노르웨이어로 고래를 뜻하는 ‘발(hval)’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이름 중 ‘디미르(dimir)’를 붙인 것이다. 귀엽게 생긴 외모에 스파이 훈련까지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발디미르는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렸다.

‘러시아 스파이’로 의심받았던 벨루가가 지난 2019년 노르웨이 북부 해안에서 포착된 장면. 목과 가슴 부위에 수중 카메라 부착 용도로 추정되는 띠를 매달고 있다. /AFP 연합뉴스

노르웨이 고래보호단체 ‘원웨일(OneWhale)’에 따르면 발디미르는 조금씩 남쪽으로 거처를 옮기다가, 올해 들어 이동 속도를 갑자기 높여 지난 28일 스웨덴 남서부 도시인 훈네보스트란드 부근 해역에서 발견됐다. 발디미르가 남하를 서두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해양생물학자 세바스티안 스트란드는 “짝을 찾으려는 호르몬 작용일 수도 있고, 외로움 때문일 수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에서 군사 목적으로 발디미르를 육성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발견 당시 배 주변을 수색하듯 맴돌았고, 인간의 먹이를 잘 받아먹었기 때문이다.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의해 정찰병으로 사용되던 비둘기/위키피디아

세계 각국은 오랜 기간 첩보 활동을 위해 동물을 활용해 왔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은 카메라를 매단 비둘기를 정찰용으로 활용했다. 냉전 시기인 1960년대 들어서는 미국과 소련이 ‘전투 돌고래 부대’를 경쟁적으로 운영하며 군사 작전에 이용하기 시작했다. 돌고래가 정교한 수중 음파 탐지 능력을 갖춰, 전자 음파 탐지기보다 기뢰(機雷) 등을 더 잘 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돌고래뿐 아니라 바다사자도 훈련을 거쳐 비슷한 임무를 맡았다.

각국의 동물 스파이 활용은 동물 학대 논란을 낳기도 했다. 1960년대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주미 소련 대사관 첩보 활동을 위해 고양이 귓속에 도청장치, 가슴에 배터리, 척추를 따라 안테나를 삽입하는 ‘어쿠스틱 키티’ 작전을 시도한 사실이 2001년 CIA 기밀 문서 해제로 세상에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1998년 한 시민단체는 냉전 당시 구소련 해군이 등에 폭탄을 묶은 돌고래를 자살특공대로 이용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미 해군 소속 돌고래특수부대.

동물 학대 논란이 이어진 가운데 수중 드론 등 동물들을 대체할 수 있는 무기들이 개발되면서 ‘동물 첩보 부대’는 해체 수순을 밟았다. 하지만 지난해 4월 미국 민간 위성기업 막사 테크놀로지의 위성 사진을 통해 러시아군이 크림 반도 항구 도시 세바스토폴 인근에서 전투 돌고래 부대를 부활시킨 것이 확인돼 논란이 됐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 반도 강제 합병 이후 이곳에서 군사용 돌고래 훈련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해군 연구소(USNI)는 “우크라이나 해군 특수부대원들의 수중 침투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돌고래를 훈련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맥사 테크놀로지 위성이 찍은, 러시아 해군기지 세바스토폴 항구 방파제 밖의 돌고래용 우리들. 미 해군연구소(USNI)의 잠수함 전문가는 이 돌고래들이 우크라이나 해군 특수부대원들의 수중 침투를 막기 위해 군사적 훈련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맥사 테크놀로지∙US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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