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측 "표현의 자유 숨쉴 공간 달라"…본인 대법 판례 인용
검찰 "599명 팀장 기억 못해도 김문기 1명은 기억해야"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또다시 법정에 서게 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근거로 무죄를 주장했다. 즉흥적인 발언의 위법성까지 다지는 건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설명이다.
이 대표 측 변호인은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강규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두 번째 공판에서 "대법원은 구두 발언에 허위사실공표죄의 잣대를 들이댈 때 정치권 토론을 과도하게 제약하고 숨 쉴 공간을 주지 않아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시한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변호인이 말한 대법 판례는 이 대표가 '친형 강제 입원' 사안에 대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에 대한 대법 전합 판결이다. 이 대표는 2018년 6월 지방선거 후보토론회에서 김영환 당시 바른미래당 후보가 "친형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셨죠, 보건소장 통해서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그런 일 없다. 최종적으로 못 하게 했다"라고 답해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항소심 판단도 유죄였지만 전합 판단은 달랐다. 전합은 "일정한 한계를 넘는 표현에 대해서는 엄정한 조처를 할 필요가 있지만, 그에 앞서 자유로운 토론과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하여 표현의 자유를 더욱 넓게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표현의 자유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 생존에 필요한 숨 쉴 공간, 즉 법적 판단으로부터 자유로운 중립적인 공간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전합은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고, 이 대표는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확정받아 대선에 도전할 기회를 얻었다.
변호인은 "구두로 하는 발언은 짧은 시간에 대응해야 하므로 언어 사용이 불명확할 수밖에 없어서 허위사실공표죄의 잣대를 들이댈 때 정치권 토론을 과도하게 제약하고 숨 쉴 공간을 주지 않을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대법 판례"라며 "현재 미디어 환경상 미디어·언론을 통한 대담 형식도 토론과 비슷하다. 구두로 하는 발언은 즉흥적일 수밖에 없어 불명확한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법리와 별개로 고 김 전 처장을 시장 재직 시절 알지 못했다고도 주장했다. 지난 공판에서 검찰은 이 대표와 유 전 본부장, 고 김 전 처장 등이 함께 호주 출장을 간 사진 자료를 증거로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변호인은 "호주에서 피고인과 고 김 전 처장이 함께 찍은 사진과 영상에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두 사람이 한 번도 눈을 마주친 일이 없다는 것"이라며 "당시 피고인과 고 김 전 처장의 관계가 어땠는지 쉽게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곁에서 주로 보좌한 사람은 유동규였고, 고 김 전 처장은 유동규를 보좌하기 위해 온 사람으로 보인다"며 "7년 가까이 지난 시점에 유동규를 보좌하던 고 김 전 처장을 별도로 기억해내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성남시에 팀장급 직원만 600명에 달해 이 대표가 고 김 전 처장을 알 수 없었다는 변호인 주장에 "피고인이 나머지 599명의 팀장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몰라도 단 한 사람, 고 김 전 처장을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피고인은 고 김 전 처장과 사적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골프 등 여가를 즐겼고, 공무 중 공로를 인정받아 피고인으로부터 표창장을 받는 등 기억에 남을 경험을 공유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 대표는 2021년 12월 22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에 대해 "성남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라고 말했는데,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임하기 이전부터 김 전 처장을 알았다고 보고 이 대표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같은 해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한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도 적용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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