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이 내놓은 회사채에 2000억원에 가까운 주문이 몰리며 흥행을 이뤘다. 원래 500억원을 목표로 삼았던 크지 않은 규모의 거래였지만, 확실한 수요에 힘입어 발행 금리를 큰 폭으로 끌어내렸다.
비우량채 공모인 탓에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했지만, 아시아나항공 인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의 쾌속 질주가 지주사 회사채에서도 엿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진칼은 최근 총 1000억원 규모로 회사채를 발행했다. 신용등급 BBB+에 만기 구조는 2년물과 3년물로 나눠 진행됐고, 각각 500억원으로 최종 확정 발행됐다. SK증권과 NH투자증권이 대표 주관을 맡았다.
최초 희망 모집액은 500억원이었지만, 수요예측에서 이를 웃도는 1900억원의 주문이 확인되면서 증액 발행됐다. 2년물에 700억원, 3년물에 1200억원의 주문이 나오면서 각각 3.50대1과 4.00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금리가 인상적이었다. 시장의 호응 덕에 기준 수익률을 크게 밑도는 언더발행이 됐다. 한진칼은 2년물과 3년물 모두 민간채권평가사가 평가한 개별 민평금리에 -30~±0베이시스포인트(bp·1bp=0.01%포인트)를 가산한 기준 수익률을 제시했는데, 각각 –52bp와 -66bp 조건으로 발행됐다.
한진칼의 이번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일각에서는 불안한 시선이 일기도 했다. 신용등급에 따른 투자 심리 양극화가 뚜렷해지는 와중 등장한 비우량채였기 때문이다. 회사채는 신용등급 AA- 이상을 우량채로, A+ 이하를 비우량채로 분류한다. 특히 BBB+~BB+ 등급은 안정적인 투자를 추구하는 기관 투자자들은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한진칼이 금리 부담을 대폭 완화하며 자금을 모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룹 전반에 대한 우호적인 투심이 자리하고 있다는 평이다. 한진칼은 한진그룹의 지주사로 대한항공과 한진 등을 주요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힘이 된 건 대한항공이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기점으로 실적 그래프가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2월 아시아나항공의 신주 지분 63.88% 취득을 위한 1조5000억원의 유상증자 대금 납입을 마무리하고, 자회사 편입을 매듭지었다.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의한 지 4년 1개월 만이자, 2019년 4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한 지 5년 8개월 만이었다.
그러면서 대한항공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조1102억원으로 전년 대비 17.9% 늘었다, 당기순이익 역시 1조3819억원으로 같은 기간 22.4%나 증가했다. 매출도 17조8707억원으로 10.9% 늘었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한진칼에 대한 회사채 수요에는 사실상 그룹 전체를 향한 신뢰가 내표돼 있다"며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효과가 빠르게 가시화하면서 투심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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